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청, 은마 재건축 내부갈등 부추겨 … 올바른 공공의 역할은?

최근 재건축 규제완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연이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도 불구하고 가격상승세가 멈추지 않음에 따라 최대한의 공급확대를 주문했다. 하지만 적합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음에 따라 급기야는 그린벨트 해제설도 제기됐지만 문 대통령이 그린벨트 보존 의사를 밝힘에 따라 가라앉기도 했다. 결국 수요가 많은 도시내 주택공급을 위해서는 재건축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불거지면서 규제완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은 기성 시가지내 주택공급이 가능한 사실상 유일한 사업방식이다. 그간 정부당국은 정비사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한다는 명분으로 규제일변도의 정책을 펼쳐왔다. 이 와중에 공공지원제와 관리·감독 의무를 명분으로 과도한 개입을 일삼아 정상적인 사업추진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최근 강남구청이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에 무분별하게 개입한 사례를 살펴보고 바람직한 공공의 역할을 살펴보고자 한다.

 

∥구청이 재건축 선관위원 선임?

추진위가 없는 것도 아니고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구청이 재건축 선관위원을 선임했다? 저간의 사정을 알아보자.

지난 2일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위원장=이정돈)는 강남구청이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의 선거관리위원을 선임한 것과 관련해 해당 선임결과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추진위는 “강남구청이 추진위의 자치규정인 선거관리규정 제50조 제2항의 적용을 이유로 추진위의 선거관리위원 선임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선거관리규정에도 없는 공개추첨방식으로 추진위의 선거관리위원을 일방적으로 선임하고 그 결과를 추진위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가처분 신청서에 따르면 은마아파트의 비등록 불법단체인 ‘은마반상회(이하 반상회)’가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은마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와 재건축 추진위를 장악하고자 불법적인 선거기획의 음모를 감행한 것으로 나타냈다.

반상회측은 새로운 추진위원 선거절차를 앞두고 구성하게 될 선거관리위원회 선임절차에 개입해 정수 7명의 선거관리위원 후보등록 절차에 반상회 소속 회원들로 하여금 대거 후보등록을 하게 함으로써 총 36명의 입후보자들이 난립하게 조성했으며, 공개추첨을 통한 추첨 확률상 절대 우위를 점하여 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하고자 허위 민원을 가장했다는 것이다.

이어 추진위 선거관리규정 제7조 제3항을 억지로 적용시키기 위한 편법으로 반상회 소속 회원들로 하여금 선거인의 1/10 이상이 강남구청에게 직접 선거관리위원의 선임을 요청한다는 민원을 접수시켜, 이를 핑계로 추진위가 진행하던 선관위원 선임절차에 직접 개입해 공개추첨을 강행하려다 추진위의 취소소송으로 무산된 바 있다.

은마아파트 선거관리규정 제7조(선거관리위원회 구성) 제3항에 따르면 “추진위 선관위는 7인의 선관위원으로 구성하며, 선관위원은 선거인 중에서 당해 정비사업의 추진위원회 설립에 동의한 자 중에서 추진위에서 후보자를 등록받아 추진위 의결을 통해 선임 및 구성한다. 다만, 선관위원 후보자가 정수 이상 등록된 경우로서 추진위 또는 선거인의 1/10 이상의 요청이 있는 경우 선관위원의 선임을 구청에 의뢰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후 반상회측은 선거관리규정 제50조 제2항을 적용하는 방법을 진행했다. 추진위원 101명 중 일부를 고의적으로 사퇴시키거나 자격상실을 시켜서 재적정수 100명에 미달하도록 만든 후, 민원을 가장해 구청으로 하여금 직접 추진위 선거관리위원 선임절차에 개입해 공개추첨방식(일명 제비뽑기)을 강행한 것이다.

 

∥선거관리규정 제50조제2항 해석의 위법성

강남구청의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 선관위원 선임과정을 살펴보면 추진위의 선거관리규정 제50조제2항을 ‘자동개입 근거’로 밝히고 있다.

선거관리규정 제50조(권한의 대행 등) 제2항은 “추진위원수가 운영규정 본문 제2조 제2항에 따라 추진위원의 수에 미달되게 된 경우에는 제7조제3항·제13조제3항·제31조제1항에 따른 ‘추진위원회’는 ‘추진위원장’으로 하며, 이 경우 선관위원 후보가 정수 이상 등록된 경우의 선관위원 선임은 구청장이 한다”고 명시돼있다.

앞서 제7조제3항이 임의규정에 해당한다면 제50조제2항이 강행규정에 속하기에 구청이 직접 선임했다는 것인데, 선거관리규정의 전체 맥락을 고려할 때 강남구청이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했음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상기 조항은 추진위원장을 비롯해 대다수 추진위원의 부재 및 유고로 인해 추진위가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하여 마련한 규정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상기 조문 명칭이 ‘권한의 대행’인 것이다.

은마아파트 경우처럼 추진위가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고, 추진위원 단 한명이 미달된 상황에서 적용될 조문이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문 취지를 무시하고 단순히 ‘구청장이 한다’는 문구에 매달려 선관위원 선임을 강행한 까닭에는 물음표만이 남아있다.

한편 은마 추진위는 조문 취지와는 별도로 선임행위에 대한 위법성을 지적했다.

첫째는 사퇴 의사를 밝힌 추진위원이 민법 제692조에 의한 긴급처리 업무수행권자로서 법정 재적수에 포함된다는 것이며, 둘째 예비적으로, 선거관리규정 제50조제2항에 따라 구청이 선관위원 선임에 개입하더라도 선관규정 어디에도 없는 일방적인 제비뽑기 방식으로 선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선거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선거관리규정과는 별개로 도시정비법 제41조제3항에 근거한 추진위원회의 결의사항에 위반된다는 것이고, 네 번째는 지난 6월 25일에 행한 구청의 선관위원 선임결과는 반상회측의 불법적인 선거기획의 산물임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선관위원 선임에 대한 분쟁은 결국 최종적으로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의결기구인 주민총회의 총의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 넘는 구청’ 바람직한 공공의 역할은?

정비사업이 정부당국의 규제와 탄압(?)으로 기를 펴지 못하는 동안 공공은 인·허가권을 빌미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은마아파트다. 무려 2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제자리에 멈춰있지만 최근 재건축 규제완화 여론이 급부상함에 따라 최대수혜단지로 손꼽히고 있다.

그러나 재건축사업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를 비롯한 공공은 여전히 기존 고압적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강남구청의 선관위원 선임 논란이 그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은마 추진위와 강남구청간 공방의 속살을 보면 추진위와 비대위간 분쟁에 강남구청이 끼어든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비대위로선 정권창출을 위해 구청이란 대의명분이 필요했고, 구청으로선 자신들의 맘에 들지 않는 추진위를 징계(?)하고자 민원을 핑계로 비대위를 지원한 모양새라는 것.

객관적이고 공정한 관리자로서 중심을 잡아야할 공공기관이 민간 사업주체를 좌우하려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간 공공은 책임은 안지고 권리만 행사하는 복지부동식 행정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공공관리를 명분으로 과도한 개입을 일삼아 원활한 사업추진을 방해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이제는 구습에서 벗어나 보다 전향적이고 능동적인 공공의 역할을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주거환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