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형 회장
MB정권이 들어선 이후 규제 완화 등으로 재건축·재개발이 호재를 맞고 있다. 오랜 시간 주춤했던 서울 강남·고덕과 경기 과천 등의 정비사업장이 활성화됐으며, 각 구역마다 시공사 선정에 박차를 가해 ‘시공사 선정 러시’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 서울 및 서울 근교 수도권 사업장에만 국한되는 말이다. 지방 정비사업 시장이 ‘고사(枯死) 상태’라는 말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정비사업에 대한 호재 속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여전하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1조를 통해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주거생활의 질을 높이는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구 지역에서는 도정법으로 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구역이 한 곳도 없는 현실입니다.”

지방 정비사업 고사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대구지역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대구광역시주거정비사업추진위원장발전협의회(이하 협의회) 이문형 회장. 이 회장은 대구지역 정비사업 현황을 이야기하며 “도정법에서 목적으로 밝히는 것처럼 무엇보다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해 사업을 진행하려고 하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에 많은 사업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대구시가 2006년 6월 최초로 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한 곳은 총 273개 구역. 이들 구역 중 현재 추진위원회가 승인된 곳은 118개 구역이며 정비구역이 지정된 곳은 44개 구역, 조합승인이 된 곳은 20개 구역이다. 특히 조합이 승인된 구역들 중 사업시행인가가 승인된 곳은 재건축 사업장 6개 구역과 주거환경개선사업 사업장 3개 구역 등 총 9개 구역으로 재개발 구역은 전무한 실정이다. 관리처분이나 착공 단계에 이른 구역은 한군데도 없다. 어떠한 이유일까.

“서울·수도권과 지방은 확연하게 다른 기본적인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 등 모든 법을 똑같은 잣대로 적용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각 지방의 현실을 반영해 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이문형 회장은 대구시 정비사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법과 규제’를 지적한다. “건물이 새롭게 지어져도 미분양이 속출하는 상황 속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모든 조건을 똑같이 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 지방의 경우 서울과는 달리 대부분의 토지등소유자들도 부유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용적률이나 건폐율, 세입자주거대책비 등을 서울과 똑같이 적용해 사업주체조차 부담이 막대하다는 것이다.

사업성이 악화됨에 따라 시공사 등 협력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서지 않고 있는 현실도 문제로 지적된다. 사업의 특성상 많은 자본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비업체나 시공업체들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사업추진 자체에 위기를 맞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이문형 회장은 “건설업체 등 모든 협력업체들도 이익 추구를 위해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지금과 같은 현실 속에서 수주에 소극적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처사일지도 모른다”며 “지방 정비사업 시장의 경우 투기 과열 우려 등도 적은 만큼 관련 업체들이 사업에 참여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 등 사업 참여 유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업여건이 점차 악화됨에 따라 사업기간 또한 길어져 주민갈등도 심해지고 비용 부담도 극대화되고 있는 등 각 사업장마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협의회는 서울에서 주거환경연합 등이 진행하는 정비사업 관련 강의도 듣고, 현재 활성화되고 있는 수도권 사업장도 두루 살펴보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주민 이익 극대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예정입니다.”

현실적인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앞으로도 ‘조금 더 나은 사업’을 위해 전진하겠다는 이문형 회장. 이 회장의 열정이 얼어붙은 대구 정비사업시장을 녹일 수 있는 불씨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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