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최초의 관리처분총회 성공에 보람을 느낍니다”

최근 재건축사업을 둘러싼 각종 규제 정책으로 인해 일선 사업장들이 여러 방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올 가을을 지나며 이미 사업승인을 받은 서울 저밀도 아파트단지들이나 수도권 일대 재건축 단지들은 속속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이 같은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광역시를 중심으로 최근 들어 사업추진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는 등 서울 및 수도권에 비해 늦게 재건축사업이 시작된 것이 그 원인이다. 몇 년 전부터 사업을 추진했다 하더라도 경험이나 노하우 부족 등으로 인해 사업추진이 원활하지 못한 측면도 강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부산지역에서 관리처분총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착공을 준비하고 있는 조합이 있어 주변 재건축 단지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사직 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이 그 주인공.

1993년 처음 추진위를 구성해 조합을 이끌고 있는 배옥명 조합장은 10여 년 만에 이 같은 결실을 맺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 배 조합장은 “부산지역에서 대규모 사업장으로 꼽히는 우리 조합이 재건축사업을 최초로 시작한 후 지난 10여년 간 각고의 노력 끝에 이런 결과를 보게 됐다”며 “관리처분총회도 부산에서 최초로 개최돼 주변 사업장의 본보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힌다. 배 조합장은 또 “더욱이 상정된 안건 자체도 만장일치로 통과되는 등 시종일관 순조롭게 진행돼 조합장으로서 보람을 느낀 총회였다”고 덧붙였다.

이번 총회에 대해 배 조합장은 무엇보다 조합원 80% 이상이 참석해 적극적인 참여 모습을 보인 점과 분양가 결정과 전산추첨 방식 등 안건들에 대해 별다른 불만 없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원만히 처리됐던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관리처분총회를 끝낸 조합은 조만간 착공을 예정하고 있다. 시공사는 쌍용건설. 2002년 4월 시공사로 선정된 쌍용건설은 조합원들에게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는 듯 하다. 배옥명 조합장은 “시공사 선정 당시 조합원 92%가 찬성한 바 있다”며 “이상할 정도로 부산지역에서 쌍용건설이 벌인 아파트 사업은 타 회사에 비해 분양도 잘 되는 등 인지도가 높아 조합원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 탓인지 총회 전 본계약 협상도 건교부 표준계약서를 준용해 별다른 갈등 없이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배 조합장은 “특히 마감재의 경우 입주에 즈음해 조합 임원들의 검증을 받아 시공토록 결의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배 조합장은 첫 번째로 ‘담당 공무원들의 전문지식 미흡’을 꼽는다. 10년 전 사업을 처음 추진할 당시만 해도 부산지역은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는 곳이 거의 없다보니 담당 공무원들도 재건축에 대한 지식이 없었고, 구태의연한 자세로 일관해 민원인인 조합과 갈등이 심했다는 것.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종 인·허가 사항에 대해 보완이나 연기 등의 처분을 받기 일쑤였다고 배 조합장은 회고한다. 따라서 배 조합장은 직접 서울의 현장을 찾아 재건축사업 추진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체득하기도 했다.

이렇듯 어렵게 사업을 추진하던 배 조합장은 어느 순간 중요한 전환기를 맞는다. 우연한 기회에 재건련 창립 소식을 접했고 적극적으로 동참해 이곳에서 많은 정보와 도움을 받게 된 것. 배 조합장은 “당시 재건련 활동에 참여하며 부산지역 대표조합으로서 역할에 충실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바르고 투명한 재건축사업을 펼치게 됐다”며 “현재는 이를 토대로 부산지역 각 조합의 집행부들과 잦은 정보 교환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배옥명 조합장은 지방 재건축의 문제점에 대해 보다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토대 마련이 급선무라는 입장을 밝힌다. 배 조합장은 “수도권에 비하면 지방 재건축의 경우 정보나 사업추진 여건상 어려운 점이 한두가지겠냐”며 “담당 공무원들의 잦은 인사이동, 전문직 요원을 양성하는 기관도 없는 실정에서 전문 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배 조합장은 전문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민간단체를 활용, 재건축·재개발 교육을 위탁하는 것도 바람직한 대안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어쨌든 모든 업무를 개방하고 수시로 임·대의원회의를 개최해 많은 사람들이 민주적인 방식으로 조합 업무를 결정,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왔던 배옥명 조합장은 이 같은 원칙 덕에 조합에 대한 불평, 불만을 최소화하고 의혹과 불신이 없는 사업추진이 가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제 본격적인 공사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 조합장은 조합원들에게 “수많은 고통을 감수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됐다”며 “이제는 시공사가 부실하게 공사하는 것만 철저히 막으면 된다”고 밝혔다. 또한 배 조합장은 “조합원 전원이 내 집 짓는데 관심을 가지고 완공시까지 감시·감독을 철저히 해 깨끗하고 튼튼한 집에 건강하게 입주하길 기원한다”고 인사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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