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을 줄이지 못하는 오욕의 제도

층간소음과 관련한 법규는 공동주택 바닥충격음으로 명명된다. 바닥충격음과 관련한 제도의 역사는 1991년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처음 등장한다. 그 시절은 공동주택의 바닥은 각 층간의 바닥충격음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는 구조로 하여야 한다고만 명시했다. 바닥충격음의 소음(dB, 데시벨) 기준은 없었다. 2003년 바닥충격음의 최소기준이 명시되었다. 경량은 58dB, 중량은 50dB이었다. 이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2005년 공동주택의 설계기준도 슬라브 두께가 210mm인 표준바닥구조가 도입되었고, 210mm 미만의 슬라브에는 인정바닥구조가 도입되었다.

표준바닥구조는 슬라브 210mm이상, 완충재 20mm이상, 경량기포콘크리트 40mm이상, 마감몰탈 40mm이상의 조건만 준수하면 공동주택 사용승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민간 대형건설사들을 필두로 시장의 대부분이 표준바닥구조로 건설되었다. 표준바닥구조는 층간소음이 발생되더라도 건설사에게 면책이 되는 제도였다. 완충재가 어떤 소재이거나, 어떤 구조이거나, 싸거나 비싸거나 상관이 없었다. 단지 20mm이상의 완충재만 사용하면 되고, 바닥구조의 성능인정서 조차도 필요 없다. 그냥 건설사에게는 제도적 안전장치였다.

인정바닥구조는 통상 슬라브 두께가 180mm인 바닥구조가 가장 많이 적용되었고, 인정바닥구조의 인정업무를 담당하는 인정기관(LH,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표준 실험동도 슬라브 두께가 180mm가 주력으로 준비되었다. 인정바닥구조는 LH등의 공공기관에서 건설하는 공동주택에 주로 적용되었다. 2012년부터 LH를 비롯한 공공기관들도 표준바닥구조를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2004년도 제도 도입 전후의 바닥구조의 환경과 바닥재 적용 기준

2004년 경량충격음 기준의 시행과 2005년 중량충격음 기준의 시행이 진행되었다. 바닥충격음은 2003년 최소기준이 마련되었지만, 도입에는 검증이 필요했다. 경량충격음은 검증 후 2004년 도입이 되었지만, 중량충격음은 도입이 만만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중량충격음은 시장에 주력으로 상용될 완충재가 경량충격음과는 달리 중량충격음을 저감하는데 별반 효과가 없었다. 때문에 2005년 제도를 보완하여 도입이 되었다. 그런데 중량충격음 도입의 보완책은 중량충격음 측정 산술방식의 변형이었다.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이 주파수 63Hz의 소음측정값을 8dB 경감하는 방식이었다.

2004년 바닥충격음이 도입되기 이전에는 바닥재로 단열재가 대부분 사용되었다. 단열재 또한 바닥구조의 구성상 슬라브 바로 위에 설치되었다. 단열재는 대부분의 소재가 누구나 잘 아는 스티로폼 제품이었다. 스티로폼은 단열재의 대명사이며, 바닥재의 법규 기준은 비드법보온판 2종2호 이상이었다. 비드법보온판 2종2호는 자재의 밀도가 25kg/㎥이었다. 바닥재의 밀도 규정이 25kg/㎥ 이상으로 정한 이유는 바닥재는 벽면이나 천장에 설치하는 단열재와는 달리 공동주택의 바닥구조의 한 부분이면서, 바닥에 가해지는 상부의 고정하중과 유동하중을 견디어야 하기에 바닥재의 밀도규정이 건축부문 의무사항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즉 바닥재의 밀도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공동주택의 사용승인이 되지 않는다.

시장에 주력으로 사용할 완충재의 소재는 스티로폼이었다. 자본주의 시장원리는 간단했다. 기존의 바닥재인 단열재 업체들이 완충재 시장을 빼앗길 리가 없었다. 단열재를 완충재로 둔갑시켜(좋게 말하면 개발하여) 시장을 장악하였다. 정부도 당시에는 대안이 없었다.

 

∥2004 ~ 2005년도 제도 제정의 민낯 : 제도 도입의 실패

▲제도 도입 배경

공동주택이 대한민국의 주력 주거공간으로 자리 잡아 감에 따라 공동주택의 층간소음이 사회문제로 부각하기 시작했다. 서민을 위한 정책을 우선으로 했던 노무현 정부는 층간소음의 해소를 목표로 제도 도입을 결정했다.

 

▲제도 도입의 미흡한 환경

제도 도입의 취지는 좋았으나, 준비과정의 부족과 전문성의 부족 등으로 인하여 결과적으로는 졸속으로 제도 도입이 된 상황이었다. 층간소음을 해소하기 위한 소재 개발, 기술 개발, 구조 개발 등의 선행되어야 할 숙제들을 간과하고 그냥 제도 도입에만 치중했다. 때문에 단열재가 완충재로 둔갑하여 제도가 유지되고 층간소음은 그대로 남았다.

※ 바닥재 구분 : 단열재(단열성능), 완충재(완충성능 + 단열성능)

 

▲공급에 맞춘 제도 도입

단열재(스티로폼)는 대량 제조에 용이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단열재업체들은 기존의 단열재에 프레온가스와 수증기를 통해 스티로폼 알갱이를 부풀려서 자재의 동탄성을 좋게 변화시키고 완충성능을 호전시켜 정부의 공동주택 수급 상황에 차질이 없게 공급시장을 쉽게 장악했다.

완충재(스티로폼)는 경량충격음은 10dB이상 저감하여 효과적이었으나, 중량충격음에는 거의 효과가 미비하다고 바닥충격음 제도를 도입한 주무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건설시장의 수급이 우선인 정부는 전문가의 조언을 기초로 편법을 동원하여 제도 도입의 악수를 진행했다.

 

▲완충재의 법규 위반

매년 발행되는 에너지관리공단의 해설서에서 바닥재의 기준은 건축부문 의무사항으로서 바닥재의 밀도를 25kg/㎥으로 규정했다. 단열재는 바닥재의 기준을 준수함에 반하여, 완충재(스티로폼)는 바닥재의 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 시장에 유통되는 완충재의 밀도는 대부분이 10~12kg/㎥으로 바닥재 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스티로폼 알갱이를 부풀리는 과정을 통해 동일한 체적에 밀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경량충격음은 효과적으로 줄이니까 완충재의 바닥구조 성능인정서를 발급하는 인정기관들도 완충성능만 확인할 뿐 밀도규정은 의도적으로 나몰라라한 상황이었다. 의도적으로 판단되는 이유는 2003년도 제도 도입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완충재의 밀도규정이 언급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 도입에서 완충재의 밀도 규정은 제외되어 있었다.

 

▲절름발이 제도의 한계

2007년도 이후 표준바닥구조를 사용하던 민간건설사들도 인정바닥구조의 성능인정서가 있는 바닥구조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표준바닥구조는 성능인정서가 필요하지 않지만, 완충재 바닥구조의 시장 논리에 의해 180mm이상 슬라브에 적용되던 인정바닥구조들이 210mm이상의 표준바닥구조 시장을 쉽게 잠식하였다. 표준바닥구조의 면책특권을 유지하면서 민간건설사는 인정바닥구조 적용 이후 바닥재(완충재)의 밀도 규정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대두되었다. 완충재의 밀도 관련한 수많은 질의가 국토부와 인정기관 그리고 에너지관리공단에 쇄도하였다.

에너지관리공단은 2010년도 해설서에서 바닥재는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차단구조인정 및 관리기준”(완충재 법규) 및 건축물 에너지절약 설계기준“(단열재 법규)를 동시에 만족하여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결국 2011년 이후 에너지관리공단은 질의의 근거가 된 해설서의 발행을 중단하였다. 국토교통부도 제도 개선을 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이는 2014년도 제도개선의 단초가 되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도, 인정기관도, 에너지관리공단도 잘못을 시인하지 않았고, 공무의 특성상 잘못을 시인할 수도 없었다.

 

▲완충재(스티로폼)가 시장을 장악하였던 중요한 이유

스티로폼은 기존의 단열재였다. 단열재는 단열성능은 우수하다. 문제는 설계 도면에 있었다. 건축설계회사들은 완충재 법규가 도입된 이후에는 바닥재를 설계도면에 기재할 때 완충재 20mm 또는 완충재 30mm로 기재하지를 않고 관행대로 바닥재(단열재)의 최소기준인 비드법보온판 2종2호 또는 그 이상으로 표기하였다. 법규에 민감하지 않은 업계의 관행은 제도가 역행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심지어 2020년 현재에도 설계도면에 단열재가 기재된 설계도면이 존재하고 있다. 완충재(스티로폼)는 비드법보온판 2종2호의 열전도율인 0.032W/(m.K)로 설계된 건설현장은 거의 100% 적용가능하다. 점유율이 낮은 다른 소재나 구조 또는 일체형의 바닥구조는 단열재의 열전도율을 맞추는 것이 불가하다. 결국 단열바닥재로 기재된 설계도면은 애초부터 스티로폼완충재의 보장된 시장이다. 이러한 사실은 현재 사용되는 완충재(스티로폼)가 90%이상의 압도적인 독점시장을 형성하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였다. 감사원 감사결과를 들여다보면 대한민국은 완충바닥재를 사용하겠다고 바닥충격음 관련제도를 도입하고서는 실제로는 완충성능이 거의 없는 단열바닥재(스티로폼)를 줄곧 사용했다고 할 수 있다.

 

∥2014년도 바닥충격음 제도개선: 개선인지 개악인지

▲제도개선의 배경

완충재(스티로폼)의 바닥재 밀도규정 위반과 대안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제도개선의 주요 내용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의 전면적인 개정, 최소성능기준 강화, 표준바닥구조와 인정바닥구조의 통합, 중량충격음 측정법의 이원화로 기존의 뱅머신측정법과 함께 임팩트볼측정법 도입, 바닥재의 밀도규정(25kg/㎥) 폐지와 바닥재의 강도 규정 도입으로 인한 완충재의 물성 품질검사 항목 추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제도개선의 주도 세력

2004년 제도도입의 실패자들이 그대로 제도개선의 실무를 맡았다. 과오를 범한 전문가집단이 이전 제도의 잘못된 부분을 은폐하고, 기존의 시장을 유지하기 위함에 급급한 개선안을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제도 개선이 아닌 개악

중량충격음 측정법의 이원화와 임팩트볼측정법의 도입이 가장 큰 문제였다. 국토교통부는 과거 제도 도입과정에서 과오가 있던 소위 소음진동 전문가집단의 조언대로 임팩트볼측정법을 도입했다. 기존의 뱅머신측정법과 임팩트볼측정법의 측정값의 보정치(3dB)가 실제 차이(5dB ~ 9dB)보다 고평가 되었다는 논란 속에 임팩트볼측정법이 2015년 8월 폐지되고 뱅머신측정법으로 단일화 되었다.

임팩트볼측정법의 도입은 층간소음을 해소하기 보다는 측정도구를 통해 생활상의 실제적인 소음의 저감 없이 측정값의 수치만 낮추어 공동주택 사용자인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이고, 반대로 공동주택 공급자인 정부와 건설사, 완충재업체들은 제도 속에서 안전장치를 만드는 술수임이 드러났다.

표준바닥구조와 인정바닥구조의 통합은 말장난일 뿐. 건설현장에서 실제 사용되는 바닥구조의 변화는 이전과 전혀 다른 것이 없었다. 또한 새로운 바닥구조의 출현도 미미했다.

바닥재 물성 품질검사의 강화 항목(잔류변형량, 가열 후 치수안정성 높이와 상부 가중판 설치)는 과거 단열바닥재(스티로폼) 기준 밀도 25kg/㎥에 비해 약화되었다. 강화했다고 하는 물성 품질검사를 통과하는 완충재(스티로폼)의 밀도는 12kg/㎥ ~ 15kg/㎥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바닥구조 인정기관의 폐단이 드러났다. 인정기관으로서의 역할보다는 완충재업체들의 조력자로써의 역할이 더 두드러졌다. 규정에 어긋난 인정 절차와 품질검사, 그리고 표준실험동 시공 및 부정행위에 대한 방조와 묵인이 관행화하기에 이르렀다.

임팩트볼측정법이 폐지된 이후에도 인정신청업체의 편의대로 임팩트볼 성능인정서를 발급했으며 특히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6개월이 경과한 이후에도 임팩트볼 성능인정서를 발급했다.

임팩트볼 이후에 중량충격음 성능이 저조함에 근거하여 마감몰탈 물결합재비(W/B 50%이하 등)를 현실적으로 건설현장에서 사용 물결합재비(W/B 70~80%) 보다 차이가 현격하여 실제 사용이 불가함을 알면서도 업체들의 요청이라는 이유로 업체를 바르게 지도하기보다는 동조한 정황이 밝혀졌다.

물성검사와 완충재 제조사에 대한 공장실사, 인정진행 실험동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미흡 등도 드러났다.

 

▲완충재업체(스티로폼)들의 시장 점유는 계속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인 국토교통부의 제도개선은 세월이 더해짐에 따라 갈수록 고양이들이 지능화되고 있음을 여실하게 드러났다. 제도개선이 된 이후 물성품질검사는 신규 바닥구조의 시장 진입이 철저히 차단당했다. 바닥충격음의 저감성능이 기존의 바닥구조 보다 우수하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바닥재 위주로 한 물성 품질검사를 통과하기가 매우 어렵다. 결과론적으로 소위 전문가라는 탈을 쓴 기득권자들이 지능적으로 신규 바닥구조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방어막을 쳐 둔 것이다. 2014년도 제도개선 이후 시장점유율은 기존 완충재업체(스티로폼)들의 독주가 더욱 심화되었다. 때문에 업체들 간의 경쟁은 치열해졌고, 공급물량은 충분하지만 공급단가는 하락하기에 이르렀다. 현재는 분양시장이 여의치 않아서 공급물량 마저 대폭 축소되었다. 완충재(스티로폼)의 기존 가격도 저렴한데, 공급단가마저 하락하니 품질이 우선한 바닥완충재가 건설현장에 공급되기에는 역부족이고, 바닥구조의 상황이 악순환의 고리에 깊숙이 빠져 있다.

 

▲완충재의 품질과 가격의 상관관계

현재 대부분의 건설현장은 두께 30mm의 완충재(스티로폼)를 사용한다. 2014년도 제도개선 이후 30mm 완충재의 가격(자재 + 시공비)은 1m2당 4,000원 내외였다. 2018년도 이후 과다한 경쟁과 건설사들의 원가절감이라는 미명하에 1㎡당 3,000원이하로 가격이 하락했다. 감사원 감사로 품질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함에도 현재 일부 유명 대형건설사는 1㎡당 2,500원 이하에도 공급받고 있다. 고급 브랜드를 내세운 국민들 모두가 아는 대형건설사들이 평당 분양가가 수 천 만원 임에도 불구하고 층간소음을 줄이는 공정에는 평당 1만원도 사용하고 있지 않는 현실에 국민은 분개한다. 개집도, 축사도 바닥을 깔아주려면 평당 만원 보다는 훨씬 비싸다.

정부도, 재벌도, 전문가들도 공동주택에 사는 국민들을 위해 모두 정신 제대로 차려야 할 때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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