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은 단순히 현재 노후된 건축물만을 위한 사업이 아닌 미래를 내다봤을 때 꼭 필요한 정비사업입니다. 이제는 주택공급보다는 관리에 중점을 둬야하는 시대입니다.”

정부에 리모델링 사업 관련 대책마련을 촉구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추진연합회’ 유동규 회장(분당 한솔마을 5단지 리모델링 주택조합위원회 조합장). 유 회장은 리모델링을 단순히 근시안적인 주택노후화 대책으로 보기보다는 주택수요자 감소가 예상되는 미래를 위한 주택정비사업의 하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환경의 파괴 없이 진행되는 사업의 특성상 현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실용ㆍ녹색정책에 부합하는 유일한 정비사업이라고 말한다. 

“재건축ㆍ재개발은 환경훼손이 필연적이며 앞으로 출산률 감소, 주택소유에 대한 인식 변화 등으로 주택수요자가 감소하면 일부를 제외하고는 미분양 사태가 속출할 것이 뻔합니다.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의 노후화 문제가 드러난 지금, 미래를 대비한 주거환경개선사업의 대안인 리모델링 관련 대책이 시급한 때입니다.”

1990년 전후로 지어진 1기 신도시 아파트는 현재 주택 노후화로 인해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주차공간 부족으로 인한 무질서한 이중주차나 녹물이 나오는 노후 배관, 열효율성 저하로 인한 난방비 증가 등은 이미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유동규 회장은 “노후화가 심한 모 단지에서 공동배관이라도 수리하자는 중지가 모여 정비를 시작했지만 한 곳을 고치면 다른 곳의 문제가 발견돼 결국 수리를 포기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며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시급할 정도로 주거환경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지만 정부는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솔마을 5단지, 매화 1ㆍ2단지 등 분당지역 6개 단지와 목련 2ㆍ3단지 등 평촌지역 5개 단지, 중동 반달마을 등 12개 단지는 리모델링에 대한 뜻을 모아 7월 20일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추진연합회’를 창립했다. 연합회에 참가한 가구수만 해도 1만5000가구 이상. 리모델링에 대한 신도시 지역 주민들의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연합회는 지난달 31일 ‘신도시 리모델링 지원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국토해양부 내 리모델링 전담부서 구성 ▲수직증축 허용 ▲일괄적인 전용면적 30% 증축 제도 개선 등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략ㆍ계획적으로 구성된 신도시가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리모델링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연합회는 먼저 공간의 안정적인 확보와 수익성 증가를 위해 수직 증축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법상 리모델링은 30%의 수평증축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는 동간 거리가 짧은 단지의 경우 활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주거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유동규 회장은 “3~4개 층을 더 올려도 기존 아파트에 하중이 전달되지 않는 공법을 사용하면 안전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며 “정부 등 일각에서 리모델링 시 수직증축이 안전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하지만 15년 이상 된 기존 건물의 데이터가 있는 만큼 오히려 신규로 건설하는 건물보다 안전성을 확보하기 용이하다”고 강조했다. 연합회측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건축기술사협회에 리모델링 시 수직증축 안정성 문제 검토를 의뢰한 결과 문제가 없다는 의견서를 받아 국토해양부에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연합회는 또 현재 일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전용면적 30% 증축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법을 적용해 리모델링을 한다면 사업진행 후 소형 평형과 대형 평형의 차이가 더욱 심화되는 만큼 소형 평형에 대해서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 회장은 “소형 평형 가구는 리모델링에 대한 욕구가 강함에도 불구하고 비용대비 개선 효과가 크지 않아 망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소형 평형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한다면 저소득 계층이나 신혼부부들이 소형 아파트를 구매해도 ‘살만한 집’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리모델링 사업이 통일된 법률 없이 다양한 법에 적용을 받고 있는 것과 정부 부처 내 담당 부서조차 없다는 사실도 문제로 제기됐다. 유 회장은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리모델링 사업이 건설시장의 50~7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관련된 법들도 체계적으로 발달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개발도상국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리모델링 사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법규를 정비하고 사업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또 “정부 부처 내 리모델링 전담 부서가 없어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새롭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며 “국토해양부 내 리모델링 전담부서를 구성하고, 나아가 민ㆍ관ㆍ학계로 구성된 TF팀을 구성해 리모델링 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건축법과 주택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리모델링 관련법을 특별법으로 단일화하고, 정부부처 내 담당 부서를 만들어 사업의 용의성을 확보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제기ㆍ공감하고 있는 리모델링 관련 문제들을 개선해 국민들이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생각할 때 리모델링 또한 염두에 둘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고층ㆍ고밀도 아파트가 노후 됐을 때 재건축이냐 리모델링이냐의 문제를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조건을 갖춰놓자는 것입니다.”

“1기 신도시 아파트는 한국의 모든 아파트들이 미래에 겪게 될 문제를 가장 먼저 겪고 있는 것”이라는 유동규 회장. 유 회장은 앞으로 구성 예정중인 서울지역 리모델링 추진연합회와의 공조를 통해 국민들에게 리모델링 사업의 필요성을 알리는 한편, 정부의 대책 마련 촉구에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연합회의 이후 행보와 정부의 반응에 더욱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김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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