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 35층 높이규제 삭제, 용도지역제 체계개편 등 정비사업 ‘지각변동’

초고층 아파트의 선두주자인 이촌동 첼리투스
초고층 아파트의 선두주자인 이촌동 첼리투스

서울시가 디지털 대전환시대 미래공간전략을 담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을 발표함에 따라 향후 정비사업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2040서울도시기본계획은 1990년 최초의 법정 도시기본계획이 수립된 이후 다섯 번째로 수립된다. 도시기본계획은 서울시가 추진할 각종 계획의 지침이 되는 최상위 공간계획이자 「국토계획법」에 따른 법정계획으로, 향후 20년간 서울이 지향할 도시공간의 미래상을 좌우하게 된다.

이번 기본계획안은 6대 공간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보행일상권’ 도입, 둘째 수변 중심 공간 재편, 셋째 중심지 기능 강화로 도시경쟁력 강화, 넷째 다양한 도시모습, 도시계획 대전환, 다섯 번째 지상철도 지하화, 여섯 번째 미래교통 인프라 확충 등이다.

상기 6대 공간계획에서 주목할 부분은, 특히 정비사업 관련해서 살펴볼 부분이 네 번째로 제시된 도시계획 대전환에 대한 사항이다. 도시를 주거와 공업, 산업, 녹지로 구분하는 ‘용도지역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도시계획 패러다임인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욘드 조닝은 용도 도입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복합적인 기능 배치를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도시계획체계로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일률적이고 절대적인 수치기준으로 작용했던 ‘35층 높이기준’도 삭제해 보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건축이 가능한 스카이라인 가이드라인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재건축과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측면에서 용적률과 건폐율, 그리고 층수 등을 관장하는 용도지역의 체계개편은 사업계획 수립에 있어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한 그간 난공불락으로 여겨져 왔던 35층 층수 제한 철폐는 한강변을 비롯해 대부분의 정비사업장에게 꿈과 같은 일로 간주돼왔다.

일각에서는 기존 정비사업의 패러다임을 뒤바꿀 2040서울도시기본계획의 발표에 대해 곧 다가올 지방선거를 고려한 정치적 행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과거 한강르네상스프로젝트 등으로 층수기준 완화정책을 펼쳐왔던 오세훈 시장의 이력을 감안할 때 과거부터 이어져온 그의 도시철학이 한 단계 도약했음을 엿볼 수 있다.

서울시는 이번에 수립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에 대해 공청회, 국토교통부 등 관련 기관·부서 협의, 시의회 의견청취,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통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시민 공감대를 형성해 연말까지 최종 계획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보행 일상권

‘보행 일상권’은 기존에 ‘주거’ 위주로 형성된 일상생활공간을 전면 개편해 도보 30분 이내 보행권 안에서 일자리, 여가문화, 수변녹지, 상업시설, 대중교통거점 등 다양한 기능을 복합적으로 누리는 자립적인 생활권으로 업그레이드할 방침이다. 서울 어디에 살든 수준 높은 생활환경을 누릴 수 있어 시민 개인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지역균형발전도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는 도시공간을 지역별로 분석해서 지역에 부족한 시설과 필요한 기능을 찾아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유연한 용도지역을 부여해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일례로 생활편의시설이 부족한 주거 밀집지역의 경우 업무·상업기능 도입을 위한 용도지역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수변 중심 공간 재편

각 수변의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명소를 조성하고, 이렇게 조성한 수변명소로 사람들이 모여들 수 있도록 보행, 대중교통 등 접근성을 높인다. 나아가, 수변명소와 수변명소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수변과 수상 활용성도 높여갈 계획이다.

서울시에는 한강과 안양천·중랑천 등 국가하천, 탄천·도림천 등 지방하천 등 총 61개 하천이 25개 자치구 전역에 고르게 분포돼있다. 그러나 일상생활 공간과 단절돼 있어 접근이 어렵고, 공간 활용 역시 녹지·체육공간 등 단순하고 획일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에 시는 하천의 크기와 위계에 따라 ▲소하천·지류 ▲4대 지천(안양천, 중랑천, 홍제천, 탄천) ▲한강의 수변 활성화 전략을 마련했다. 한강의 경우 수변과 도시공간과의 경계를 허물어 한강과 일체화된 도시공간을 조성하고, 업무·상업·관광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방침이다. 특히 여의도·압구정 등 한강변 대규모 정비사업과 연계해 계획단계부터 반영되도록 할 계획이다.

 

∥중심지 기능 강화

서울도심의 경우 수도 서울의 상징적인 공간임에도 지난 10년 간 유연성 없는 보존 중심 정책에 따른 정비사업 제한으로 활력을 잃고 성장이 정체된 상황을 바꿔 기존 정책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정책방향을 재정립한다.

더불어 남북 방향의 4개축(광화문~시청 ‘국가중심축’, 인사동~명동 ‘역사문화관광축’, 세운지구 ‘남북녹지축’, DDP ‘복합문화축’)과, 동서 방향의 ‘글로벌 상업축’의 ‘4+1축’을 조성해 서울도심에 활력을 확산하고, 첨단과 전통이 공존하는 미래 도심으로 재탄생시킨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도시계획적 전략으로 도시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한다. 기존의 획일적인 높이규제를 유연화하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용적률을 상향한다. 소규모 필지 위주 개발에서 지역 여건에 맞는 체계적이고 규모 있는 개발로 전환할 계획이다.

글로벌 금융 중심으로 육성 중인 ‘여의도’는 용산정비창 개발을 통한 국제업무 기능과 연계해 한강을 중심으로 글로벌 혁신코어로 조성한다. 용산정비창 개발로 확보되는 가용공간 등을 활용해 여의도의 부족한 가용공간 문제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노들섬을 ‘글로벌 예술섬’으로 조성하고, 신교통수단 도입 등을 통해 수상 활용성과 연결성도 강화한다.

테헤란로를 따라 업무기능이 집적·포화된 ‘강남’은 경부간선도로 입체화,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 등과 연계한 가용지 창출을 통해 중심기능을 잠실, 서초 등 동-서 방향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경직된 도시계획 대전환

산업화 시대에 처음 만들어져 지금까지 경직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용도지역제’를 전면 개편하는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을 준비한다. 주거·업무·상업 등 기능의 구분이 사라지는 미래 융복합 시대에 맞는 서울형 新 용도지역체계다. 용도 도입의 자율성을 높여 주거·업무·녹지 등 복합적인 기능을 배치함으로써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도시를 유연하게 담아낼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시는 새로운 용도지역체계인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을 선제적·주도적으로 구상하고, 중앙정부, 학계, 전문가 등과의 공감대 형성과 공론화를 통해 「국토계획법」 개정 등 법제화를 추진한다. 실현 단계에 접어드는 2025년부터는 서울 전역에 단계적으로 적용해나갈 계획이다.

한편 그동안 서울 전역에 일률적·정량적으로 적용됐던 ‘35층 높이기준’을 삭제하고, 유연하고 정성적인 ‘스카이라인 가이드라인’으로 전환한다. 구체적인 층수는 개별 정비계획에 대한 위원회 심의에서 지역 여건을 고려하여 결정함으로써 다양한 스카이라인을 창출한다. 35층 높이 기준이 없어진다고 해도 건물의 용적률이 상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동일한 밀도(연면적·용적률) 하에서 높고 낮은 건물들이 조화롭게 배치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강변에서 강 건너를 바라볼 때 지금같이 칼로 자른 듯 한 천편일률적인 스카이라인이 아닌, 다채로운 스카이라인이 창출된다. 또한, 슬림한 건물이 넓은 간격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한강 등 경관 조망을 위한 통경축 확보 및 개방감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상철도 지하화

도시공간 단절, 소음·진동 등으로 지역활성화를 막고 생활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는 지상철도를 단계적으로 지하화한다. 지역의 연결성을 도모하고, 다양한 도시기능을 제공할 새로운 활력공간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서울의 중심부에 새로운 공간을 창출해 가용지 부족문제 해소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지상철도 부지가 가지고 있는 높은 토지가치를 적극 활용, 공공기여 등을 활용해 공공재원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지하화보다 철도 상부에 데크를 설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구간은 데크를 통한 입체복합개발을 추진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한다.

 

∥미래교통 인프라 확충

도시의 미래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인 ‘미래교통’ 정착을 위해 ▲자율주행 ▲서울형 도심항공교통(UAM, 도심항공교통) ▲모빌리티 허브 ▲3차원 新물류네트워크 등 미래교통 인프라 확충을 도시계획적으로 지원한다.

자율주행은 본격적인 자율차 운영체계를 마련하는데 역점을 두어 추진하고, 서울형 도심항공교통(UAM)은 2025년 기체 상용화에 맞춰 도심형 항공교통 기반을 마련한다. 특히, 도시계획적 지원을 통해서 대규모 개발시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등 확충방안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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