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투성이 법안에 지역간 형평성 논란까지

 

1기 신도시가 개발 후 30년이 경과하면서 기반시설 부족과 건축물 안전, 도시 경쟁력 약화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함에 따라 바람직한 도시정비 방안에 대한 논의가 불거지고 있다. 특히 이 사안이 지난 20대 대선과 제8회 지방선거의 주요 쟁점이 되며 정치권에서도 유사한 법안을 내놓는 등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노후 신도시에 대한 도시정비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과다한 인센티브에 대한 타 지역과의 형평성 등 여러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신도시 특별법의 탄생 배경

1기 신도시는 1989년 4월 성남 분당, 고양 일산, 부천 중동, 안양 평촌, 군포 산본 등 서울 근교 5개 지역을 대상으로 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하며 시작됐다. 1992년말 입주를 완료해 총 29만2천세대, 대략 120만명이 거주하는 대규모 주거지로 탄생했다. 하지만 준공 이후 30년이 경과하고 주차장 부족 등 주거환경개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며 재건축 혹은 리모델링 추진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1기 신도시의 평균 용적률은 분당 184%, 일산 169%, 평촌 204%, 산본 205%, 중동 226% 등으로 알려진다. 경기도 3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이 300%인 점을 고려할 때 재건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딱히 사업성이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와 초과이익환수제 등 재건축 규제책을 생각하면 재건축 추진이 쉽지 않다.

한편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특히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규제완화가 핵심 공약으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정치권은 민심을 사로잡을 특단의 대책으로 ‘1기 신도시에 용적률 500%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며 특별법 제정을 공식화했다.

현재 노후 신도시 정비를 위해 발의된 법안은 모두 4개로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과 하태경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과 박찬대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발의안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용도지역 변경 및 용적률·건폐율 등 특례 적용 또는 대폭 완화, 광역교통대책 수립 및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을 다루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대학교 건설법센터 최종원 선임연구원은 몇 가지 흠결을 지적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먼저 법안의 내용 측면에서 사업법인지 혹은 지원법인지 성격이 모호하다는 점이고, 복잡한 이해관계로 이뤄진 정비사업을 규율하기에 법적 절차 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또한 노후 신도시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신도시의 경우 계획과 설계가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기존 도시 일부를 정비하는 도시정비법과 달리 신도시 전체를 규율하는 법체계가 필요하다는 것.

아울러 사업지원의 규모 측면에서 신도시 전체 주민, 토지등소유자, 사업시행자 등을 위한 대규모 지원과 더불어 기초 지자체 수준을 넘어 광역지자체 및 국가 차원에서 이뤄져야할 것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역할 분담을 주문했다. 해당 사업구역에서는 민간에 의해 도시정비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사업시행이 가능하겠지만 거시적 관점에서의 계획수립과 관리, 사업절차의 광역적 세부 조율에 있어서는 공공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

구체적으로 광역개발 및 관리계획의 수립 및 관리자, 광역기반시설의 설치, 이주대책의 광역화 등 공공이 맡아야할 사업범위에 대한 법제화와 상세한 하위규정이 필요할 것으로 전했다.

 

∥정부, 민관합동TF 구성해 후속 지원

신도시 특별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정부도 발 빠른 후속 조치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월말 국토교통부는 “정부는 신도시 계획의 특성과 광역교통개선 및 기반시설 확충 필요성 등을 감안해 중장기적으로 1기 신도시 재정비 종합계획의 수립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1기 신도시 재정비 민관합동 전담조직’을 구성해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종합계획 수립 및 입법 지원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전담조직의 팀장은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김호철 교수와 김흥진 국토도시실장이 공동으로 맡게 됐다. 팀원으로는 1기 신도시 재정비에 필수적인 도시계획, 주택, 부동산 금융 등 각 분야의 민간 전문가와 국토부·경기도의 정책담당자, 한국토지주택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한국부동산원·경기주택도시공사 등 향후 재정비 사업을 지원하는 공공기관 실무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향후 전담조직은 1기 신도시의 도시계획 현황 분석을 통해 노후주택 정비, 기반시설 확충, 광역교통 개선, 도시기능 향상 방안 등을 도시재창조의 관점에서 검토하는 종합계획(마스터플랜) 수립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국회에 계류 중인 다수의 노후 신도시 재정비 관련 법안을 분석해 합리적인 제도화 방안을 모색하고 입법화 지원도 병행하기로 했다.

 

∥신도시 특별법의 쟁점과 논란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신도시 특별법이 여러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하고 있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받은 이유는 주거지역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보장한다는 내용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용적률 500%가 현실화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상당하다.

먼저 신도시 등 특정 지역에만 용적률 등 과다하게 부여된 인센티브로 인해 지역간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신도시 외에도 용적률 상향을 필요로 하는 지역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당장 재건축이 가시권에 들어온 목동과 상계동 일대가 좋은 사례다. 지역간 형평성 논란으로 인해 대상 지역을 기존 신도시에서 지방 광역시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지만 이 또한 본질적 해결 방안이 되기는 어렵다.

이어서 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과 다름없는 500% 용적률로 건물을 지을 경우 하늘을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들어찬 ‘닭장 아파트’ 논란도 감수해야 한다. 도로 등 한정적인 기반시설에 비해 폭증한 인구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교통난과 일조권 침해 등 각종 논란도 우려된다.

이 외 광역교통대책 수립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의 경우에도 특혜 논란으로 인해 지방과의 차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조세 및 부담금 감면혜택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분담주체를 두고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리모델링과의 관계 정리도 변수로 남아있다. 현재 분당과 평촌 등을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해온 아파트단지가 수십여곳에 달하고 있다. 이 중 적지 않은 곳이 시공사 선정까지 진행한 상태다. 차후 법안이 리모델링과 재건축간 적절한 균형점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신도시 특별법은 민심을 선점하기 위한 선거 공약에서 출발했다. 어쩌면 500% 용적률의 실현가능성은 중요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 법안이 제정되기 위해서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을 고려할 때 2~3년 이상의 장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법안의 핵심인 주거지역 500% 용적률은 현행 도시계획 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막중한 사안이라 그 누구도 실현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국토부가 신도시 특별법 후속지원을 위해 민관합동 TF를 구성했다지만 그저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기를,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아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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