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기존 대책 연장선에서 공급 확대 검토 방침”

올 해 주택시장은 작년 12·16 부동산대책의 풍선효과로 수도권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등 대책을 내놓으면 주춤하다가 다시 급등하는 양상이 반복됐다. 7·10대책과 8·4대책 이후 집값 상승세가 멈췄지만 곧바로 상승세가 이어졌고, 강북 중저가 단지와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24차례에 이르는 부동산 대책이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대출 규제 강화 및 규제지역 확대 등 가격 급등에 놀란 수요 억제 처방이 지속되면서 오히려 주택시장을 크게 왜곡시켜 부작용을 양산했다는 것.

부동산 정책은 서민과 중산층에게 가장 피부로 와 닿는 분야이기에 제도를 마련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과연 부동산정책의 수장인 국토교통부 장관의 교체카드가 넝마가 된 주택시장을 살릴 수 있을까?

 

∥청와대,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 내정

지난 4일 청와대는 4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안을 발표했다. 그 중 가장 큰 이슈는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 건이었다. 김현미 장관 후임으로 변창흠 LH공사 사장이 내정됐다.

청와대는 변 후보자에 대해 학자 출신이면서도 공기업 수장으로서 주택공급과 신도시 건설 등을 직접 담당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것으로 평가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김현미 장관 교체 이유에 대해 보다 현장감 있고 현실성 있는 체감형 정책들을 발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현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정책 전문성으로 현장과 소통하면서 국민 주거문제를 보다 정확하게 진단해낼 것”이라며 “기존 정책 효과를 점검하고 양질의 주택공급을 가속화하는 등 현장감 있는 주거정책을 만들어 서민주거 안정,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국민적 염원을 실현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토부 장관 교체에 대해 청와대는 ‘경질’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24차례에 걸친 주택정책에도 불구하고 깊은 수렁에 빠른 부동산 시장을 고려하면 청와대 발표에 동의할 이는 많지 않을 듯하다. 상승세가 멈추지 않는 아파트 가격과 유례없이 높아진 전세난 등을 보면 변화의 필요성은 감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변창흠 후보자, 공공에 의한 주택공급 ‘강조’

변창흠 국토부장관 후보자는 2017년 SH공사 사장에 취임했으며, 작년 4월 LH공사 사장에 올랐다. 변 후보자는 LH공사 취임 이후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 3기 신도시 건설, 도시재생뉴딜 등 정부 주요 정책을 수행했다. LH공사가 부동산 정책 시행의 주요 역할을 맡아온 만큼 변 후보자 역시 국토부 정책에 대한 이해도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변 후보자가 주택토지실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서울 도심 주택공급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국토부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대책의 연장선상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서울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공급확대 방안에 초점을 두고 있어 정비사업 활성화가 내심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이 기존 공공에 의한 정비사업 활성화에 그칠지, 외면했던 민간 영역 정비사업 활성화로 나아갈지 두고 볼 일이다. 다만 변 후보자의 과거 행보를 살펴볼 때 조합 방식의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변 후보자는 과거 학술지에 ‘경제민주화와 부동산정책’이라는 제목으로 정비사업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변 후보자는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공공 부문의 적극적인 규제와 조정의 역할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정비사업의 경우 전국적으로 공공 부문이 우선 지원할 지역을 평가해 선정하고 이를 수행할 전문기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한다.

또한 민간 영역에서 주로 이뤄지는 부동산 개발사업에서도 공공의 필요성을 주문하기도 했다. 과거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공공의 역할이 형식적인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것에 그쳤던 것에서 벗어나 공공이 적극적인 관리자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 이와 같은 과거 의견을 고려할 때 공공에 의한 주택공급 확대론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 정비사업 활성화, 한계 뚜렷”

‘기존 대책의 연장선에서 검토한다’는 국토부 관계자 발언을 고려할 때 조합 방식의 정비사업에 대한 냉대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과연 공공을 통한 정비사업이 당초 목표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공공을 통한 정비사업 활성화가 당초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이란 예상은 어렵지 않다.

먼저 공공 재건축의 경우 5만 세대 건립을 목표로 야심차게 출발했다. 하지만 영향력이 큰 은마아파트와 잠실5단지 등 대규모 재건축 단지가 일치감치 참여를 포기함에 따라 시작부터 좌초할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기부채납 비중 최소화 및 기본형 건축비 적용 등 추가 인센티브를 검토하고 있지만 얼어붙은 민심을 되돌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분양가 상한제나 초과이익환수제 등 강력한 규제철폐 정도의 당근책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공공 재개발의 경우 지난 9월 시범 사업지 공모에 약70곳이 신청해 청신호를 밝히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장밋빛 기대와 달리 구체적인 세부기준에 있어서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전문 인력이 많지 않은 LH공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수십 곳의 정비사업을 모두 관리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점도 남아있다. 결국 공공 재개발 관련 규정이 완비되기 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또한 세부 규정이 마련된다 해도 실제 사업추진이 가능한 현장은 소수에 지나지 않아 공급 확대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결론적으로 공공에 의한 정비사업 활성화는 태생적으로 한계점이 명확하다. 실질적인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조합 방식의 정비사업 활성화로의 정책변환이 필요하다는 것.

이와 관련 변 후보자는 민간 재건축·재개발사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경우 시장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불허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민간 정비사업을 꼭꼭 틀어막는다면 양질의 아파트에 대한 희소성으로 인해 가격이 오르는 부작용은 지속될 것이다.

규제가 완화되면 일시적으로 수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할 수 있지만 지속적인 공급확대가 이뤄진다면 이내 잠잠해질 것이다. 변 후보자로 하여금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혜안이 깃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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