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과 수선·유지비용 부담에 사용자 불만 발생

쾌적하고 편안한 주거환경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스템의 설치 여부가 어느새 단지 가치를 가늠하는 잣대로 성장했다.

강남권 프리미엄급 단지들을 필두로 이제는 정비사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핫한 아이템으로 정착하고 있는 것. 음식물쓰레기를 옥외 쓰레기장에 직접 반출해야했던 과거와는 월등히 개선된 편의성에 입주자 상당수가 대체로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프리미엄급 단지의 입주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스템, 자동이송설비에 대한 불평과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어 보다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입주자커뮤니티 중심 사용자 불만 발생

음식물쓰레기 자동이송설비가 정비사업에 등장한 것은 대략 2000년대 중반으로 과천 일대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도입된 것으로 알려진다. 자동이송설비를 간략히 설명하면 각 세대내나 층별 공용공간, 그리고 옥외장소 등에 투입구를 설치하고, 전용배관을 통해 지하의 집하시설로 음식물쓰레기를 이동시키는 일체의 설비를 말한다.

진공펌프로 생성한 공기압을 이용해 음식물쓰레기를 저장실로 이동시키는 원리다. 과거 직접 음식물쓰레기를 이동시킬 때 발생하는 악취와 불편함을 제거하는 높은 편의성으로 인해 이제는 프리미엄급을 넘어 일반 정비사업장에도 빠지지 않고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크게 개선된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입주자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진 사용 후기 등에 따르면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악취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사례와 더불어 잦은 고장과 사용시간 제한, 유료화 전환에 따른 비용부담 증가 등 유지관리 측면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한 사용자는 “악취의 경우 음식물 투입구를 열 때 부패한 것 같은 역한 냄새가 났다”며 “배출구를 닫으면 덜 나지만 투입구나 하부장을 열면 냄새가 난다”고 토로했다. 이 입주자는 설비상의 문제로 보고 관련 기기를 교체했지만 냄새는 여전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다른 사용자는 “처리기의 바닥과 벽에 음식물 찌꺼기가 남아있어 부패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했고, 그밖에 투입구 내부를 청소하지 않으면 냄새가 더 심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투입구 개폐장치의 고장도 문제로 거론됐다. 투입구 개폐를 위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수차례나 수리를 받아야 했다는 것. 어떤 입주자는 세대내 이송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옥외 쓰레기 시설을 이용한다는 의견도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제조사 관계자는 “진공이송(음압)시스템의 특성상 음식물이 배관에 잔류하지 않으며, 2중 차단밸브로 구성돼있어 악취가 날 이유가 없다”고 밝히고 “악취나 계폐장치 고장은 사용상의 부주의나 관리소홀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유지관리 비용 높아 ‘사용 포기’ 선언도

어떤 제품을 구입하고 사용함에 있어 유지관리 비용은 초기 설치비용만큼이나 중요한 선택 기준이라 할 수 있다. 근래 들어 가성비를 중시하는 풍조가 대세로 자리 잡은 만큼 유지관리비용은 제품을 선택함에 있어 중요한 판단기준이다.

이와 관련 음식물 자동이송설비는 유지관리 측면에서 사용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싱크대 투입방식의 자동이송설비를 채택한 강남권 모 아파트의 경우 무상 보증기간 만료로 인해 작년 2월부터 세대내 투입구 수리를 유료화로 전환했다.

이 단지에 도입된 자동이송설비 설치비용은 세대당 대략 500만원 정도로 파악된다. 여기에 더해 매달 1만원 내외의 유지보수비용을 납부해야 한다. 여기에 무상보증 기간 만료시 제품 수리비 역시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일부 입주자들은 자동이송설비를 사용하는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든다며 불평하고 있는 상황이다. 매달 들어가는 자동이송설비 기본 유지보수 비용에 고장으로 발생하는 수리비까지 감안하면 비용부담이 상당하다는 것.

한 입주자는 “초기부터 고장으로 불편했는데 비싼 요금으로 수리비까지 내야한다면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제조사 관계자는 “고장은 대부분 사용자의 과실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라 무상 보증기간 이후 유상 A/S를 진행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해당 단지에서는 무상기간을 기존 3년에서 4년5개월이 경과한 시점부터 유상수리로 전환됐으며, A/S비용 역시 할인해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해당 단지의 경우 입주자의 70% 가량은 간단한 점검을 제외한 부품교체 등의 수리를 현재까지 전혀 받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사용자들은 “제조사에서 고장의 원인을 사용자의 과실로 돌리고 있는데 단순히 음식물을 투입하는 시스템에서 사용자가 크게 과실을 할 만한 것이 어떤 것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과도한 음식물 투입이나 부피가 큰 음식물쓰레기 투입과 같은 것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 자체를 개선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편의성 ‘합격’, 경제성 ‘미흡’

공동주택과 같은 집단주거지의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스템을 평가하는 항목으로 업계에서는 크게 편의성과 경제성, 그리고 친환경성 등 세 가지 요소를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다. 상기 사례처럼 실제 경험담을 고려할 때 자동이송설비는 편의성 측면에서 합격점을 받을 수 있지만 경제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경제성을 고려하면 우선 최초 설치비용이 높다는 측면이 있다. 음식물쓰레기를 이송하기 위한 투입구와 전용 관로를 별도로 설치해야 하며 지하에는 진공펌프와 집하시설 등 상당한 규모의 설비를 마련해야한다. 때문에 설비를 유지관리 하는 비용 역시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관련 기기의 고장에 따른 보수비용도 부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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