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활성화의 나비효과, 리모델링 추진단지 사업방식 변경 ‘오락가락’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노후 공동주택 일부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재건축 완화 공약으로 인해 사업방식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용적률 500% 상향과 재초환 완화 등 공약 사항이 제대로 이뤄지면 재건축이 리모델링보다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보도된 업계 소식에 따르면 군포시 산본리모델링연합회는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함께 고려하는 투트랙 방식을 모색하기로 했다. 일단 리모델링 추진을 지속하되 공약 실행 추이를 살펴보며 재건축 추진 여부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동작구 사당동 제일아파트와 강서구 가양동 강변3단지 등은 원래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각종 규제로 인해 리모델링으로 전환했다가 지난 3월 대선 이후 다시금 재건축으로 사업방식을 변경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재건축 선회 의견이 불거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역세권 용적률 500% 상향”

리모델링 단지들이 재건축 선회를 고려하는 첫 번째 이유는 용적률 상향에 대한 기대감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에 따르면 역세권 민간 재건축·재개발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상향할 수 있다. 이와 관련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을 제정해 용적률 상향 등 행정절차를 신속하게 진행시킨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노후 공동주택이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선택한 까닭에는 현행 용적률 체제로는 사업성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 크다. 1990년대 초중반에 준공돼 건립연한 30년에 다다른 노후 공동주택의 기존 용적률은 적게는 180%에서 230%에 이른다. 더러는 400%에 이르는 단지도 존재한다.

현행 일반주거지역 용적률 상한이 300%(서울시의 경우 250%)로 제한된 점과 기부채납, 각종 규제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재건축 추진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용적률 상한이 500%가 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또한 서울시의 경우 마의 절벽으로 여겨졌던 35층 층수제한이 해제될 전망이어서 재건축 선회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재건축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안전진단 완화 공약도 빼놓을 수 없다. 먼저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는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면제하는 한편 안전진단 평가기준 중 구조안전성 항목을 기존 50%에서 30%로 가중치를 하향해 입구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아울러 재건축의 대표 규제라 할 수 있는 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 완화를 추가해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표 공약에는 리모델링 활성화에 대한 사항도 포함돼있지만 재건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워 보인다.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반비례?

공동주택 리모델링이 주택시장에 등장한 것은 대략 20년 전인 2000년대 초중반이지만 실제로 리모델링 공사가 완료된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는 리모델링을 추진했던 대부분의 공동주택이 사실상 재건축의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선택한 이유가 크다.

이는 리모델링 추진이 활성화됐던 시기를 되짚어보면 짐작할 수 있다. 2000년대 중후반 고 노무현 대통령 집권 시절 강력한 규제로 재건축이 위축됐던 시기에 리모델링이 각광을 받았다가 이명박 정권 이후 시나브로 종적이 사라졌었다. 그 후 문재인 정권 들어 다시금 재건축이 규제를 받음에 따라 리모델링 추진이 불거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일까? 현 시점 재건축 규제완화가 예상됨에 따라 또 다시 리모델링단지에서 반전의 조짐이 보이는 것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다만 과거에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반비례 관계에 있었다 해서 미래도 그럴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일단 재건축 관련 규제완화가 공약처럼 실행될지 미지수이며,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제도개선으로 리모델링 촉진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표 공약 실현 가능성은?

앞서 언급했듯이 기존 용적률이 높은 노후 공동주택 입장에서 재건축 혹은 리모델링을 판가름하는 주요인은 사업성이며, 이는 개발 가능한 용적률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에 달려있다. 현재 재건축 선회론이 제기되는 주요 배경이 용적률 500%까지 상향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현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에 따르면 각 용도지역에 따라 용적률에 차등을 두고 있으며, 주거지역은 1,2종 전용주거지역과 1,2,3종 일반주거지역 그리고 준주거지역으로 구분된다. 세분화된 주거지역은 차례대로 100%, 150%, 200%, 250%, 300%, 500%까지 개발이 가능하며, 이는 다시 지자체에 따라 조례에 의거 세분화된다.

리모델링 단지들의 용도지역이 대부분 3종 일반주거지역인 점을 고려할 때 용적률 300%를 500%로 상향시키기 위해선 국토계획법과 도시계획조례 개정이 불가피하다. 이는 다른 용도지역과의 형평성 및 도시계획체계상 정합성 측면에서 큰 반발을 초래할 것이기에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다.

다른 방법으로는 해당 주택단지의 용도를 종상향하는 것인데, 이는 대지의 25% 가량의 기부채납이 필요하기에 사업성 측면에서 상당한 부담이다. 과거 저층 단지 재건축과 달리 고층 단지는 기존 용적률이 높기에 20%가 넘는 기부채납은 막대한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외부 환경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대선 이후 재건축 등 규제완화 기대감으로 집값이 상승함에 따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신중 모드로 돌아선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인수위는 성급한 규제완화로 집값을 자극하기보다는 시장안정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한다는 입장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공약 수정이 예상되기에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재건축과 리모델링 ‘상생시대’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주거환경개선과 자산가치 상승을 모색한다는 측면에서 추진 동기가 유사하나 사업적으로는 각기 다른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평면과 단지 구성에서 자유로운 재건축에 비해 기존 골격을 유지하는 리모델링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재건축은 매력이 큰 만큼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용적률과 입지 등 각기 다른 여건을 지닌 공동주택의 특성을 고려하면 모든 노후 단지에서 재건축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반면 10년 이상 걸리는 재건축에 비해 리모델링은 사업절차가 비교적 간편해 단기간에 사업을 완료할 수 있다. 사업기간의 장기화가 품고 있는 치명적 단점을 고려한다면 리모델링의 장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다만 아직은 미약한 제도적 기반으로 인해 수직증축과 내력벽 철거 등 주요 난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수립되지 않은 점은 조속히 해결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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