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만으로 사업추진 어려워 … 지원금 규모 및 범위 대폭 확대해야

“정비사업이 법적 절차를 통해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한 공공관리 지원제의 본래 취지는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사업 현장에서는 시와 관할 지자체의 관리감독의 형태만 늘어날 뿐 실제 체감하는 공공지원은 느낄 수 없다.”

 

2010년 공공관리제(현 공공지원제)가 시행된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공공지원제를 둘러싼 실효성 논란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공식적인 용어가 공공지원제이지만 사실 이 표현에 동의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지원보다는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지면에서는 특별히 ‘공공관리제’라 칭하는 것에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공공관리제는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의 투명성 강화와 효율성 제고를 위해 정비계획 수립단계부터 사업완료 시까지 사업추진 과정을 공공(시장·군수·구청장 등)에서 지원 또는 관리하는 제도를 말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정비업체와 설계자, 그리고 시공사 등 협력업체 선정에 필요한 기준을 제시해 공정하게 선정토록 하고, 공공의 자금융자 확대와 정확한 정보공개 관리 등 업무지원을 통해 주민의 자율적 사업추진 역량을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 소송 등 주민갈등에 따른 불필요한 사회·경제적 비용낭비를 방지해 사업기간 단축과 사업비 절감 등을 통해 주민들의 재정착 기회를 확대하고자 도입됐다.

공공관리제의 도입취지만 들어보면 매우 유익한 제도로 보여지지만 사실은 사업초기 자금조달을 둘러싼 조합·추진위와 협력업체간 비리의 고리를 끊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공공관리의 핵심, 초기 사업장 자금지원

정비사업은 구역지정, 추진위 승인,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을 거쳐 착공 단계로 진행된다. 각각의 단계를 통과하기 위해선 필요한 인허가 절차가 있고, 이를 수행할 용역업체가 필요하다. 외상으로 용역 업무를 수행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사업추진을 위해서는 비용이 필요하다.

보통 사업비 조달이 원활해지는 시기는 시공사 선정 이후부터다. 따라서 시공사 선정 이전인 초기 단계의 사업장으로선 어떻게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진행하는가가 성공적 사업추진의 관건으로 떠오른다.

현실적으로 사업 초기 단계의 사업장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이하 정비업체)로부터 사업비를 조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비업체 단독으로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모두 감당할 수는 없고, 설계자 등 다른 협력업체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정부는 초기 단계 정비사업장의 취약한 재정여건을 빌미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비리와 부조리 등이 발생한다고 보고, 이를 차단하고자 공공관리제를 도입한 것이다. 다시 말해 공공관리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초기 사업장에게 투명한 과정을 거쳐 자금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공공관리제가 적용되는 여러 현장을 살펴보았지만 사업추진이 원만하게 추진되도록 자금지원이 이뤄진 사례를 찾기가 어려웠다. 오히려 자금지원은 고사하고 과도한 압박과 통제로 인해 불만을 삭이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공공지원은 미미, 관리·감독은 강화”

지난 2월 서울시는 2020년 서울시 정비사업 융자금 지원계획을 공고했다. 지원금 총액은 160억원이며, 융자금의 용도는 설계비 등 용역비와 운영자금 등으로 제한된다. 융자금 한도액은 건축연면적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데, 최대 한도가 추진위는 15억원, 조합은 60억원으로 밝혔다. 하지만 160억원 규모의 서울시 융자계획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공공관리를 적용받는 재개발구역의 A 조합장은 사업비 지원의 실효성에 의문점을 나타냈다. 서울시로부터 받는 융자금의 경우 시 예산부족으로 인해 신청 금액의 절반도 받기가 힘들뿐더러 대여를 받고자 하는 사업장의 숫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실제 대여 받는 것이 어렵다는 것. 또한 사업지의 분쟁 정도와 소송, 민원 등이 야기될 경우 심의 과정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공공지원제의 취지와 달리 실제로 사업비 지원 혜택을 받는 경우가 미미함에 따라 초기 사업장에서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추세다. 대표적인 방법인 신탁회사를 대행자로 지정해 부족한 사업비를 충당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정비업체 등에 비해 자금력이 탄탄하고 상당한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다만 신탁회사와 동행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에도 단점은 존재한다. 그것은 조합·추진위의 내부 갈등관계를 해소하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또한 정비사업에 진출할만한 역량을 갖춘 신탁회사가 많지 않을뿐더러 소수의 신탁회사가 다수의 정비사업장을 감당할 만한 여력을 갖추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선택된 몇몇을 제외하고는 초기 사업장 대부분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신탁방식이 공공지원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보다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사업비 지원 규모 및 범위 확대해야”

올해 초 국토연구원은 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국내 도시정비사업의 문제점과 공공관리제도의 실태를 분석한 바 있다.

상기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도시정비사업은 주민과의 소통부재, 조합 및 추진위원회 구성과정에서의 제도적 허술함, 사업에 대한 관리감독 시스템 부재 등 다양한 문제점이 있어 공공관리제도의 적용을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고 밝혔다.

특히 공공의 입장에서 공공관리 지원제도에 대한 법적 의무와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인력이 부족하며, 공공관리제도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점을 문제점으로 파악했다.

즉 공공관리제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도시정비사업의 특성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측면에서, 제도적 보완을 통해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했던가. 합리적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인할 이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현 시점에서 조금이나마 효과를 볼 수 있는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결국 현재의 공공지원제 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조합·추진위에게 도움이 될 만한 유력한 방안은 사업비 지원 규모와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A 조합장은 “정비사업의 여러 현실을 고려할 때 사업 초기의 자금난 해소와 부조리 근절을 위해서는 융자지원 범위를 대폭 늘려야 한다”면서 “상당히 까다로운 서울시 대여금 신청 조건을 완화해 보다 많은 조합·추진위들이 공공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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