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해지시 ‘신의성실의무 이행여부’ 주요 기준 부각돼

“세상이 아무리 힘의 논리로 간다고 하지만. 아직도 시공사의 만행이 여전하고, 힘으로 쥐락펴락 하던 것도 시대가 바뀌면 따라줘야 하는데 말입니다. 아무리 사업이라지만 상도라는 것도 있고, 신의성실이 있는 건데. 참 착잡합니다.”

정비사업에서 시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감히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합이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하는 방법도 시공사가 거부할 경우 이를 강행할 수 있는 조합이 얼마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막강한 자본력과 수십년간 경력을 닦아온 건설사를 열세인 조합이 당해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28일 방배5구역과 기존 시공사간 계약해제 관련 손해배상을 둘러싼 항소심 결과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절차상 하자로 인해 계약해제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해도 시공사로서의 의무를 소홀히 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물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업비 대여를 비롯해 시공사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거나 또 다른 귀책 사유가 시공사에게 있는 경우 적법한 절차를 거처 시공사를 해지한다면 별다른 손해를 입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즉 조합이 제대로 준비만 한다면 시공사를 좌우할 칼자루를 쥘 수 있다는 의미이다.

방배5구역의 한 관계자는 “기존 시공사측에서 처음부터 미안하게 됐다며 전향적으로, 성실하게 조합을 대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힘의 논리로 조합을 찍어 누르려고 하는 오만방자한 태도를 꺽어줘야 한다”고 밝히기도.

이번 방배5구역 사례는 시공사와 분쟁이 발발한 조합에게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견 계약해지로 인해 일부 혼란을 겪을 수도 있지만 시공사로서도 과거처럼 조합의 의견을 묵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사업주체인 조합의 행보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주거환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