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남 개포지구 재건축 단지 주민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대규모 항의집회를 했다는 뉴스를 보고, 재건축 조합원들이 더 많은 이익을 보기 위한 집단이기주의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추운 날씨에 오죽하면 저런 항의집회에 참석을 했을까 답답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이런 상황까지 발생하게 된 주된 원인은 서울시의 무리한 소형주택 확대 정책 때문이다. 서울시에서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주택 확대방침으로 강남 개포지구 재건축 단지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재건축으로 새로 짓는 재건축 아파트에 기존 소형주택 가구수의 절반을 소형주택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고 원주민 재정착 등을 위하여 소형주택 확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소형주택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절차와 시기가 있는 것이고 상식수준에서 납득할만한 협상의 수준이 되어야 하는데 서울시 조례 변경을 통한 정확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도 없고 그저 칼 자루 쥐었다고 칼을 마구 휘두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건축 사업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해야 하는데 재건축은 민간주택에서 민간 조합원들이 자신의 집을 허물고 새로 짓는 민간주택 사업이다. 서울시에서 재건축 사업을 위하여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규제만 존재하는데 이 규제도 공공성을 위하여 피해를 주지 않는 적정 수준에서 해야 함에도 현재는 과도한 규제를 하고 있고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소형주택 확대는 정부와 서울시에서 책임을 가지고 이끌어 가야 하는 공공사업이다. 민간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이 서울시의 소외계층과 서민을 위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줄여야 할 이유는 없다.
물론 더불어 사는 세상, 같이 잘 사는 세상을 위하여 탐욕을 버리고 서로 조금씩 더 베풀면서 살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발적 참여가 되어야 하고, 윗물에서 아랫물로 흘러 내려와야 하는 것이다.

만약 대통령부터 퇴임 후 소형아파트에 거주하고, 소형아파트를 확대 추진하는 서울시장부터 소형아파트에 거주하며, 국회의원들도 그렇게 하면서 점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마음의 여유에서 시작이 된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재건축 정책권한을 내가 가지고 있으니 소형주택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하여 재건축 조합원이 더 손해보고 그냥 내가 시키는 데로 해 라고 하면 과연 순순히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할 재건축 조합원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아마 지금처럼 이렇게 몰아 부치면 재건축 조합원들은 더 이상 재건축 사업진행을 하지 않고 그냥 시간과의 싸움을 할 것이다.

재건축 사업이란 조합원들의 이익이 우선이 되는 사업인데 손해를 보거나 이익이 더 줄어든다면 당연히 사업진행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고 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이렇게 재건축 단지들이 시간과의 싸움에 들어가게 되면 결국 피해는 재건축 조합원들보다는 서울시와 소형주택이 필요한 서민들이 보게 될 것이다.
물론 못 견디는 일부 재건축 조합원들은 급매물로 던지면서 재산상 손실을 볼 수도 있지만, 아마 대부분 조합원들은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확실한 수익이 확보될 때까지 그냥 기다리는 선택을 할 것이다.
안 그래도 주택공급 부족이 심각한데 뉴타운 제동으로 재개발을 통한 주택공급이 사실상 막혔고, 재건축까지 진행이 안되면 서울의 주택공급 부족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나마 안정된 부동산 매매시장까지 자극하면서 2-3년후 박원순 시장 임기말기에는 정말 겉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공공성격이 강한 소형주택 공급의 책임은 정부와 서울시에 있음에도 LH공사, SH공사 부실문제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민간조합원한테 떠넘기고 있는 상황인데, 정부와 서울시는 더 이상 조합원한테 공공성격의 소형주택 공급책임을 떠 넘겨서 부당이득을 취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도시환경과 공공성, 주택 멸실로 인한 인근지역 주택 수급문제 등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빠른 재건축 사업추진을 통한 도심 주택공급의 물꼬를 터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인만 소장 / 김인만부동산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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