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변호사 집무실에 들어섰다. 최 변호사의 집무실 한켠에는 ‘破邪顯正(파사현정)’이란 휘호가 표구되어 있었고, 또 다른 한켠에는 법률관련 서적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어 집무실 전체에서 변호사 사무실 냄새가 물씬 풍긴다.

파사현정. 직역하자면 ‘그릇된 것을 깨뜨리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이 휘호가 품고 있는 의미가 변호사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 것이지만, 변호사 집무실에 걸려있으니 이것만큼 변호사 사무실에 잘 어울리는 글귀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변호사는 사회를 다루는 의사

변호사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 최 변호사는 사회를 다루는 의사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몸에서 발생하는 각종 질병을 다루는 사람을 직업적으로 ‘의사’라고 부르는 것처럼, 사회의 각종 문제들을 다루는 의사에 대한 다른 이름이 바로 ‘변호사’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사현정’이란 휘호에 다시 한 번 눈길이 간다.

우리 사회는 변호사라는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을 소위 직업적 상류층으로 분류하며 우러러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다루다 보니 업무적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업무와 관련된 대부분이 아름다운 미담사례와는 거리가 먼, 말 그대로 ‘문제’들이다. 이 같은 업무적 특성은 소송에 임했을 때 승패에 대한 부담감과도 자연스레 연결된다. 민사사건에서 그런 일은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않지만, 형사사건과 관련된 경우에는 변호사들이 의뢰인들로부터 멱살을 잡히는 모습을 주변에서 목격하기도 했다고 전한다. “민사사건의 경우에는 대개 사건이 진행되면서 변호사나 의뢰인이 그 진행 추이를 대략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지만 형사사건의 경우에는 그런 불상사가 벌어지는 것을 본 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런 업무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최 변호사는 업무에 더욱 충실하려고 애쓴다. 재판이 있을 경우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는다. 대신 지하철을 이용한다. 법정으로 가는 지하철 속에서 관련 소송 자료들을 한 번이라도 더 검토하기 위해서다.

변호사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이 소송 의뢰인과의 마찰이다. 이 같은 마찰은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입장적 차이에서 기인한다. 의뢰인들은 자신이 ‘돈 주고’ 고용한 변호사를 통해 법정에서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끝까지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소송의 승패와는 상관없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하지만, 소송으로 가게 되면 승패가 갈리게 마련이다. 의뢰인들이 하자는 대로 했을 경우 패소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최 변호사의 말이다. 재판은 일종의 논리 게임이라는 것. “소송은 법적 논리에 근거한 피고측과 원고측 사이의 논리 게임이다. 의뢰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억지 주장을 하며 무조건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변호사로서 분명히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럴 때마다 의뢰인들은 어째서 자신이 고용한 변호사가 자기 말을 믿지 못하느냐는 식으로 언짢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변호사가 이렇게 문제제기한 부분은 나중에 법정에서 판사 또한 분명히 문제제기를 한다. 따라서, 의뢰인 주장 중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억지 주장이 있을 경우에 변호사의 교통 정리가 꼭 필요하다. 결국 변호사는 법정에서 판결을 내려야 하는 판사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의뢰인들은 변호사들의 이 같은 조언을 잘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최 변호사의 말이다.


무상양여 승소 판결로 주목

최 변호사가 내세우는 전문분야는 재건축·재개발과 부동산 경매 부분이다. 부동산 경매 분야는 ‘변호사와 함께 하는 부동산 경매’라는 이름으로 책도 출간한 바 있다. 일을 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부동산 경매와 재건축·재개발 분야가 전문이 돼 버렸다. 그러다 보니 재판과 함께 각종 단체 및 기관에서 이 분야에 대해 강의 및 상담·자문을 하기도 한다. 재건축·재개발은 모 건설사의 자문 변호사 역할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공부도 됐고 결국 전문가도 됐다.

재건축·재개발 전문분야 변호사로 일하다 보니 조합 분쟁 사건도 많이 상담을 하게 된다. 조합 내부에서 분쟁이 발생한 경우 대부분 감정싸움으로 비화되게 되는데, 이 경우 현실적으로 법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최 변호사는 필요없는 소송은 적어져야 한다고 밝힌다. 어떻게 하면 필요치 않은 소송이 줄어들 수 있을까. 최 변호사는 “조합 운영에 있어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다. 소송은 적을수록 좋다. 법적 근거와 합리적인 기준으로 당사자 간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다. 조합의 경우 모든 업무를 법과 근거 규정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시켜 자료 공개를 요청하면 떳떳이 공개하고 그에 대한 설명을 해 주면 된다. 조합 내분이 발생하기 전단계로서 확인되지 않은 의혹과 유언비어가 난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이 계속해서 업무 과정 및 진행 내용을 숨기려고만 하면 그에 따른 의혹과 불신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어 조합 내분으로 자연스레 연결된다”는 충고를 잊지 않는다.

한편, 최 변호사는 작년에 한 지역조합이 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무상양여와 관련한 첫 승소 판결을 서울행정법원에서 이끌어 내기도 했다. 물론 주거정비법이 시행되기 전에 주택건설촉진법과 국토계획법을 근거로 진행된 것으로 주거정비법 규정에 의한 것은 아니었지만 구체적인 근거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무상양여 신청권을 인정받은 것이라 그 법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9월에는 주거정비법 규정을 통해 무상양여 부분으로 서울행정법원에서 또 다른 승소를 이끌기도 해 무상양여 부분과도 인연이 깊다.

‘변호사란 사회 문제를 고치는 의사’라는 생각을 가진 최 변호사가 이 직업에서 갖는 또 다른 보람 한가지. 상담을 하면서 문제 해결방법을 찾았을 때의 의뢰인 얼굴을 바라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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