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단위계획·안전진단 통과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올해 각오요? 고덕지구 연합회장으로서는 지구단위계획이 주민의 요구대로 받아들여지도록 노력하는 것이고, 3단지 조합장으로서는 안전진단을 무사히 통과하고 조합설립인가까지 받는 것이지요.”

조합의 업무를 보다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이끌 수 있도록 주변 여건이 변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고덕 주공3단지 이윤근 조합장은 2003년을 시작하며 첫 소망을 이렇게 밝힌다. 언뜻 당연한 목표를 말하는 것 같지만, 3단지뿐만 아니라 고덕지구 전체적으로 볼 때 이 두 가지는 어쩌면 사활을 건 절체절명의 목표라는 느낌이 든다. 향후 원활한 재건축사업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기도 하기 때문. 그래서인지 이 조합장은 담담한 표정으로 이런 각오를 말하지만 슬쩍 흘리는 눈길에는 결연함마저 감돈다.

고덕3단지는 임성호 전 위원장이 이끌던 추진위 시절부터 꼼꼼하게 사업을 추진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 이 같은 명성은 임 위원장이 2001년 10월 창립총회에서 통상 추진위원장이 초대 조합장으로 선출되는 관행을 과감히 떨치고 현 이윤근 조합장을 선출하며 더욱 굳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들은 현 집행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는 등 이 조합장을 상당히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조합장은 끝까지 이들에 대해 철저히 잘잘못을 가려 결국 조합원들에게 더욱 신임을 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결국 지금은 당시 목소리를 높였던 반대 조합원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 조합장은 이에 대해 “아무리 반대 목소리가 높아도 절대 물리적 충돌은 없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다”고 밝히며 “아울러 조합원들 중 40% 정도가 반대 의견에 동조하면 깨끗이 물러난다는 각오로 조합 업무에 임했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그는 또 “물론 힘들 때도 있지만 지금 이 자리는 전체 조합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직선으로 선출된 자리인 만큼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내부문제를 해결한 이 조합장은 이제 외부적인 문제와 한판 힘 겨루기를 준비하고 있다. 안전진단 및 지구단위계획 문제 해결이 그것. 특히 그 동안 초미의 관심사였던 지구단위계획은 상반기 중 어떤 식으로든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그 결과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조합장으로 선출돼 지금까지 사업을 추진하며 기울였던 노력의 상징적인 결과물도 될 수 있어 개인적으로 느끼는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최근 서울시가 보이고 있는 모습이 다소 부정적이어서 이 조합장의 심기가 편치 않다. 알려진 바와 같이 고덕지구는 서울시 방침대로 용적률 200%안을 수용하는 대신 층수 부분을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강동구 지구단위계획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서울시가 이 같은 안 마저도 인근 개포지구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자 고덕지구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것.

이윤근 조합장은 “주민들의 양보가 많이 있었고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것도 아닌데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지난해 개포지구의 경우 서울시를 찾아가서 자문을 구해도 아직 본안이 상정되지 않아 답변할 수 없다더니 고덕지구는 아직 상정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언론플레이를 통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은 상식 밖의 행동”이라고 꼬집는다. 이 조합장은 또 “지구단위계획의 의도는 충분히 인정하지만 이를 규제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서울시 관계자들은 직접 현장방문을 통한 실정 파악 후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2003년을 시작하는 지금 고덕지구는 지구단위계획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하는 고비에 서있다.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이윤근 조합장이 이번에는 어떤 모습으로 조합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줄 것인지 우려대신 기대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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