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님을 만나면 건네는 첫 번째 당부가 ‘카톡 하지마세요’ 입니다. 카톡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의 대다수가 신뢰할 수 없는 내용이고, 그런 내용에 일일이 답변하는 것은 결코 조합 업무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조합의 공식 사이트에 공식적인 입장을 나타낼 것을 주문합니다. 이것이 조합과 조합원간 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첫 단계입니다.”

재건축과 재개발, 그리고 리모델링 등 도시정비사업의 새로운 씽크탱크로 부상하는 ㈜미래경영전략연구원의 지부근 부원장은 성공적이고 원활한 사업추진의 열쇠로 ‘소통’을 첫 번째로 꼽았다. 십인십색. 사람이 열 명 있으면 저마다 색깔이 다르듯이 맞고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지부근 부원장은 “조합원이 찾아올 때 만나주는 것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는 사실 굉장히 크고 중요한 업무”라며 “상대방의 말이 틀렸다고 해서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이 다르더라도 들어주는 것만으로 소통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부근 부원장은 1989년 3월 서울시 공무원으로서 송파구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약 33년간의 공직자로 근무하는 동안 송파구 광고물관리팀장, 조사팀장, 도시디자인팀장, 홍보팀장, 문정2동장, 보건소 보건위생과장 등을 두루 거쳐 2020년 1월부터 지난 해 12월까지 송파구 주거사업과장을 역임했다.

2년이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지부근 부원장이 주거사업과를 책임질 당시 70여 곳에 달하는 송파구 정비사업장은 비약적인 사업추진을 경험했다. 수동적이고 미온적이었던 기존 관료와는 다른 적극적이고 파격적인 업무추진으로 정비사업의 진행을 리드했기 때문이다.

일선 구청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웠던 조합장 교육을 비롯해 조합사무실을 찾아가는 면담 등을 통해 불협화음을 최소화한 부분이 좋은 사례다. 지부근 부원장을 직접 영입한 문기채 원장은 “조합 관계자들을 만나지 않으려는 경향이 많은 일반적인 지자체 공무원과는 다른 적극성과 당당함이 돋보였다”면서 “정비사업조합 코디네이터로서 최적의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부근 부원장은 사업추진을 저해하는 현행 제도의 난맥에 대해서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재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 이른바 신통기획을 통해 기간단축을 지향하고 있지만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해서 개선할 부분이 있다는 것. 그에 따르면 현행 심의 기간 관련 구체적인 기한 명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에 관련 절차가 기약 없이 지연되는 폐단을 지적했다.

이에 행정심판처럼 접수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심의를 마치거나 30일 이내에 하되 한 번 더 연기할 수 있다는 등의 보다 구체적인 기한을 명시해야 한다는 것. 이로써 무책임한 심의 절차로 인한 사업지연의 책임이 조합과 조합원에게 덧씌워지는 부조리를 개선해야함을 설파했다.

이밖에도 현재 서울시가 지닌 막강한 심의 권한을 각 자치구로의 이양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실 서울시의 자치구는 일반 시·군 지자체보다도 인구수 등 여러 방면에서 규모가 크다. 그만큼 자체적으로 각종 심의기구를 운용할 전문인력도 풍부하다. 따라서 시에서는 큰 틀에서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을 해주고, 구체적인 사항은 자치구 현황에 밝은 지역 전문가에게 일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지부근 부원장은 지난 1월부터 6개월간의 공로연수를 마치고 7월부터 미래경영전략연구원에 몸을 담고 있다. 지 부원장은 “공로연수를 하는 동안 퇴임 후 무엇을 할 것인지 많은 고민을 했다. 봉사를 하더라도 교회나 성당이 아닌 그나마 내가 잘 아는 분야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많은 정비사업조합들이 비대위로 인해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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