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합의가 없이 바로 서는 정책은 없다

2022년 3월 28일 국토교통부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한민국의 사회문제로 자리 잡은 공동주택 층간소음 문제와 관련하여 층간소음에 무용지물이자 층간소음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사전인정제도를 대신하는 사후확인제도를 2022년 8월 4일부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사후확인제도는 공동주택의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도록 공동주택 시공 후 층간소음 성능검사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만족하지 못할 경우에는 시공사가 사용검사권자인 지자체의 보완 시공, 또는 손해배상 등의 조치를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사후확인제도의 요지

▲ 측정방법 : 중량충격원을 뱅머신(타이어)에서 임팩트볼(고무공) 방식으로 변경

▲ 평가방식 : 경량충격음은 바닥구조의 흡음력 평가에서 고주파의 정확도를 위해 잔향시간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고, 중량충격음은 저주파를 중심으로 평가하던 방식에서 사람의 청감특성을 고려한 방식으로 변경

▲ 바닥충격음의 법적 최저치 : 경량충격음은 현재 사용되는 충격원인 태핑머신을 유지하면서 평가방식을 변경하여 법적 기준 하한치가 58dB에서 49dB로 변경하고, 중량충격음은 현재사용되는 역A특성 뱅머신을 A특성 임팩트볼로 변경하면서 법적 기준 하한치를 50dB에서 49dB로 변경

▲ 완충재의 성능기준 개선 : 고성능 완충재 개발을 위해 안전상 필요한 필수기준 외에는 완충재의 품질기준을 대부분 삭제

 

국토교통부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및 규칙’에 대한 입법예고(3.28~5.9) 및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인정 및 관리기준’에 대한 행정예고(3.28~4.18)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4월18일까지 우편, 팩스 또는 국토교통부 누리집을 통해 의견 제출도 마감되었다.

 

∥국토교통부의 정책입안 과정상 절차의 부당성

사후확인제도에 대한 기준을 마련함에 있어서 국토교통부는 국민들과 시민단체, 층간소음 피해자 단체들을 철저하게 고의적으로 외면했다.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사후확인제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문제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을 것이 명확해 보인다. 전문가들의 탁상공론식의 결론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관료주의적인 상명하달식의 의사결정구조는 전근대적이기까지 하다. 공무를 하는 자가 자신의 업무를 불편하게 한다고 민원인을 업신여기는 행태는 위대한 대한민국에서는 통용되어서는 안된다.

정보 공개를 하여 정책 입안의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것은 기본임에도 국민이나 층간소음 피해가가 참석할 수 있는 공청회조차 한 번도 진행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2020년부터 2022년 5월 현재까지 늘 쉽게 접근하는 변명은 코로나19 방역지침이다.

국토교통부는 지금이라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청회를 개최하여 국민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청회 현장에서 입법예고와 행정예고를 한 사안들에 대해 의견수렴을 하여야 할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규제영향분석서 중에서 사후확인제도 추진계획과 종합결론 내용을 보면, 추진 경과에 대해 아래와 같이 적시되어 있다.

- (19.05) 감사원 감사 결과 사전인정제도 전반 미비점 지적

- (19.12) 바닥충격음 사후성능 확인제도 도입방안 토론회 개최

- (20.06) 바닥충격음 사후 확인제도 도입 발표

- (20.06)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 (20.08) 사후 확인제도 세부 운영방안 마련 용역

*한국건설기술연구원(20.08 ~ 21.03)

- (21.06) 바닥충격음 사후확인제도 성능검사 기준 마련 용역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21.06 ~ 22.02)

- (21.09)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 (21.12) 층간소음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

- (22.02.03) ‘주택법’ 개정·공포(22.08.04 시행)

 

행정 업무상으로는 그럴싸하다. 그러나 내용과 같이 국민을 도외시한 절차에 국민들은 불만이다. 특히 층간소음으로 고통 받는 국민들의 불만은 더 거세다.

국토교통부의 제도 개선의 원인제공은 감사원의 감사로 인한다고 지적하였다. 감사원의 지적이 없었더라면 제도 개선은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제도 개선을 최초로 제기한 국민들은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2019년 12월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바닥충격음 사후성능 확인제도 도입방안 토론회에서 혼쭐이 났던 국토교통부와 전문가집단들이 또 다시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행정 관료와 전문가집단이 만나면 음료 마셔가며 다정다감하게 논쟁 없이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에 익숙하다보니, 조금이라도 면전에서 직언으로 불편하게 하는 환경을 조성할 리가 만무일 것이다. 양재 AT센터 토론회가 종료되고 나올 때 참석한 소음진동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 “이 따위로 할 것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푸념들을 늘어놓았었다.

그 날의 최고의 팩트는 “국토교통부와 전문가들이 층간소음 저감을 다 망쳐놓았다”라는 시민의 외침이었다. 아직도 그 장면이 생생하다.


∥사후확인제도의 주체는 국민이다

사후확인제도 도입 원인제공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다. 국토교통부가 2014년 5월 바닥충격음 관련 강화한 법규와 역A특성 임팩트볼을 이용하여 버블 층간소음 저감성능 상향을 고의적으로 자행한 행위와 인정기관들이 마감몰탈 물결합재비(압축강도)를 실제 시공할 수 없는 품질을 적용하여 층간소음 저감 성능 상향을 조작한 행위 등은 층간소음의 사회적 문제를 심각하게 여긴 용기 있는 국민들이 시민단체에 제보하여 밝혀진 결과물이다.

전국시민단체연합(사무총장 송용섭)은 2012년부터 층간소음 관련 제도와 인정기관과 바닥구조업체, 공동주택현장의 준공 과정에서의 바닥충격음 성능측정의 부조리 등의 민원을 접수하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새롭게 도입된 임팩트볼에 대한 민원을 소음진동 전문가를 통해 접수했다. 결국 2015년 1월 임팩트볼이 엉터리 평가를 통해 층간소음을 더 부추긴다는 사실을 언론에 공표했고, 감사원의 지적을 통해 2015년 8월 국토교통부는 역A특성 임팩트볼을 폐지했다.

역A특성 임팩트볼이 폐지되고 난 이후 바닥구조의 성능등급이 하향평준화하게 되자 2016년 5월부터 인정기관과 바닥구조업체들이 건설현장에 시공이 불가한 마감몰탈의 물결합재비(압축강도)를 조작해 바닥구조 성능을 상향시키는 편법을 이용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에 시장에 통용되는 바닥구조들에 대한 인정기관들의 비공개 자료를 국회의원실을 통해 입수하고 소음진동 전문가와 공기업, 민영건설사의 전문가들과 심층 분석해 문제점을 파악했으며 확인한 부정부패의 사실을 2017년 국회 가을 국정감사에서 이슈화시켰다. 결국은 이러한 과정을 토대로 2018년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하게 된 것이다.

사후확인제도는 층간소음의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하는 작은 국민들의 힘이 모여 이루어 낸 성과다.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 소음진동 전문가집단들이 구축해 놓은 고양이 앞의 생선 모양새의 사전인정제도 하의 시장구조는 이제 생명이 다했다.

국민들은 사후확인제도가 도입되면 심각한 층간소음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사후확인제도는 국민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말만 사후확인제도이지 사전인정제도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의 사후확인제도 도입과 관련한 3월 28일 언론보도 이후 한 달여에 걸쳐 시민단체들과 민원을 제기했던 건설업계 소음진동 관계자들은 발표 내용이 층간소음을 해결할 수 없게 만드는 기준을 제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 했다.

사전인정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층간소음을 개선하자는 것인데,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사후확인제도는 층간소음을 개선할 수 없게 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 하한 기준을 정해 시공사의 책임을 최소화 시켜주는 제도이니, 이를 사후확인제도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사후확인제도의 기본은 법적 최소 기준(중량 49dB)이 층간소음을 공동주택 거주민이 느끼는 상식적인 범주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관객 없는 공연이 된 사후확인제도의 추후 제기될 문제점들

▲ 법적 최소 기준 중량충격음 A특성 임팩트볼 49dB

임팩트볼 도입으로 중량충격원의 충격력도 완화하고, A특성 평가방법으로 저주파 충격음도 무력화했음에도 공동주택 입주자들이 느끼는 층간소음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문제제기에 대해 정책 입안자와 전문가집단들은 자신의 명예와 자리를 걸고 부연설명을 언론을 통해 도입할 사후확인제도가 층간소음 해소에 부끄럽지 않은 제도임을 밝힐 필요가 있다.

▲ 사후확인제도 이후로는 중량4급(46dB ~ 49dB), 경량4급(46dB ~ 49dB) 현장들만 존재

법적 최소 등급은 경량충격음과 중량충격음이 공히 49dB이다 보니 시공사들은 이에 맞추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특히 중량충격음 49dB의 만족도 보다는 식은 죽 먹기로 간주하고 있던 경량충격음 49dB의 만족도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건설업계의 우려 또한 적지 않게 존재한다. 현재 각 시공사들의 연구개발 진행 경과만 봐도 중량충격음 3급(42dB ~ 45dB)은 접근하기 쉽지 않은 성능 수치이다.

▲ 완충재의 물성품질검사 항목의 조정이 기득권 바닥재 손 들어주기

국토교통부의 발표와는 다르게 완충재의 물성품질검사 간소화가 우수한 바닥구조 개발보다는 기존 스티로폼(EPS) 바닥재의 활용도를 높이려한다는 의심이 제기된다. 밀도는 원래 측정방법 외에는 무게(kg/㎥)의 기준이 없었다. 동탄성계수는 중량충격음 성능과 밀접한 항목이다. 메이저 건설사 H사는 완충바닥재의 선정기준에서 동탄성계수를 최우선 중요한 항목으로 정하고 있다. 동탄성계수는 2014년 제도개선 때에도 정책입안자인 전문가에 의해서 제거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다른 소음진동 전문가들의 반대로 무위에 거쳤다. 동탄성계수는 중량충격음 저감성능이 없는 스티로폼(EPS) 바닥재에게는 단점이 되었지만, 동탄성계수를 삭제해 주면 단점을 감출 수 있고, 스티로폼(EPS) 소재의 바닥재가 사후확인제도 하에서도 주요 자재로 시장을 점유하게 될 수도 있기에 두고 볼 필요가 있다.

▲ 도입될 사후확인제도는 정책입안자들이 주체가 아니다

사후확인제도는 시작부터 끝까지 국민만을 주체로 보고 접근하여야 한다. 정책입안자들은 제도의 주체인 국민을 귀찮은 존재로 여겨서도 안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대화할 수 없기에 시민단체들이 대변한다.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듣기 싫더라도 듣고 정책입안에 참조하고 반영해야 한다. 사적으로 보면 행정 관료들 보다 시민단체 구성원들이 부족해 보일 수 있더라도 그들을 외면하고 괄시하는 언행은 공무를 하는 자가 보일 태도는 결코 아니다. 정책입안자들의 열린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후확인제도가 정착하지 못한다면 정책입안자들은 빠져나갈 구멍조차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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