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현 변호사 / 법무법인(유) 현

1. 사안의 개요

재개발 조합의 조합원 갑은 분양신청 기간 동안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서 청산자가 되었다. 조합은 수용재결 절차를 거쳐서 갑 소유 부동산의 소유권을 확보하고 명도 소송을 제기해서 1심에서 승소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갑은 1심 판결 후 항소하면서 강제집행정지결정을 받아내서 항소심 판결 선고 후에야 인도 및 철거가 진행되었다. 이에 해당 조합은 위 갑의 강제집행정지결정으로 인해서 이주 철거가 지연되었던 117일 기간 동안에 조합에 발생한 이주비 금융비용 상당의 손해액을 일할 계산해서 갑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이 있는지 여부

근저당권에 기하여 담보권의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가 진행되던 중, 채무자가 채권자를 상대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본안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이를 근거로 민소법 제505조의 청구에 관한 이의의 소에 준하여 동법 제507조 제2항에 의한 잠정처분으로서 경매절차를 정지하는 가처분을 받아 그에 따라 경매절차가 정지되었다가 그 후 위 본안소송에서 채무자의 패소 판결이 선고 확정되었다면, 그 법률관계는 부당한 보전처분 집행의 경우와 유사하여, 그 잠정처분에 의하여 경매절차가 정지되고 그로 인하여 채권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잠정처분을 신청한 채무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 있음이 추정되고 따라서 부당한 경매절차 정지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위 법리에 비춰 보건대, 원고 조합이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인도 청구 소송이 원고 승소로 확정된 사실, 피고의 강제집행정지신청으로 인하여 강제집행정지결정일인 2017. 5. 22.부터 위 인도 청구 소송의 항소심 판결 선고 시인 2017. 9. 15.까지 강제집행절차가 정지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의 강제집행정지신청은 부당하고 이를 신청한 피고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음이 추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위와 같이 부당한 강제집행정지로 인하여 원고 조합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정당한 재판 청구권 행사라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재판청구권의 행사도 상대방의 보호 및 사법기능의 확보를 위하여 신의칙에 의하여 규제된다고 볼 것이므로, 피고가 잘못된 법률적 판단으로 부동산 인도의무가 없다고 믿고 그 이행을 거부하며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부동산 인도 의무 불이행이 위법하지 않다거나 그에 관하여 피고에 고의 과실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부동산의 인도 지연으로 인하여 원고 조합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기타 제반 사정을 보면 정비사업 시행 구역 내 모든 건축물에 대한 철거 신고 완료 후에야 착공신고가 가능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 조합으로서는 관리처분계획 인가 고시에도 불구하고 그 인도를 거부하고 부동산 인도 판결에 대하여 강제집행정지결정이 내려진 상황에서 종전 건축물 철거에 착수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에서 피고 외에 다른 부동산 소유자들이 인도를 거부하고 있었던 사정은 이 사건 정비사업 지연의 공동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이유로 사업 지연과 이 사건 강제집행정지 사아의 인과관계를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애초 원고 조합에서는 강제집행정지 결정으로 인해서 이주 철거가 지연된 117일 동안의 이주비 금융비용 상당 총 6억 2천 정도를 청구했으나, 재판부에서는 피고에게 이주 지연을 할만 한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하더라도 원고 조합이 입은 손해 전부를 피고 1인으로 하여금 배상토록 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고, 이 사건 부동산의 면적이 전체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어서 피고의 귀책으로 인한 손해를 경합된 다른 사정과 구분하여 정확한 산정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여 피고의 책임을 10%로 제한하여 약 6,000만원 정도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3. 결어

재건축 사업에서 조합원들을 상대로 한 이주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인정 대법원 판결이 내려져서 이슈화된 적이 있으나, 위 판례는 재개발 사업에서 청산자들을 상대로 한 이주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판례인 바,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앞으로는 재개발 구역에서 청산자들이 수용 재결 후에도 인도 거부하면서 특히 사법권을 악용해서 강제집행정지 결정 등을 통해서 무한정 시간 끄는 전략을 고수할 경우에 조합 입장에서는 위 판례 등을 원용해서 해당 청산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고, 그 인정 금액 역시 상당 부분은 책임 감액이 되긴 했지만 원체 이주비 금융상당 금액이 크므로 적어도 수천 만원 단위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바, 이 점을 잘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문의 02-2673-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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