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가출 한 후 홀홀단신으로 현대가(家)를 일으킨 고 정주영 회장. 생전에 남긴 다양한 일화 덕분에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정 회장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문구가 있다. 정주영 회장이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고 알려진 ‘해봤어?’라는 질문이다.

“많은 주민들이 재개발을 원하고 있었지만 처음에는 문화8구역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제한 사항들 때문에 건설업체 등에서도 이렇다할 관심을 보이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들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예전부터 고 정주영 회장이 자주 이야기했다는 ‘해봤어?’라는 말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탓에 노력해 보지도 않고 미리 포기하는 자포자기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어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고사위기’까지 이야기되고 있는 지방 정비사업시장에서 어느 곳보다 힘차게 재개발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대전 문화동8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천대흥 위원장. 천 위원장은 지난 2006년부터 추진위 사무장으로서 열악한 문화8구역의 사업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오다가 지난 9월 3일 총회에서 새롭게 추진위원장에 선출돼 본격적인 사업진행을 위한 힘찬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대전시 중구 문화동 435-42번지 일대 10만661㎡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문화동8구역 재개발사업은 용적률 193%를 적용해 최고 18층 이하 공동주택 1193세대 및 부대복리시설이 건축될 예정이다. 하지만 문화동8구역이 처음부터 이와 같은 정비계획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본계획은 수립됐지만 사업지에 마땅한 진입로가 없는 등의 문제점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구역 전체가 보문산 일대 최고고도지구로 지정돼 있어 층고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천대흥 위원장은 최고고도지구해제를 위해 보문산 일대 재개발구역 모임인 보문산연합회와 연대해 대전부시장·중구청장 및 지역국회의원들과 끊임없이 만나며 이와 관련된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공청회·공개토론회 등에서 꾸준한 의견개진으로 최고고도지구 해제를 이끌어 내는데 일조했다. 또한 불안정한 진입로 확보를 위해 대전교육청과의 협의 끝에 교육청 부지를 구역으로 편입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렇게 사업성 확보를 위해 활동하는 중에도 건국대학교와 주거환경교육원이 진행하는 재건축·재개발사업 전문가 양성을 위한 주거환경정비사업 전문가과정을 수료해 주거환경정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주거환경연합 정비사업 관련 강의 등을 수강하기 위해 서울까지 왕래하는 등 개인적인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요즘 대부분의 시공사들은 사업성이 뛰어난 특별한 일부 구역을 제외하고는 수원이남 지역은 관심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 시공사들이 사업에 참여하고자 마음먹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시·구 등에서 해줄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추진위 차원에서 좋은 환경을 갖출 수 있을만한 비전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천대흥 위원장에 따르면 2010년 대전시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 포함된 정비구역 중 현재 사업이 추진되는 곳은 50여 곳 미만. 나머지 구역은 다시 2020계획에 편입돼 대전시에서도 얼어붙은 지방 정비시장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수요·공급이 맞지 않는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미분양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건설업체나 조합·추진위 모두 사업을 진행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천 위원장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건설회사 등에서 재직한 그동안의 경험과 주거환경 전문가과정 교육 시 구축한 다양한 인적네트워크 등을 활용한 다양한 정보를 통해 사업비전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비사업은 위원장 개인을 위한 사업이 아닌 주민 모두를 위한 공공의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진위에서는 투명하게 사업을 진행하는 한편, 많은 주민들이 재개발사업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홍보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주민들이 재개발이 자신의 삶의 질 향상 및 재산증식을 위한 사업이라는 주인의식을 갖고 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편견·오해 없이 함께 사업을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구역지정이 고시되면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서 징구, 조합창립총회 전에 주민들을 위한 사업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는 천대흥 위원장. 지방이라는 지리적 한계 등으로 인한 힘든 여건 속에서 힘차게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천 위원장의 마음과 오래 전부터 재개발을 열망해 오던 주민들의 의지가 하나로 모여 문화동8구역이 어려운 지방 정비시장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사업장으로 남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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