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과 사익의 중재자 역할 … BUT 전문성·투명성 논란 도마에 올라

 

정비사업에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절차는 용적률과 층수, 기부채납 등 핵심 요소를 결정하는 과정으로 해당 사업장의 미래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일까? 도시계획 심의절차를 진행하는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사업주체인 조합·추진위(이하 조합)와 위원회간 갈등을 빚고 있어 해결방안 모색이 시급하다.

도시계획위원회를 구성하는 심의위원 과반수는 보통 대학교수로 이뤄져있다. 때문에 심의위원들이 공익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반면 조합은 개발사업의 수익적 측면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어 양측이 충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심의절차가 쉬이 이뤄지지 않고 지연되기 일쑤이며, 때로는 심의위원의 개인적 성향이 과도하게 적용돼 해당 사업의 사업성이 크게 손실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합으로선 사업추진을 위해 부득불 심의위원의 의견을 수용할 수밖에 없어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 조합장은 “정비사업에는 참여한 적이 없는 대학교수라는 사람이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만 주장하는 경우가 많아 사업추진에 애로사항이 많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이어나가기 위해선 그 부당한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고 밝히기도.

정비사업은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주택사업으로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재산권이 복잡하게 얽혀있으며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더욱이 정비사업 등 도시계획 관련 인허가 권한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의 이전이 증가하면서 도시계획위원회의 영향력 또한 증대되고 있다. 그러나 증대되는 도시계획위원회의 역할과 비중에도 불구하고 위원회 운영상의 불투명성과 비전문성 등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지난 7월 13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도시계획위원회의 전문성 및 투명성 확보, 효율적 운영, 내실 있는 심의 추진 등을 위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해 이목을 끌고 있다. 김예성 입법조사관이 발표한 ‘지방도시계획위원회 운영현황과 개선과제’를 토대로 도시계획위원회의 미래를 가늠해보기로 한다.

 

∥도시계획위원회의 역할과 비중

도시계획위원회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에 따라 도시계획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 조사, 연구하고 행정관청의 자문에 응하는 등 도시계획 결정을 위해 행정기관에 설치되는 비상근 위원회이다.

행정주체가 구체적인 도시계획을 입안·결정하는 경우 비교적 광범위한 계획재량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도시계획에 관련된 자들의 이익을 공익과 사익 간에는 물론, 공익 상호간과 사익 상호간에도 정당하게 비교·교량하여야 한다. 도시계획위원회는 도시계획으로 인한 공익과 사익의 조화를 지원하기 위해 전문가로 구성돼 도시계획 안건들을 심의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이 그 의결만으로 법률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위원회 심의결과가 지자체 정책에 그대로 반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점을 고려할 때 그 운영방식과 심의기준은 공정성과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도시계획위원회의 전문성 및 책임성 강화

보고서는 도시계획위원회가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정하고 일관성 있는 심의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도시계획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고 위원회의 역할과 지자체의 정책을 이해하는 전문가로 도시계획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문제점으로 일부 시·도의의회 의원들의 전문성 부족, 자신의 지역구 이외 지역에 대한 관심 부족, 민원 해결을 위한 발언 등에 대한 불만이 있었으며, 이해관계 당사자인 관련 업계종사자의 이해관계 반영 등이 제기됐다. 또한 일부 위원들이 충분한 논의나 법적 근거 없는 개인의 의견을 심의 통과 조건으로 부과하거나, 안건과 직접적 관계가 없는 내용을 주장해 심의를 지연시키는 사례도 있었다.

보고서는 도시계획위원회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시행령의 도시계획 관련 분야의 범위를 보다 세분화하여 도시계획·도시공학·도시설계·도시행정 등으로 한정하여 제시하는 한편 도시계획 분야 전문가 확보 비율을 조례에서 규정할 것을 제안했다. 국토계획법에 따르면 도시계획위원회를 25명 이상 3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토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최소인원만 규정하고 지자체의 상황에 맞도록 재량에 맡겨 운영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도시계획분야 전문가라 할지라도 도시계획시설·정비사업·개발행위허가 등 모든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기 어렵다. 이에 지자체는 도시계획분야 전문가 인력풀을 구성하고 안건의 유형에 따라 인력풀에서 관련 분야 전문가를 위원으로 선출해 심의를 진행하는 방법도 소개했다.

위원들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위촉 횟수 제한, 사전검토의견서 제출 의무화 및 위원평가시스템 도입 등도 검토할 부분이다. 가이드라인은 공무원이 아닌 위원의 임기는 1회 2년씩 3번까지 연임이 가능하며, 비연임기간을 제외하고 최장 6년까지 수행가능하나, 동일 지자체에서 총 3회 초과 위촉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연임 가능 횟수만 규정하고 있어 특정인이 한 지자체의 도시계획위원으로 여러 차례 활동하지 않도록 연임 가능 횟수 규정 외에도 위촉 가능 횟수를 조례에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위원들의 자격 강화를 위해 위원에 대한 역량 평가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소수의 부적격 위원들로 인한 심의의 공정성 및 타당성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소 1년 단위로 본위원회 출석률, 분과위원회 활동, 안건 검토 의견서 제출, 회의 참여 정도 등을 위원 상호간에 평가하도록 하고 이 평가 결과를 위원의 재위촉 및 해촉 기준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

 

∥도시계획위원회의 운영의 투명성 제고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결과에 대해 전문성과 공정성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학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위원회 회의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들은 회의 공개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이들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가 개인의 재산권에 대한 규제의 완화 또는 강화이기 때문에 이해당사자들이 회의를 참관하게 되면 위원들이 본인의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기 어렵고, 이로 인해 심의의 공정성에 훼손이 있을 수 있으며, 심의결과에 대한 항의성 민원 또는 소송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었던 것.

이와 관련 보고서는 심의 과정의 투명성과 심의결과의 공정성 향상을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도시계획위원회 회의를 단계적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투기를 유발할 가능성 등이 있는 경우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하도록 하되, 도시기본계획 심의 등 이해관계 당사자가 없는 심의는 우선 참관의 형식으로 회의를 공개하고, 추후에는 안건에 대한 의견발표까지 공개범위를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정리하면 도시계획위원회 위원들은 본인의 전문성과 지자체 정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지자체 상황에 적합한 심의를 하며, 그 과정과 결과를 개인의 정보와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공개하기 위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자체별 심의기준 마련 및 위원회 운영시스템 구축

각 시·도의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다뤄지는 심의 유형은 지역별 여건에 따라 편차가 존재한다. 현행 가이드라인은 개발행위허가, 지구단위계획, 도시·군계획시설 등의 세부 심의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각 지역의 물리적·사회적·경제적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각 지자체의 여건에 맞는 운영기준 및 심의기준을 마련하고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것.

또한 도시계획위원회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위원회 운영의 전 과정을 데이터베이스화해 관리해야 한다. 특히 이런 개선 과제를 추진할 전담 조직으로 상임기획단의 역할 및 기능을 강화하고 지원방안 마련도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주거환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