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점차 초고층화 되고, 내부 평면의 공간효율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피난기구로서 대피공간을 마련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하향식 피난 사다리로 진화하는 추세다. 생명보호 측면에서 보다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다.

다만, 생명보호라는 숭고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논리에 함몰돼 저렴하지만 정상적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피난사다리가 공급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이와 관련 (사)한국피난기구협회 박상욱 사무국장은 “이 같은 시장구조를 개혁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당사자인 아파트 입주자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 사무국장에 따르면 입주자 스스로 피난사다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성능과 품질을 체크하지 않으면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통상 피난사다리와 같은 피난기구 선정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시공사다. 최대한 공사비를 절감하고픈 시공사 입장에서 저렴하면서도 적당히 보기 좋은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제품이 저렴할수록 그 성능과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시공사로선 하자보수기간인 입주 후 3년 정도만 넘기면 책임소재에서 벗어나기에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다는 것이 박 국장의 설명이다.

성능과 품질이 떨어져도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것은 피난기구 사후관리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미흡한 부분도 한몫을 한다. 건축법과 소방법 사이에 걸친 피난기구의 특성상 관리주체가 모호한 규정 탓이다. 결국 신뢰할 만한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당사자인 입주자가 설치될 피난사다리를 제대로 검증하고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박상욱 사무국장은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오히려 위험하다는 점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며 “피난 사다리는 아파트 입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인 만큼 단순히 비용적 측면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생명을 보호하는 본연의 기능을 다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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