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방식 및 건설사 공동시행, 자금조달·빠른추진 등 장점 앞세워 확장세

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공공주도의 사업방식을 도입함에 따라 정비사업 추진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은 해당 지역 주민이 조합을 결성해 직접 사업시행자가 되는 민간 방식으로 진행돼왔다. 물론 사업환경이 극히 열악한 현장의 경우 LH 등이 참여하기도 했지만 그런 사례는 극소수라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현재 정비사업시장은 분양가 상한제와 초과이익환수 등으로 대변되는 과도한 규제로 인해 신규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주택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정비사업이 동력을 상실함에 따라 주택공급이 중단되고, 이는 기존 주택시장의 가격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정부가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특단의 카드를 꺼내들었던 것.

문제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한다는 명분으로 공공기관을 통한 제한적 활성화 방안을 제시함에 따라 그 실효성에 물음표가 제기되고 있다.

한편 규제장치가 그대로 적용되는 기존 정비사업시장은 새로운 조력자를 통해 다른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그것이 최근 확장세를 보이고 있는 신탁방식과 공동시행방식이다. 이번 지면에서는 공공과 민간, 다변화된 사업방식의 장·단점을 살펴보고 향후 추이를 모색해보기로 한다.

 

∥공공개발, 세부기준 미흡

우선 공공주도의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의 핵심은 LH와 SH 등 공공기관이 사업시행자를 맡고, 용적률 상향을 통해 사업성을 개선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사업추진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절차 간소화와 사업비 지원 방안을 추가하고 있다.

위와 같은 공공방식에 대한 업계의 시선은 정비사업의 양대산맥인 재개발과 재건축간 상반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기반시설과 입지조건 등이 우세한 재건축에서는 큰 기대를 나타내지 않고 있지만 재개발쪽에서는 해볼만하다는 입장이다.

재건축의 경우 늘어나는 용적률의 절반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침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으며, 특히 사업시행의 전권을 공공에 내줘야하는 부분에서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최근 잠실주공5단지나 은마아파트 등 대표적인 재건축단지 등을 중심으로 공공재건축 관련 사전컨설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오랫동안 사업이 정체됐던 이들로서는 공공방식을 통해서라도 사업추진의 해결책을 찾고자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조합원들의 반발이 터져 나온 것을 고려할 때 조금 더 향후 추이를 살펴봐야할 것이다.

재건축에 비해 인기를 모았던 재개발의 경우 들떠있던 초기와는 달리 공공방식의 장단점과 세부규정에 대해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동대문구의 한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공공재개발방식에 대해 개략적인 얼개는 나왔지만 실제 사업추진과 관련된 밀접한 세부기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거의 없다”면서 “구체적인 실무기준이 제시되어야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탁방식 VS 건설사 공동시행

조합이 사업시행자가 되는 전통적인 정비사업방식에서 중요한 점은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지 여부다. 여기서 말하는 안정성이란 법령과 제도변화와 같은 외부환경이 아닌 사업추진에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현실적으로 시공사 선정 이후에나 원활한 사업비 지원이 이뤄지며, 그 이전까지는 정비업체를 비롯한 기타 협력업체로부터 임시적으로 대여해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문제는 시공사를 제외한 협력업체 상당수가 재정적으로 풍족한 곳이 드물어 사업비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타개하고자 나온 방법이 신탁회사를 사업시행자 또는 사업대행자로 선정하는 것이고, 두 번째가 건설사를 공동사업시행자로 선정하는 방법이다.

신탁 방식의 경우 근래 들어 상당수 조합이 채택하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신탁회사를 사업대행자로 선정할 경우 조합이 지닌 부족한 전문성과 자금동원력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대되는 부분은 공사계약 체결과 같은 중요한 업무를 진행할 때 시공사와 대등한 협상력을 보유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한 혜택으로 작용한다.

신탁방식의 또 다른 장점이 있다면 전통적 조합방식에 비해 빠른 사업추진이 기대된다는 점이다. 서울시의 경우 시공사 선정은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가능하다. 따라서 시공사가 지닌 고유의 설계개념을 반영하기 위해선 설계변경 절차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신탁방식을 채택하면 사업시행인가 이전에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따라서 처음 사업시행인가 진행시 시공사측 설계안을 사업계획에 반영할 수 있어 설계변경에 따르는 각종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조합이 기대하는 것보다 큰 수수료 부분이다. 일반적인 협력업체와는 다른 수수료 규모에 반대하는 이도 적지 않다. 그러나 조합을 대신해 각종 인허가 업무와 자금조달 외에도 설계관리, 계약관리, 신축계획, 시공관리, 분양 및 운영계획, 사업성평가 등등 사업전반에 걸친 신탁대행의 장점을 고려할 때 수수료 부분을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신탁방식은 신탁업자가 사업시행자와 사업대행자가 되는 두 방안이 있다. 신탁업자가 직접 시행하는 사업시행자 방식은 재건축·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사업대행자 방식은 토지등소유자 또는 조합원 과반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한편 또 다른 대안으로 제시된 공동시행방식은 시공사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전에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탁방식과 유사하다. 그렇지만 신탁업자와 같은 별도의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아닌 건설사와 공동사업시행자 관계를 맺는다는 것에 큰 차이가 있다.

사실 건설사와의 공동사업시행방식은 초창기 정비사업의 대표적인 사업형태였다. 조합의 단독시행이 자리 잡은 이후 사라졌다가 정부규제로 사업환경이 악화됨에 따라 다시 등장하게 됐다. 초기 공동시행방식과 현재의 방식에 다른 점이 있다면 공사계약의 차이에 있다. 과거엔 지분제가 대세였지만 현재는 도급제로 진행되는 추세다.

 

∥굳이 공공이어야 하는가?

정부가 그간 규제일변도로 박해했던 정비사업을 공급확대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삼은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기성 시가지를 토대로 이뤄지는 정비사업의 중요성을 뒤늦게라도 인정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임대주택 의무공급과 함께 공공기관을 사업시행자로 제한한 방침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최근 공공재개발 추진여부를 논의하는 재개발구역의 추진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말했다. “아니, 왜 굳이 공공을 통해서만 활성화를 시켜준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그냥 이 상태에서 관련 기준만 완화해주면 충분히 잘 갈 수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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