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인 임시방편 정책의 끝판왕

2022년 8월16일 국토교통부는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하였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걸맞은 주거품질과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일환으로 심각한 사회문제인 층간소음에 대한 대책을 2022년 8월 중 별도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월 4일자로 시행이 된 공동주택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도를 통해 과거 사전인정제도의 법적 최소성능 기준인 경량충격음 58dB, 중량충격음 50dB을 경량충격음, 중량충격음 공히 49dB로 변경하였다.

국토교통부는 측정값의 숫자를 기준으로 법규가 강화되었다고는 하나,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현실을 확인해 보면 강화라는 표현은 심히 창피하고 부끄러운 발상의 표현인 것을 알 수 있다. 사후확인제도 법적최소기준을 위한 국토교통부의 연구용역을 진행한 KCL(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의 연구용역 최종보고서는 이를 여실히 증명하여 주고 있다.

최근의 시민단체들과 국회의 반발을 감지한 국토교통부는 층간소음 차단구조의 법적 최소성능 기준의 상향도 검토하겠다고 하였고, 공동주택 기준층 슬라브(최소 210mm 이상)를 두껍게 시공할 경우 분양가 가산의 허용과 용적률상의 불이익이 없도록 높이 제한도 완화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의 층간소음을 대하는 자세가 조금은 능동적인 자세로 변화한다는 점에서는 반길만한 발표이지만, 현실을 고려해 보면 너무 쉽고 안일하게 층간소음을 대한다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8월 4일 시행된 사후확인제도는 유명무실한 제도이기에 시행된 지 2주가 경과한 시점에서 임시방편적으로 추후 대비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감사보고서(2019년 4월) 이후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국토교통부가 안일하게 일처리를 하였기에 현 시점 사후확인제도가 졸속이라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고, 층간소음 저감의 정책목표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상황을 다시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사후확인제도의 문제점

► 법적 최소성능 기준과 층간소음 간의 괴리

사전인정제도의 중량충격음 역A특성 뱅머신 50dB와 사후확인제도의 중량충격음 A특성 임팩트볼 49dB는 국민정서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층간소음 중량충격음의 법적 최소 성능 기준이 처음 정해진 2005년(1인당 국민소득 15,000달러) 뱅머신 50dB 였다. 이는 국토교통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이었고, 당시 환경부는 중량충격음 47dB가 법적 최소 성능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국토교통부는 5년이 경과한 후인 2010년에 법적 최소 성능 기준을 다시 논의하자고 하였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2022년 현재 사후확인제도의 중량충격음 법적 최소 성능 기준은 A특성 임팩트볼 49dB 이다. 이는 역A특성 뱅머신 50dB와 성능 만족도 면에서 대동소이하다. 공동주택 입주민인 대다수 국민들에게 층간소음을 참아내기를 강요하는 법적 기준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그리고 해결책은 이웃을 배려하라고 한다. 배려를 해도 사건과 사고는 끊이질 않는다.

국토교통부는 2005년 환경부 안을 거부하면서 층간소음 저감기술 개발이 미진한 것과 경제적 비용의 증가를 문제 삼았다. 2022년(1인당 국민소득 35,000달러) 현재에도 2005년과 동일한 시각으로 사후확인제도를 준비하였기에 아직까지 층간소음 저감의 정책목표는 요원하다.

새해를 맞을 때 마다 우리 민족은 대표적으로 송구영신을 회자한다. 층간소음을 저감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송구영신과는 너무도 거리감이 느껴진다.

 

► 현실적이지 않은 중량충격원 임팩트볼의 도입

우선 층간소음 차단구조의 법적 최소 성능의 기준 상향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중량충격원인 임팩트볼 때문이다. 임팩트볼의 충격력은 1,500~1,600N(뉴턴)이다. 임팩트볼이 도입된 주된 이유는 어린이의 뛰어다니는 소리와 비슷하다는 주장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2004년 소음진동 전문가들이 층간소음 관련 제도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서 주장한 바로는 몸무게 30kg이하 어린이의 뛰는 소리, 점핑 소리 등이 1,000 ~ 4,000N에 해당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어린이의 충격발생 행위에 따른 충격력 특성에 관한 연구⌟ 논문집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이 논문은 현재도 활동 중인 소음진동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연구한 논문이다.

때문에 2004년 당시 KS 규격 뱅머신의 공기압인 1.5Pa(파스칼)이자 3,500N인 뱅머신(타이어)의 충격력이 변별력이 없다고 주장하여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는 사전인정제도 하에서의 뱅머신의 공기압인 2.4Pa이자 4,200N으로 충격력을 상향하여 KS규정을 변경하였다.

2014년 처음으로 역A특성 임팩트볼이 중량충격원으로 도입될 당시부터 임팩트볼은 어린이의 충격력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도입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층간소음을 줄이는데 이바지하기 보다는 성능 값만 허울 좋게 상향하여 층간소음 문제를 더욱 부채질한 결과를 낳아 폐지되었었다.

2004년 당시 어린이의 체중과 2022년 현재 어린이의 체중의 비교는 어떨까? 당연히 현재 어린이의 체중이 더 무거울 것이고, 뛰어다니는 충격력도 더 클 것이다.

어린이의 뛰어다니는 충격력을 최소화하여 임팩트볼을 도입하였다면 이는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정책에 위배되는 결과를 잉태한 것이나 다름없다. 임팩트볼은 층간소음 저감정책에 있어서 소탐대실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사후확인제도를 대비하는 건설사들과 바닥구조업체들은 임팩트볼의 특성을 활용하여 좋은 성능을 높이는 바닥구조 개발에 혈안이 되어 있다. 업계의 연구 개발은 충격력이 약한 임팩트볼에 유리한 소재를 바닥구조에 도입하는 전략을 새우고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바닥재의 소재는 흡음재다. 흡음재는 두께유지가 어렵지만, 두께는 마운트(고무, 우레탄, EVA 등)를 이용하여 브릿지(가교)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20년 동안 층간소음의 주범으로 인정받고 있는 스티로폼(EPS) 바닥재는 사회적인 지탄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바닥재의 주력 자재로 사용되고 있다.

흡음재와 스티로폼(EPS) 소재는 바닥의 처짐 하자와 물을 잘 흡수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사후확인제도에서는 이를 위해서 흡수율을 물성항목에서 제외시켰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시장점유율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스티로폼(EPS) 바닥재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임팩트볼이 중량충격원으로 도입되었다는 것은 2014년부터 건설업계에서는 대부분 인지하고 있던 사실이라고 한다.

대형건설사들은 재벌의 계열사이고, 스티로폼(EPS) 원료를 제조하는 기업들 또한 재벌 계열사이기에 경제논리 속에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점 또한 유의 깊게 봐야 한다.

어떤 소재를 사용하던지 간에 층간소음만 해결된다면 만사형통이지만, 현행 사후확인제도의 법적 최소 성능 기준으로는 답이 없다는 사실이다. 스티로폼(EPS) 바닥재를 사용할 경우 공동주택 입주민의 층간소음 만족도를 충족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법적 최소 성능 기준은 만족하더라도 층간소음 민원을 줄이기에는 역부족 이라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사후확인제도의 개선 방향

► 슬라브 두께 상향과 층간소음 저감 성능의 상관관계

국토교통부는 슬라브 두께의 상향으로 층간소음을 해결하고, 시공사에게 분양가 및 용적률의 가산 허용을 언급하였지만, 이는 현실성 없는 뒤죽박죽 정책이라고 건설업계에서는 비웃고 있다.

슬라브 두께는 바닥구조를 구성하는 요인 중에서 중량충격음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년 동안 현실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20년은 충격력이 큰 뱅머신으로 성능을 가늠하였기에 그와 같은 결과가 도출되었던 것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슬라브 두께의 상향은 충격력이 큰 뱅머신에서는 충격력을 흡수하는데 유리하지만, 임팩트볼은 충격력 자체가 너무 작기 때문에 슬라브 두께의 상향이 임팩트볼 측정값의 충격력 흡수 효과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것이다.

뱅머신은 층간소음 저감을 위해 바닥구조의 지속적인 개발이 가능한 반면, 임팩트볼은 층간소음 저감의 기대치의 한계점이 존재하기에 공동주택 입주민의 층간소음 민원을 줄이는 것에서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슬라브 두께의 상향은 재생골재를 주로 사용하는 현실을 감안하여 볼 때 장점과 함께 단점 또한 따른다는 점을 지적한다. 현재 수도권의 재생골재 사용빈도는 작게는 60%에서 많게는 80%에 육박한다고 한다. 재생골재는 폐기된 콘크리트 구조물을 파쇄하여 사용된다.

10년 전과 비교하여 층간소음이 더 심해진 이유를 재생골재 사용이 급격히 증가한 것을 원인으로 지적하는 층간소음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재생골재가 자연에서 채취한 골재나 혼합골재에 비해 강도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 라멘구조가 층간소음 해결의 답은 아니다.

현재 건설 중인 공동주택은 대부분이 벽식구조와 무량판구조의 혼합구조 형식으로 건축되고 있다. 주로 주상복합이나 상가 등에 적용되는 라멘구조가 층간소음에 유리하다고 이구동성 얘기하곤 하지만, 이 또한 백퍼센트 맞는 말은 아니다. 라멘구조로 공동주택을 건설하여 법적 최소 성능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 신도시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시행한 마곡지구 1차 착공 현장들에는 라멘구조가 도입되었었다. 층간소음 저감효과는 결과적으로 실패하였다. 때문에 마곡지구 2차 착공 현장들에는 280mm중공슬라브(슬라브 내에 스티로폼 구를 넣음)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중공슬라브도 상부 충격음의 울림이 과다하여 층간소음 저감에 실패하였다. 그리고 SH는 최근 들어 다시 라멘구조를 도입하려는 검토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층간소음문제가 이슈가 될 때 마다 라멘구조를 언급하는 전문가와 언론 등이 자주 있지만, 건축구조와 건축음향 전문가에 의하면 라멘구조의 층간소음 저감 효과는 보에 한정되어 있다고 한다. 라멘구조라고 하더라도 슬라브 하부에 보가 지나지 않는 곳은 층간소음 저감 효과가 없다고 한다. 라멘구조가 공동주택에 도입되려면 설계도면과 연계된 보가 층간소음이 주로 발생하는 곳에 존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층간소음은 위층 바닥에 가해진 충격력이 아래층 세대에 전달되는 소음이다. 위층 바닥에 가해진 충격력은 직접적으로 아래층 세대에 수직으로 전달된다. 뛰어다니는 어린이가 바닥에 충격을 전하면 대부분은 수직으로 곧장 전달된다. 상식적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은 바닥에 가해진 충격력이 벽을 타고 아래층으로 전달되는 경우는 거의 없거나 미미하다고 한다.

 

∥공동주택 층간소음 개선 방안(국토교통부 2022.8.18 보도자료) 주요 사항

► 지어진 주택 층간소음 개선책

① 소음저감매트(최대 300만원 융자) 지원 : 저소득층 무이자, 중산층 1%대 저리

②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의무화

 

► 지어질 주택 품질 향상

① 사후확인제도 도입

② 현장 품질점검 강화

③ 우수기업 인센티브 확대

④ 사후확인제도 시범단지(LH) 운영

 

► 층간소음 저감 우수요인 발굴 및 적용

① 기술개발 추진 : 건축기준 완화, 라멘구조 검증

② 우수기술 적용 : 고성능 바닥구조 제품 의무화 검토 계획

 

2022년 8월 18일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층간소음 개선 방안’ 보도 자료를 발표하였다.

내용을 보면 잘 해보려는 장관의 의지는 분명해 보이지만, 실무 담당자들이 아는 현실과는 많은 거리감이 있다. 보도 자료는 실무자들의 시각 이라기보다는 장관의 생각이 엿보인다.

소음저감매트 융자는 좋지 못한 정책이다. 국민들께 빚만 늘어나게 하는 정책이다. 층간소음은 정부의 정책 실패와 건설사들의 이윤 창출을 통해서 발생된 사회문제이다. 당연히 정부와 건설사들이 층간소음 해결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여야 하고, 조성된 기금으로 층간소음이 극심한 세대를 우선 순위로 하여 소음저감매트를 무상으로 지원하여야 한다.

현 시점 바닥구조 개발을 위해 2년여가 경과한 시점에서 연구목적의 성능이 좋은 바닥구조는 소수 있다. 그러나 신규 공동주택에 실제로 적용 가능한 우수한 바닥구조는 거의 없는 지경이다.

우수한 바닥구조를 개발하게 하려면 중량충격원으로 뱅머신을 유지하여 성능 값을 측정하게 하여야 한다. 그렇게 해야 슬라브 두께 상향효과와 우수한 바닥구조가 양산될 수 있다.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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