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지정 확대 등 정비사업 정상화 방향 ‘긍정적’ … 구체적 내용 빠져 ‘속 빈 강정’ 우려

윤석열 정부가 향후 5년간 270만호 공급을 목표로 주거안정대책을 발표했다.

대책 중에서 그간 과도한 규제로 위축됐던 민간 정비사업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규제 완화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빠져있어 기대 이하라는 평이다.

정비사업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안전진단 완화와 신규 정비구역 확대 등의 조치는 단절됐던 정비사업의 맥을 이어줄 전망이다. 또한 재건축 환수부담금 완화와 신탁사 참여 확대 등의 방안은 원활한 사업추진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상당수 조치들이 향후 관련법 개정절차나 시장추이에 따라 변동될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힌다고 하니 실제 시행 시기는 내년이 되어서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초과이익환수제 완화의 경우 국회에서 저지될 수 있는 가능성도 남아있어 전반적으로 맥이 빠지는 모양새다.

 

∥신규 정비구역 지정 확대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은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비사업 출구전략과 강화된 정비구역 지정요건으로 인해 신규 구역지정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됐었다.

이와 관련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2016년 전국 기준 연58.6곳에서 2017~2021년 연34.6곳으로 신규 지정이 감소해왔다. 서울의 경우 2012~2021년간 410곳의 정비구역이 해제돼 도심내 주택공급을 책임지는 정비사업이 원천적으로 차단됐던 것으로 밝혔다. 이에 정부는 주택공급 기반을 회복하기 위해 향후 5년 동안 전국에서 22만호 이상의 신규 정비구역을 지정할 계획이다.

서울은 신속통합기획 방식으로 10만호를, 경기·인천은 역세권, 노후 주거지 등에 4만호를, 지방은 광역시의 쇠퇴한 구도심 위주로 8만호 등을 신규 정비구역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특히 신속통합기획의 경우 정비계획 가이드라인 사전 제시를 통해 구역지정 소요기간을 기존 5년에서 2년으로 단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10월부터 수도권∙광역시 등을 대상으로 추가 정비사업 수요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LH 등을 통해 사업 컨설팅 등을 지원하고 빠른 사업 시행을 유도할 예정이다. 또한 주민들이 정비계획 입안을 요청할 경우 정비계획안까지 마련했던 과거와 달리 앞으론 구역 경계만으로 구역지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으로 밝혀 주민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안전진단 완화

정비사업의 시작점이 정비구역 지정이지만 그 중에서 재건축은 안전진단이라는 별도의 관문을 넘어야 한다. 재건축이 도시정비법으로 법제화된 이후 안전진단은 재건축 규제의 대명사로 활용돼왔다.

지난 2018년 강화된 규정에 따라 안전진단은 구조안전성 비중이 50%로 크게 높아졌고, 적정성 검토가 추가됨에 따라 안전진단 통과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난제로 여겨져 왔다. 서울의 경우 개정 전 3년간 통과 단지가 56곳이었지만 안전진단이 강화된 이후 3년간 통과한 재건축단지는 겨우 5곳에 불과한 사실이 그 난이도를 잘 나타낸다.

이에 정부는 앞으로 구조안전성 비중을 30~40% 수준으로 조정하는 한편 해당 지자체가 시장 상황 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평가항목 배점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의무사항이었던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의 경우 지자체 요청 시에만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재건축 단지 주민의 의사를 거부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적정성 검토는 유명무실해지는 셈이다.

다만 안전진단 완화조치의 적용범위와 시행시기는 유동적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최근의 시장 안정 기조가 유지될 수 있도록 시장 상황을 검토해 적용범위와 시행시기 등을 연말에 제시할 방침으로 밝혔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 완화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재건축 부담금은 2006년 도입 이후 미실현 이득에 대한 부담금 부과라는 논란으로 인해 법정공방을 비롯해 재건축 정상화를 위해 여러 차례 유예된 바 있다. 2018년 재시행된 이후 올해 첫 부과가 이뤄질 예정이지만 최근 수년간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부담금 과다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적정선을 넘어선 과도한 부담금은 도심의 주택공급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조합원 부담뿐만 아니라 도심에서 임대주택과 일반분양을 기다리는 다수의 국민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예상되는 완화책으로는 우선 초과이익 면제 기준을 현행 3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이 제기된다. 또한 현재 5개 구간별로 10%씩 누적돼 최고 50%(조합원의 초과이익이 1.1억원 초과시)까지 적용하는 부과율 구간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1주택자이면서 장기보유 중인 실수요자에게는 보유기간에 비례해 부담금을 감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재건축을 통해 늘어난 주택의 일부를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한 경우 부담금 산정시 해당주택 물량을 제외하는 인센티브도 제시된다.

아울러 퇴직 후 소득이 없는 고령자의 경우 부담금 납부시기를 상속·증여·양도 등 해당주택을 처분할 때까지 늦춰주는 ‘부담금 납부이연제’도 고려되고 있다. 대상연령과 해당주택 보유기간 등 구체적인 사항은 9월에 결정된다.

 

∥정비사업 전문성·투명성 강화

정비사업은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된 조합이 사업주체가 되는 만큼 전문성과 투명성 등에서 일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 같은 조합 리스크로 인해 집행부 교체, 시공사와 분쟁, 소송 발생, 자금조달 애로 등 사업지연 장기화가 자주 발생하곤 한다.

이에 정부는 부족한 조합의 전문성과 투명성 등을 보완하고자 신탁사에 의한 사업시행을 독려하고 있다. 전문 개발기관인 신탁사의 사업시행을 촉진해 정비사업이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하고, 조합 운영 등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 및 제도개선 등을 추진한다는 것.

관련 대책으로는 주민이 희망할 경우 조합설립 없이 신탁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신탁사 사업시행자 지정 요건을 완화하고, 주민-신탁사간 공정한 계약 체결 및 토지주 권익 보호를 위한 표준계약서 도입이 추진된다. 이를 위해 전체 토지의 1/3 이상의 신탁을 필요로 하는 신탁사 지정 요건을 국공유지를 제외한 토지의 1/3이상의 신탁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사업시행자 지정을 위한 토지 신탁시 국공유지는 사실상 제외되는 것이 현실임을 고려하면 현장에서 1/3이 아닌 거의 절반 때로는 절반 이상에 가까운 토지면적의 신탁을 받아야 한다. 이 같은 폐해로 인해 신탁사 지정시 관련 기준에서 국공유지를 제외해달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줄기차게 제기돼왔다. 표준계약서에는 주민 해지권한 보장, 신탁 종료시점 명확화, 주민 시공사 선정권 명시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신탁사가 참여하는 사업장의 경우 정비계획과 사업시행계획이 통합 처리될 수 있도록 하여 조합설립 절차 생략, 계획 통합 등으로 사업기간이 3년 이상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간 정비사업도 통합심의 적용

정비사업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제도개선안 중 하나인 통합심의가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 정비사업에도 확대 적용된다.

국토부는 “행정절차의 중복·지연이 원활한 공급을 가로막고 있는 점을 감안해 유사 절차의 통합 및 운영 합리화 등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각종 심의 및 영향평가를 통합하여 심의하는 통합 심의를 민간 정비 및 도시개발사업에도 도입하고, 공공정비와 일반주택사업도 의무적으로 적용해 공급기간을 단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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