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자재 공급망 타격으로 공사비 상승세 … 분양가 상한제 등 규제완화 목소리 커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 및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금리인상 기조와 더불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경제제재의 여파로 인해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건설업계 또한 공사비 상승 압박에 직면하고 있어 정비사업조합에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 특히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분양 수익이 제한된 정비사업의 경우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부담금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생산비용 1.5~3% 상승→ 건설사 수익 1/3 영향”

지난 17일 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건설산업에 미칠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인해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이 타격을 받았으며, 원유와 유연탄 가격이 일주일만에 20~80% 급등했다는 것.

국제 유가 상승으로 전반적인 운송비와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으며,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필수 품목인 유연탄 및 알루미늄과 니켈 등 주요 마감재 가격의 동반 상승으로 건설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밝혔다.

아울러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공사 착공이 감소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건축 착공의 감소는 주택 분양을 비롯해 민간공사의 신규 투자가 일시에 위축됨을 뜻하고, 금융시장의 불안감으로 인해 건설사들은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업을 확대할 수 없게 된 건설사들은 결국 신규 사업을 착수하기를 꺼리게 되고, 특히 급등한 자재 가격으로 인한 인플레 압력은 금리상승 시기를 더욱 앞당길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착수에 들어간 공사는 전반적인 비용 증가로 부도 위험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영향을 생산비용 측면에서 살펴보면 유가와 유연탄 가격상승으로 인해 건설 생산비용이 1.5~3.0% 정도 증가하는데, 건설사의 영업이익률이 2.5~5.0%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수익의 1/3 이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보수적으로 추정한 수치로서 실제 가격 상승 압력은 더욱 높을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건산연의 예측은 곧바로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골재와 레미콘, 철근값에 대한 원가 부담으로 인해 철근콘크리트업계가 시공사에 계약단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소식에 따르면 최근 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전국 100대 건설사를 대상으로 건설자재 및 인건비 급등에 따른 계약단가 인상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연합회는 공문에서 ‘철물, 각재 및 합판 등의 자재비가 50% 가량 오르고, 인건비 역시 10~30% 가량 올랐다는 점을 들어 20% 상당의 하도급대금 증액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사태 수습을 위해 간담회를 개최하고 건설사 등에 참여 요청을 했지만 건설사 100곳 중 10곳만 동의함에 따라 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셧다운’ 강행 방침을 밝혀 파장이 예상되기도 했다. 다행히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단가 인상 요구를 긍정적 측면에서 수용하는 것으로 입장을 밝힘에 따라 파국은 면하게 됐다. 그러나 원자재 인상에 따른 전반적인 공사비 상승 압박은 여전해 안심하기엔 이른 상황이다.

 

∥공사비 상승과 분상제로 ‘사면초가’

현재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고 있다. 즉 민간사업이지만 일반반양가 산정시 정부에서 정하는 가격 안에서 정해야 한다는 것. 간략히 말하면 정비사업의 사업성은 조합원 숫자 대비 얼마나 많은 일반분양 물량을 뽑아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개별 사업장 여건에 따라 일반분양 물량이 제각각 이지만 한정된 물량의 가격을 얼마나 높은 가격으로 받아낼 수 있는지 여부가 결국 사업성을 좌우하게 된다. 현재 분양가 상한제 적용시 산정되는 일반분양가는 주변 시세와 비교할 때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책정되고 있다. 때문에 로또분양이란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이처럼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조합의 수익성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공사비 상승 압박이 거세짐에 따라 조합이 부담해야하는 경제적 손실이 더욱 커지고 있다. 관련 사례로 최근 서울의 D재개발조합이 착공을 앞두고 시공사와 본계약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급등한 공사비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다.

조합으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조합원 정서상 급등한 공사비를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한편으론 원자재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을 완전히 무시하기도 곤란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시간을 지체할수록 금융비용 부담은 증가할 뿐만 아니라 향후 공사비 인상폭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사면초가에 빠진 셈이다.

그나마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거론된다. 공사비 인상에 의거 조합원 분양가 또한 상승하지만 일반분양가는 상한제 때문에 올릴 수 없어 해당 부담을 오로지 조합원이 져야하기 때문이다. 현재 D조합의 조합원 분양가와 일반분양가는 거의 차이가 없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필요”

결국은 로또분양과 같은 시장왜곡을 초래하는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는 것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는 소수의 행운을 지닌 사람에게 엄청난 자산가치 상승을 가져다준다. 대출이 제한된 상태에서 현금부자만이 이 같은 특혜를 받기에 서민을 위한 제도라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분양가 상한제는 높은 시세차익이 보장되기에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부동산에 대한 과다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당첨되는 순간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높게 형성되는 현실에서 가격 안정 목적도 찾아보기 어렵다.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고 민간이 적정 분양가를 산정하면 상승한 공사비를 분양가격에 반영하게 되어 공급 감소의 우려가 줄어든다. 정부는 높은 분양가가 가격상승을 초래할 것이라 판단하지만 오히려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고분양가로 인한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이는 아파트에 대한 기대수요를 감소시키고 미분양 아파트의 가격은 가격상승을 차단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산연 또한 상기 보고서를 통해 공사비 상승에 대한 해법으로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제시하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 자재 수급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분양가 상한제의 단가 산정 체계를 개선 또는 폐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

건산연은 분양가 상한제 책정의 기준이 되는 기본형 건축비가 2월과 9월에 발표되는데, 급등한 자재가격의 일부를 분양가에 반영받기 위해서는 특정 시점 이후에 분양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밝혔다. 이에 분양이 특정 시점에 쏠리게 되면 자재수급 문제를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따라서 건자재 수요가 특정 시점에 쏠리지 않도록 기본형 건축비 발표 주기를 짧게 할 필요가 있으며, 장기적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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