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3구역, 벌금형 받은 약식명령 뒤집고 정식재판서 ‘무죄 판결’

재개발 정비사업에서 용역계약 체결과 관련해 조합원들의 부담 정도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정보가 사전에 제공되었다면, 총회에서 ‘기타 외주 용역비’ 등 포괄적인 예산안 의결을 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 예산액 범위 내에서라면 총회의 대행기관인 대의원회의 의결로 정비사업 수행에 필요한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기타 외주 용역비’ 등 포괄적인 예산안 의결에 기초하여 대의원회가 예산액 범위 내에서 필요한 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이 도시정비법에 위반되는지에 대한 최초의 법원 판단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10월 21일 서울서부지방법원(형사4단독 박용근 판사)은 구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위반으로 기소된 한남3구역 조합장과 조합 상근이사(변호인, 법무법인 클라스 남영찬 대표변호사)에게 당초 벌금(각 150만원 및 70만원)이 발령되었던 약식명령을 뒤집고, “피고인들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고 판결하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조합장 등은 지난 2018년 2월 7일경 ‘석면해체·제거감리 및 건축물 철거감리’ 용역 계약 및 ‘국·공유지 관리계획수립 및 매매계약체결 대행업무’ 계약을 각 체결하였는데, 이것이 구 도시정비법상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사업”을 추진한 것이라는 혐의로 약식 기소되었다. 이에 벌금형의 약식명령이 발령되자 피고인들은 법무법인 클라스를 변호인으로 선임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다.

법원의 무죄판단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였다.

재판부는 “도시정비법상 대의원회는 총회의 의결사항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을 제외하고는 총회의 권한을 대행할 수 있으므로 대의원회는 조합원 전체의 대의기관”이며 “해당 각 계약 체결은 대의원회 의결을 통해 조합원의 의사가 반영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의 예산·회계규정(서울특별시 표준 예산·회계규정 고시 내용과 동일)에 의하더라도 포괄적으로 설정된 ‘기타 용역비’ 예산을 구체화하여 집행하는 것은 대의원회의 권한에 해당할 수 있다”며 “조합원 의사와 무관하게 피고인들의 전횡으로 체결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관계법령 및 2,000동의 노후건물이 있을 정도로 낙후된 이 지역 특성을 보더라도 각 용역계약의 체결 가능성은 조합원들 입장에서도 충분히 예상되는 것이었으며, 2017년도 정기총회에서 이미 조합원들의 부담 정도도 알려졌고 승인을 받았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는 “기존 총회 의결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부담 정도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된 상태에서 장차 그러한 계약이 체결될 것을 의결한 경우에는 사전 의결을 거친 것으로 보아 정비사업의 원활한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조화롭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기존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8도1202 판결 등)의 취지와 궤를 같이한다.

변호를 담당한 남영찬 법무법인 클라스 대표변호사는 “대규모 재개발 정비사업의 성격상 조합이 추진하는 모든 업무의 구체적 내용을 총회에서 사전에 의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따라서 조합원들에게도 실질적으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구 도시정비법을 조화롭게 해석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기타 외주 용역비’ 항목에 따른 예산의 범위내서 체결된 용역계약에 관한 사건에서 최초로 확인하였다는 의미에서 도시정비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나아가 조합원 전체의 대의기관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을 제외한 총회의 모든 권한을 대행할 수 있는 대의원회가 변수가 많은 재개발 사업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 도시정비법령의 취지에 따라 대의원회의 역할과 존재 의의도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남영찬 대표변호사는 “재판부의 경청과 사려 깊은 심리 및 현명한 판단에 감사를 드리고, 아울러 이 판결을 계기로 동일·유사한 상황 하에서의 도시정비 조합의 업무집행이 효율적이고 원활하게 이뤄져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법무법인(유한)클라스는 황찬현 변호사(전 감사원장, 중앙지방법원장), 남영찬 변호사(전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장판사, SK텔레콤 사장)이 2018년도에 설립한 로펌이다. 각급 법원장과 검사장, 부장판사 등을 영입하여 현재 13위 규모로 송무와 자문에 탁월한 로펌으로 알려져 있다. 하용득 변호사(전 부장검사, GS건설 부사장)와 CJ, GS건설 등의 법무팀장을 역임한 정수근, 김종광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건설·도시정비팀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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