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으로 조합원 감동 이끌어 냅니다”

조명이 꺼지고 장내에 어둠이 깔린다. 그 전까지 시끌벅적하던 총회장은 이내 고요해진다. 이윽고 대형 스피커에서 ‘꽝꽝’ 울리는 강렬한 소리와 함께 총회장 전면 스크린이 차츰 밝아지며 건설사 홍보 동영상이 시작된다.

이 강렬한 소리는 장애물이 없는 널찍한 총회장 공중을 선회하다 좌석에 앉아 있는 조합원을 향해 집중 투하된다. 이와 동시에 어둠 속에서 나온 한 줄기 빛은 스크린에 부딪치며 동영상 화면을 통해 조합원 시선을 사로잡는다. ‘어둠’과 ‘빛’, 그리고 ‘고요함’과 ‘강렬한 소리’라는 극단적 대립 요소는 조합원의 모든 오감을 스크린과 소리에 집중케 한다. 이 순간 총회장 안에는 ‘소리’와 ‘빛’ 그리고 ‘조합원 반응’이렇게 세 가지만 존재한다.

(주)독립군기획의 김길선 대표는 시공사 선정 총회장에서 상영되는 건설사 홍보 동영상을 만드는 영상 전문가다. 홍보 동영상이 상영되는 동안 그는 총회장 한 쪽 구석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스크린과 조합원을 번갈아 주시하며 바짝 긴장해 있다. 동영상이 상영되는 도중, 그의 스트레스 지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애써 만든 홍보 동영상이 기술적인, 또는 조작자의 실수 등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긴장하는데도 동영상이 갑자기 원인 모를 이유로 뚝 끊겨 버릴 경우, 그런 상황을 지켜보는 그 자리는 그에게 바로 지옥이다. 이런 ‘방송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불이 꺼지면 그는 오히려 눈에 ‘불’을 더욱 밝힌다.


박빙 대결서 승부는 동영상에서 갈린다

건설사 홍보활동을 크게 나누면 개별 방문을 목적으로 하는 홍보 도우미 활동과 총회장에서의 동영상 상영으로 나뉜다. 이를 토대로 건설사 측에서는 더욱 다양하고 구체적 방법으로 자사 홍보활동에 들어가게 된다. 홍보 도우미, 동영상 등 이 모든 홍보 활동이 어우러져 조합원들의 표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재건축·재개발사업과 관련해 시공사 선정은 해당 입찰 건설사 관계자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에게도 최고의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시공사 선정에 대한 관심은 김 대표에게도 높을 수밖에 없다. 홍보 동영상 제작의 특성상, 경쟁이 벌어진 홍보전쟁에서 한 쪽 편에 가담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아군의 승리를 기원하는 것은 김 대표에게 당연한 일이다. 욕심이 있다면 홍보 동영상의 위력이 인정되길 기대한다. 입찰 건설사들의 경쟁 구도 하에서 조합원들의 표심을 좌지우지하는 요인 중 하나가 총회장에서 상영하는 홍보 동영상이기 때문이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해 동영상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미 조합원들이 총회장에 입장하기 훨씬 전에 판이 끝나는 경우도 있다. 입찰 제안서 개봉시 사업조건에 상당한 차이가 나게 될 경우에 열세한 사업조건을 제시한 측에서 승산이 없다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다. 또한, 사업조건이 비슷하더라도 홍보 도우미들의 홍보 활동으로 이미 총회장에 들어올 때, 조합원들 표심이 이미 확정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홍보 동영상이 위력을 발휘할 때는 과연 언제인가. 김 대표는 입찰제안서 내용도 엇비슷하고, 홍보 도우미들의 홍보 활동성과 역시 경쟁사와 비슷하다고 할 때, 비로소 홍보 동영상의 위력이 발휘된다고 한다. “경쟁 건설사들의 사업조건이나 개별 홍보 도우미들의 홍보 활동이 서로 용호상박을 하는 박빙의 승부처에서 막판 승부는 동영상에서 결정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면, 홍보 활동에도 아직 한 건설사를 정하지 않은 부동표 조합원들이 많은 경우와 조합원 수가 많은 대단지의 경우 그리고 홍보 도우미들이 많이 활동하지 못하는 경우 등에서는 결국 홍보 동영상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거죠”

홍보 동영상 상영이 시작되면 동영상 기기의 정상적 작동 여부와 함께 조합원들의 반응도 면밀히 살핀다. 5년 여 동안 재건축·재개발 동영상을 만들며 전국 총회장을 누비다 보니 조합원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개표 결과를 미리 감지할 수 있다며 자신의 이력을 자랑한다. “홍보 동영상이 끝날 때쯤 조합원들 반응이 느껴집니다. 이 쪽 일을 많이 하다보니 조합원들의 민감한 표정 변화도 읽을 수 있게 됐습니다. 홍보 동영상이 끝난 직후 박수소리만 들어봐도 어느 건설사가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이 예상이 아직까지 틀린 적이 없었습니다.”


홍보 동영상에도 ‘퀄리티’가 있다

홍보 동영상이 총회장에서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져야 할 부분이 있다. 홍보 동영상에서 보여주는 각종 자료들이 확실한 근거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제안 내용 및 홍보 도우미들이 조합원들에게 알리는 내용들과 홍보 동영상에서 보여주는 자료 내용이 다르다면 이는 신뢰성 부분에서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곧 경쟁사에게 몰표를 가져다 주는 자충수를 두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도우미들의 홍보내용과 동영상의 홍보 내용의 동일하게 하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이런 신뢰성을 주기 위해서는 동영상 제작 과정에서 순발력이 필요하다. 동영상 제작은 대체로 입찰제안서가 공개된 이후에 제작된다. 제안서 공개 후 대략 2주 후 총회를 개최하니 약 2주 기간이 제작기간인 셈이다.

위치적으로 중요한 요지를 수주하기 위한 건설사 경쟁 과정에서는 총회를 하루 이틀 남겨둔 막판에 ‘히든카드’를 제시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총회장에서 홍보 동영상이 상영될 경우 변경된 사업조건과 동영상 내용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2주 전 쯤 만들어 놓은 동영상 내용과 갑작스레 바뀐 내용에서 서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 차이를 없애기 위해 밤샘 작업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이처럼 힘들게 만들어 놓은 동영상을 보고 박수 치며 좋아하는 조합원들을 보며 이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저희 회사에서 만든 동영상을 보시며 벌떡 일어나시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시며 좋아하시던 조합원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 경우 보람을 느낍니다.”

영상은 곧 청각과 시각을 통해 이미지로 사람의 두뇌에 각인된다. 이 이미지를 통해 김 대표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두운 총회장에서 소리와 빛, 그리고 조합원 반응만이 존재하는 홍보 동영상 상영 시간동안 그는 이 세 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한 가지 결과를 낳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아닐까. 그 마지막 한가지는 바로 ‘조합원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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