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공공에 의한, 공공을 위한 도시정비사업

2020 경자년이 저물고 있다. 올 한해 정비사업시장은 공공성 강화에 잠식됐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정비사업에서 공공성을 강화한 것이 하루이틀일은 아니다. 수년전부터 공공성 강화를 명분으로 가해진 규제로 인해 정비사업은 고사 지경에 이르렀고, 그 틈바구니에서 생존의 길을 모색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국토교통부 수장으로 변창흠 장관이 취임했다. 최근까지 공개된 변 장관의 발언에 따르면 애석하게도 공공에 의한 정비사업 활성화 방침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심난한 연초를 맞이해야할 것 같다.

 

∥공공 재개발, 시작은 좋지만

재개발사업의 최대 이슈였던 공공 재개발 방식은 지난 11월 4일 서울시 공모 마감 결과 70곳의 사업장에서 참여 의사를 밝혀 일단 기분 좋은 출발을 보였다.

자치구별로 영등포구 9곳, 성북구 8곳, 은평구 7곳, 용산·동대문·서대문구 각 5곳, 종로·강동구 각 4곳, 성동·강북·마포·중구 각 3곳, 중랑·송파·양천·동작구 각 2곳, 관악·구로·노원구 각 1곳 등이며, 강남·서초구에서는 신청하지 않았다.

공공 재개발 방식이 순탄한 스타트를 보이고 있지만 마냥 낙관적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공공 재개발을 위한 기본 구상은 나와 있지만 이를 실행할 구체적인 실행전략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당 사업을 전담할 LH와 SH의 전문인력은 한정적인 상황에서 수십 곳에 달하는 재개발현장을 동시에 감당하기가 어렵다는 관측이다. 결국 현실적으로 사업추진이 가능한 현장은 몇몇 소수에 그칠 것으로 보여 당초 계획했던 대규모 주택공급을 이루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 재건축, 시작부터 ‘삐그덕’

순조로운 스타트를 보인 재개발과 달리 공공 재건축 방식은 시작부터 스텝이 꼬이는 모양새다. 상징성과 공급효과가 큰 잠실5단지나 은마 같은 대형 단지들의 참여 의사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참여율을 높이고자 내년 1분기에 추가 공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추가공모 방침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조합원들의 맘을 되돌리기엔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일선에선 기존 인센티브 외에도 분양가 상한제와 초과이익환수제 등의 규제가 완화되어야 참여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새롭게 취임한 변창흠 국토부장관이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선분양과 후분양, 갈림길에 서다

분양가 상한제가 정비사업에도 적용됨에 따라 선분양으로 고착됐던 분양방식이 후분양이라는 새로운 옵션을 맞이하게 됐다.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분양수익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이를 타개할 새로운 카드로 후분양이 제시되고 있는 것. 다만 후분양 방식은 여러 요인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일단 정비사업에서 제기된 후분양제는 분양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기됐다. 따라서 분양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단지는 진행하기 어렵다. 또한 분양시점인 공정률 80%를 달성할 때까지 공사비 조달과 그에 따른 금융비용을 사업시행자인 조합이 부담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 같은 대규모 비용을 조합이 자체적으로 조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공사 보증을 필요로 한다. 이 경우 시공사 재정여건이 튼실하지 않으면 후분양 진행이 어렵다. 또한 후분양제 역시 차후 지자체로부터 분양가 심사를 받아야 하기에 조합이 희망하는 분양가가 거부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신탁 및 공동시행 등 사업방식 다변화

정부가 공공 주도의 정비사업을 강요함에 따라 이에 반발한 조합이 선택한 방법이 신탁대행 등 사업방식의 다변화라 할 수 있다. 사업주체로서 조합의 정체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안정적인 사업추진을 위한 재정적 기반과 부족한 전문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합리적인 대안으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다만 재정적 기반과 전문인력을 겸비한 신탁회사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탁대행 방식이 정비사업의 대세로 떠오르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뒤따른다. 이에 최근엔 건설사와의 공동사업시행이 사업방식의 또 다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동사업시행은 과거 정비사업 초창기에 일반적인 사업방식이었지만 도급제 방식이 보편화되며 조합 단독시행이 정착된 이후 찾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강력한 정부규제로 사업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다시금 조명받기 시작했다.

 

∥안전진단 강화

안전진단 기준 강화는 재건축을 규제하기 위한 정부 규제의 첨병을 맡고 있다. 2018년 2월 정부는 무분별한 재건축과 사회적 비용 낭비를 명목으로 구조안정성을 중심으로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했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기존 재건축 상당수가 마무리단계에 도달함에 따라 상계동과 목동 등을 중심으로 신흥 재건축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정부는 안전진단을 빌미로 재건축으로 인한 주택가격 상승을 막을 요량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도심내 주택공급을 차단해 오히려 가격상승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코로나19, 비대면·비접촉 총회

연말이 다가옴에 따라 코로나19로 인한 2차 폭증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코로나로 인한 파장이 언제 가라앉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비접촉 기조가 강화됨에 따라 정비사업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이 같은 변화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현장이 바로 총회 장소다.

정비사업은 각 단계별 사업절차에 대해 조합원 동의를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최종적으로 조합원총회를 가져야 한다. 법령에 의거 최소 10%~20%에 해당하는 조합원이 직접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공사 선정의 경우에는 과반수 이상의 조합원이 참석해야 한다.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도 중요한 의사결정을 치러야함에 따라 총회 진행 방법이 다양한 형태를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운동장과 같은 열린 공간에서 차량에 탑승한 채로 진행되는 드라이브 스루 총회나 여러 곳의 장소를 대관해 조합원을 분리한 상태로 치르는 방식도 등장했다. 이에 더해 총회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자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기도 한다.

 

∥재건축 조합설립 러쉬

정부는 지난 6·17대책을 통해 재건축단지에 ‘2년 실거주 의무규정’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압구정과 여의도 등 초기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대거 조합설립 러쉬가 진행됐다. 일단은 관련 법령이 시행되기 이전에 조합을 설립하자는 목적에서다.

다행스럽게도 연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도시정비법 개정안은 법안심사 과정에서 보류돼 일선 재건축단지는 다소의 시간을 벌게 됐다. 해당 개정안은 실거주 기간이 2년 미만인 조합원은 향후 분양신청 자격을 박탈하는 것으로서, 개정안 시행 이후 설립된 조합부터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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