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이 범람해 마을이 폐허가 돼 동제(洞祭)를 지낼 때 푸른 사슴이 나타나 냇가에서 목욕을 한 후 풍년이 들었다."

지하철 1호선 녹천역 4번 출구 앞으로 보이는 표지석. 그 안에는 '녹천마을'의 전설이 담겨 있다. 두 가닥으로 시작된 하천이 하나로 합쳐지는 모습이 마치 사슴머리에 난 뿔 모양 같아 '녹천'이라 이름 붙여진 이 마을은 예로부터 기름지고 풍요로운 땅으로 유명했다.

중랑천과 초안산 근린공원도 인접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자랑하는 녹천마을은 이제 '월계4구역'이라 불리며 재개발사업을 통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한 행진의 선봉에서 이상묵 월계제4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장이 고군분투중이다.

월계4구역은 재개발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곳이다. 가장 주된 원인은 용도지역이 '자연녹지지역'이라는 것.

자연녹지지역은 도시의 녹지공간의 확보, 도시 확산의 방지, 장래도시용지의 공급 등을 위해 보전할 필요가 있는 지역으로서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인 개발이 허용되는 지역이다.

따라서 도시계획조례로 따로 층수를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4층 이하의 건물만을 건설할 수 있어 정비사업을 추진하는데는 최악의 용도지역이라 해도 무방하다.

"장마 때는 집이 무너질까 걱정일 정도로 주택 노후도가 심각한 만큼 빠른 재개발사업추진이 필요한 구역입니다. 그리고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연녹지지역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이상묵 조합장이 사업을 추진하며 가장 염두에 둔 부분은 바로 용도지역을 변경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업계관계자들 조차도 "일반적으로 자연녹지지역을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설사 변경하더라도 한 단계만 조정이 가능해 1종주거지역으로 밖에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을 만큼 쉽지 않은 과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조합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노원구청과 서울시청을 수도 없이 오가며 담당자들을 직접 만났고, 그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려 불철주야 노력했다.

그렇게 2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땀흘린 결과 이 조합장은 월계4구역의 용도지역을 '자연녹지지역'에서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2단계 상향하는 쾌거를 이뤄내고 말았다.

이 조합장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의 발전과 오랜 시간 함께 해온 가족 같은 조합원들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며 멋적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싸움을 해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노원구 월계동 672번지 일대 2만3,525㎡를 재개발하는 월계4구역에는 이제 용적률 180%를 적용해 평균 7층 규모의 공동주택 10개 동이 신축된다.

노원구청도 사업추진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고 있고, 주민들도 특별한 반대 없이 조합을 ale고 따라주는 만큼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월계4구역이다.

이에 대해 이상묵 조합장은 "구에서도 우리 구역에 재개발사업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 든든하다"며 "조합원들도 자연녹지지역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조합에 따뜻한 격려를 보내며 힘을 보태주고 있다"고 말했다.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 그에게서 자신감이 느껴지는 이유였다.

1990년 3월 재개발 사업에 첫발을 내딛고 오랜 시간 표류해 오던 월계4구역은 2007년 이 조합장이 지휘봉을 넘겨받으며 조합을 설립한 후 어느덧 건축심의까지 끝내고 사업시행인가를 준비중이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투입돼 보란듯이 위기를 극복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낸 이상묵 조합장. 월계3구역의 해결사 이상묵 조합장의 모습에서 폐허가 된 녹천마을에 풍년을 가져온 전설 속 푸른 사슴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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