중량충격음을 피해가려는 국토교통부

2019년 5월 2일 감사원의 감사보고서 발표와 이에 따른 국토교통부의 보도 자료는 대한민국의 전 국민을 분노하게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층간소음과 관련한 대부분의 제도와 관리가 엉터리이고, 국민들이 알고 있던 층간소음과 관련한 상식이 대부분 잘못된 상식으로 판명되었기 때문이었다.

국토교통부는 제도개선을 한다고 하고서는 층간소음과 관련된 “밥상을 새로 차리거나 밥이나 반찬을 새롭게 만들어 상에 올리는 것 보다는 엉터리로 된 밥상에서 밥과 반찬의 위치를 바꾸는 것”으로 새롭게 밥상을 차린 것 같은 허세로 전 국민을 기만하려고 하고 있다. 심지어 현재의 밥상에서 기존의 반찬을 밥상 아래로 감추는 저급한 술수도 동원하려 하고 있다. 밥과 반찬의 위치를 바꾸는 것은 제도개선이 아니고, 반찬을 숨기는 것은 검증된 측정법과 기존의 실패를 통한 노하우를 송두리 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과 같다.

 

∥저주파에 대한 국제적 동향과 제도안에서의 국내 사정

저주파 소음은 인간을 병들게 한다. 저주파 소음은 사람의 청력으로는 잘 들을 수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저주파에 격하게 반응한다. 저주파 소음은 사람들의 심리와 생리현상에 영향을 미친다. 장시간 저주파소음에 노출되면 정신적인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 뇌파검사를 하면 사람의 반응을 더욱 세밀하게 알 수 있다. 저주파에 대한 뇌파검사와 관련한 역학조사는 TV방송을 통하여 몇 차례 소개된 바 있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저주파 소음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50Hz이하의 저주파 소음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31.5Hz의 저주파 소음에 대한 기준을 가진 국가들도 있다.

우리나라 환경부에서도 생활환경의 저주파소음에 대한 관심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지대해지고 있다. 층간소음과 관련하여서도 환경부는 저주파소음이 층간소음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주지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사용 승인된 이후의 공동주택의 소음에 관심을 가질 뿐 새롭게 건설되는 공동주택의 층간소음에 대하여 제도적인 장치나 기준을 주도하고 있지는 않다. 신규 건설되는 공동주택에 대한 층간소음 기준과 제도는 국토교통부에서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준공 승인 이후의 실제 거주하는 공동주택에 대하여는 층간소음 민원에 대해 철저히 피해 간다.

사회문제의 주범인 “층간소음 이라는 똥”은 국토교통부가 싸고, 환경부가 치워야하는 현실이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그런데 그 “층간소음이라는 똥”은 환경부가 아무리 노력을 기울여도 치울 수가 없다. “층간소음이라는 똥”은 처음부터 치울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국토교통부 싸 놓은 똥 덕분에 대한민국의 대다수 국민들은 “층간소음이라는 똥” 속에서 거주하며 고생하고 있다. 층간소음과 관련하여서는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는 앙숙이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의 층간소음에 대한 기준 조차 다르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낸 세금으로 일을 하는데, 각기 서로 다른 나라의 기관인 듯하다.

국토교통부는 정부의 정책대로 주택을 공급하는 것에 치중한다. 목표달성을 위해 층간소음 쯤이야 하며 덮고 넘어가는 것도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층간소음은 환경부에서 공동주택 건설 때부터 철저한 관리와 감독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 공동주택 건설 현장에서부터 층간소음환경과 관련한 부분을 환경부에서 견제한다면 공동주택 준공 이후의 층간소음 민원과 관련된 불필요한 예산들을 절감할 수도 있고, 실제적인 층간소음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국민들도 층간소음에서 많은 부분 해방될 가능성이 현재 보다는 높아 보인다.

 

∥중량충격음과 저주파 63Hz(헤르츠)

층간소음과 관련한 제도개선의 핵심은 중량충격음 이다. 중량충격음은 아이들의 뛰거나 쿵쾅거리는 소리, 어른들의 발걸음의 울림소리 등을 일컬으며, 층간소음 민원의 대다수를 이루는 충격음을 지칭한다. 중량충격음의 핵심은 저주파소음이다. 저주파는 통상 주파수 100Hz(헤르츠)이하를 말한다. Hz(헤르츠)는 진동수의 단위이다.

대한민국의 중량충격음은 63Hz, 125Hz, 250Hz, 500Hz의 4개의 주파수 영역으로 소음측정값을 정한다. 소음 측정값은 dB(데시벨)로 표시하며, 대한민국의 중량충격음 법정 최소기준은 현행 50dB 이다. 현재 적용하는 주파수 중 저주파는 63Hz 단 하나의 주파수를 적용하고 있다.

층간소음의 핵심인 중량충격음은 저주파인 63Hz를 소음측정값을 낮출 수 있다면 층간소음은 해소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층간소음과 관련한 제도개선은 저주파인 63Hz 소음측정값을 낮출 수 있는 바닥구조를 개발하면 되고, 그런 바닥구조가 개발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제도개선의 핵심이어야 한다.

바닥구조는 습식구조(슬라브, 완충재, 경량기포콘크리트, 마감모르타르)가 일반적이지만, 반건식구조(슬라브, 완충재, 마감몰탈르타르)와 건식구조(슬라브, 조립식바닥마감)도 있다.

저주파인 63Hz의 기준이 되는 현행 역A특성 규준곡선의 값은 74dB이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의 실제 63Hz의 소음측정값이 74dB이하라면 중량충격음은 법정기준인 50dB(중량 4급) 이하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47dB(중량 3급) 이하로도 평가 받을 수 있다. 통상 47dB 이하에서는 일상적인 소음의 민원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바닥구조는 저주파 소음에 취약하다. 특히 63Hz의 규준곡선의 값은 74dB인데 반해 실제 거주하는 공동주택의 소음측정값은 대부분의 바닥구조가 80dB를 상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니까 공동주택의 층간소음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건설현장에 사용하는 바닥구조(완충재)는 현행 사전인정제도 하에서의 성능등급은 대부분이 중량2~3급의 바닥구조를 시공하고 있다. 이는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에서 지적한 것과 같은 인정진행 과정의 부정과 엉터리 관리, 부실시공 등에 의한 요인도 있지만,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이 감춰져 있었다. 전문가들만 알고 국민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 범죄 수준의 잘못된 제도기준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것은 바로 저주파인 주파수 63Hz의 측정값에서 최대 8dB의 값을 경감하여 측정값을 평가한다는 규정이다. 이러한 범죄적인 규정은 아무런 과학적이거나 윤리적인 근거도 없이 제도를 만든 주도세력에 의해 법규로 도입되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금껏 통용해 왔다. 감사원 감사에서도 이에 대한 지적은 피해갔고, 층간소음의 폐해를 지적할 때도 피해갔다. 잘못된 규정을 아는 이들은 규정이니까 입 다물고 있었고, 잘못된 규정을 모르는 국민들은 모르니까 아무런 문제제기도 할 수 없었다.

감사원의 감사보고서 이후 제도개선을 필연으로 받아들이는 이 시국에서 국토교통부와 인정기관 및 전문가들의 토론회, 심층회의 등에서도 주파수 63Hz에서 측정값의 8dB를 경감한다는 사실은 논외에 부쳐져 있었다. 주파수 63Hz에서 8dB를 경감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은 국회와 시민단체의 일부에서 문제제기한 것이 전부이다.

 

∥저주파 63Hz의 측정값 8dB 경감의 평가 방법

과연 누가 이런 범죄적인 규정을 만들었는가?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2004년 층간소음과 관련한 국토교통부 법규가 만든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답이 있다. 당시 층간소음 관련한 제도적인 장치는 국토교통부의 요청으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주도하였다. 그리고,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의 대형건설사들의 연구진들이 제도를 만드는데 힘을 보탰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실무책임자는 소음진동 전문가인 양관섭 박사였다. 양관섭 박사는 층간소음 제도 도입과 관련한 수많은 논문을 발표하였다.

층간소음 관련 제도를 도입할 당시의 연구논문의 내용에서 현재도 대부분 사용되고 있는 층간완충재를 사용한 바닥구조는 “경량충격음은 충분히 개선할 수 있으나, 중량충격음은 거의 개선되지 않는다”라고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정부는 경량충격음은 2004년도, 중량충격음은 2005년도에 시행하는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중량충격음은 개선되지 않는다고 하고서는 그 개선되지 않는 완충재를 사용한 바닥구조를 공동주택 현장에 주력으로 사용하였다. 바닥구조의 어떤 한 부분도 추가로 개선이나 발전시킨 내용도 없이 그냥 그대로 사용하였던 것이다.

정부는 표준바닥구조라는 건설업체들의 면죄부가 되는 제도도 도입하였다. 슬라브 두께가 210mm 이상이면 층간소음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충분히 검증되지 내용을 근거로 졸속한 제도를 도입하였다. 210슬라브의 표준바닥구조도 층간소음 해소에는 한계점이 명확했다. 때문에 2014년에는 표준바닥구조와 인정바닥구조를 통합한 형태의 현행의 법정바닥구조를 새롭게 도입하였다.

놀라운 사실은 전문가들만 알 수 있는 내용으로 중량충격음 측정 시 저주파인 63Hz의 측정값에서 8dB를 아무런 이유 없이 경감하여 측정값을 도출하는 귀가 막힌 편법과 부정을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사실이 대한민국의 층간소음 관련 제도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중량충격음을 개선할 수 없다는 바닥구조임을 알면서도 제도 도입이라는 목표를 핑계로 삼아 부적합한 바닥구조를 사용하기 위해 중량충격음의 가장 중요한 주파수인 저주파 63Hz의 측정값을 8dB 경감하는 편법을 도입하기에 이른 것이다.

 

∥제도개선의 핵심은 저주파 63Hz 소음측정값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

현 시점 대한민국에서 적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바닥구조는 63Hz의 소음측정값을 줄일 수 없다. 63Hz에서 측정값이 74dB 이하가 나오는 바닥구조가 아니면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그리고 63Hz에서 측정값이 70dB 이하가 나오면 바닥구조를 사용하는 건설사에게는 가산점을 주는 상벌규정의 도입도 필요하다.

현재 중량충격음의 뱅머신측정법을 폐기하고 임팩트볼측정법을 도입하려는 것과 기존의 역A특성을 A특성으로 변경하려는 것은 중량충격음의 저주파 63Hz를 무력화 하려는 것이라는 것을 전문가들은 잘 알고 있다. 저주파 63Hz의 소음측정값이 무력화하는 것은 층간소음 제도를 없애는 것과 동일한 것이다.

6대 대형건설사들이 전면에 나서진 않았지만 그들이 제도개악을 암암리에 사주하고, 전문가집단들이 국토교통부의 이론적 배경이 되어주고 있다는 것은 업계에서는 소문이 자자하다. 이러한 분위기이기에 건설업계도 완충재업계도 대충 제도개선이란 명분으로 넘어가려 하는 국토교통부를 두둔한다는 것도 이해한다. 전문가들이 비전문가들을 사기 치는 것과 같은 형국인 것조차도 이해한다.

그러나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식민지시대의 독립운동이 계속되고 있음을 간과하여서는 아니 된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는 것을 세상 밖에서조차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04년도 제도 도입 때부터 2019년 5월 감사원의 감사보고서 까지 대한민국의 층간소음은 티끌만큼도 변한 것이 없다. 그리고 감사보고서 이후 국토교통부는 제도개선을 공표했다. 제도개선이 공동주택 공급자 입장에서인지 아니면 공동주택 사용자 입장에서인지는 따져볼 필요조차 없다. 층간소음은 언제나 공동주택 사용자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개도개선의 주체는 공동주택 사용자인 대다수의 국민들을 중심으로 제도를 준비하여야 한다. 이제 그만 정부 정책을 핑계로 건설사들과 완충재업체, 그리고 기타의 사리사욕에 물든 이익집단들의 눈치에서 벗어나 국민의 국토교통부, 국민의 의한 국토교통부, 국민을 위한 국토교통부로 거듭나야만 할 것이다. 언제까지 부끄러운 민낯을 우리 후대에게 가리지 않고 보여줄 것인가?

저작권자 © 주거환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