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4년 6월 한국통신이 최초로 인터넷 상용서비스를 개시한지 10년이 흐른 지금, 인터넷은 누구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우리 생활 속을 파고들었다. 인터넷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이젠 우리 생활에서 뗄레야 뗄 수 없게 됐다. 인터넷은 ‘정보고속도로’이다. 그것도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향으로, 정보의 소비자와 공급자가 구분되지 않은 채 무서운 속도로 달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인터넷의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는 곳이 있다. 재건축·재개발 등 주거환경정비사업 영역에는 인터넷 활용도가 다른 부문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웬만한 개인들조차 홈페이지를 만들어놓고 정보를 교환하는 게 상례이지만, 유독 조합이나 추진위 가운데는 홈페이지가 없는 곳들이 더 많다. 혹 만들어 놓은 곳들이라고 하더라도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곳들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왜일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 재건축·재개발사업이다. 사업 추진과정에서 크고 작은 불협화음이 떠나질 않고, 갖가지 송사도 끊이질 않는다. 총회라도 한 번 열릴라 치면 안건처리보다는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사람들로 원활한 회의진행이 불가능한 경우도 다반사다. 오프라인이 이 모양이니 온라인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조합이나 추진위가 구축해놓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속된 말로 전혀 근거 없는 자신만의 주장으로 ‘도배질’되는 게 대부분이다. 정보공유를 통해 신뢰를 쌓아 사업을 보다 원만하고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고자 구축한 홈페이지가 오히려 발목을 잡는 꼴로 전락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합이나 추진위에서 적극적으로 인터넷을 활용하길 꺼리게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은 피할 수 없다. 우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추진위원회의 주요한 업무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반드시 인터넷만을 통해 공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인터넷을 통한 공지가 가장 효과적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홈페이지를 운영하자니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효과적인 관리가 어렵고 무분별한 댓글로 인해 득보다 실이 많게 느껴지고, 하지 않자니 정보공개의 원칙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대에도 뒤떨어진 듯한 느낌을 받는 게 조합이나 추진위의 고민이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는 곳이 바로 주거환경연합 조합정보화지원단이다.

조합정보화지원단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것은 지난해 8월부터이다. 이제 8개월 남짓 지났을 뿐이지만, 벌써 25개 조합과 추진위의 홈페이지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고, 또 그 이상의 홈페이지 제작의뢰를 받은 상태이다. 금년내로는 최소 150여 곳 이상의 홈페이지를 구축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단순히 무료로 제작해주기 때문에 정보화지원단에 홈페이지 제작을 의뢰하는 조합·추진위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운영까지 책임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정보화지원단 전병완 단장은 “조합운영에 대한 제반 정보를 조합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상호 신뢰를 두텁게 만들뿐만 아니라 조합과 조합원, 조합원과 조합원 사이에 상호 이해와 토론이 펼쳐지고, 가장 합리적으로 의견을 수렴하여 사업이 추진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홈페이지”라고 말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합리적으로 주거환경정비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정보공개의 원칙과 조합원에 의한 업무추진이 될 수 있도록 서로 인정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바로 조합정보화지원단이 홈페이지 무료제작사업을 펼치는 이유이다.

홈페이지 운영의 가장 큰 원칙은 정보공개. 전 단장은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보는 곧 조합원들의 재산”이라며 “이 재산을 풍족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참여와 믿음,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조합원 스스로 자신의 의견뿐만 아니라 다른 조합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다수의 의견으로 결정된 사항이라면 자신의 의견과 다르더라도 인정하고 따라야 하며, 통신기능으로서의 법적 인정을 하는 것이 습관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홈페이지를 통한 공지사항과 의견 토론은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다 많은 조합원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화합’을 이뤄 궁극적으로 사업성공의 밑거름이 된다는 게 전 단장의 믿음이다.

지금으로서는 조합과 추진위에 대한 무료 홈페이지 제작사업에 머물고 있지만, 정보화지원단이 꾸고 있는 꿈은 이것만은 아니다. 현재의 조합홈페이지는 사업이 끝나면 입주자들의 홈페이지가 될 것이고, 그것은 곧 전국의 아파트단지를 하나로 묶게 될 것이다. 주거환경연합의 설립 목적 가운데 하나가 ‘살기 좋은 주민공동체 조성’에 있듯, “재건축·재개발사업도 살기 좋은 주민공동체를 만드는 사업에 다름 아니다.” 주거환경연합 조합정보화지원단과 함께 꿈을 이루기 위해 참여하는 조합·추진위가 늘어갈수록,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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