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규제 완화 진전 없고 ‘1기 신도시 재정비’도 오락가락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거래절벽에 금리인상까지 맞물리며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냉각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글로벌 공급위기에 따른 급격한 공사비 상승으로 재건축·재개발 현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재건축부담금, 분양가상한제 등 대못 규제에 대한 완화도 당초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까지 얼어붙으면서 자칫 사업추진 동력이 떨어지지 않을 지 우려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아직도 정치적 셈법과 눈치보기에 치우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달 16일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알맹이 없는 맹탕 대책으로 실망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1기 신도시 재정비’를 놓고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16일 부동산 대책에서 정부는 “1기 신도시의 경우, 연구용역을 거쳐 도시 재창조 수준의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2024년 중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발표가 나오자 1기 신도시에서는 “당초 올해 말이나 내년 초로 예정되었던 마스터플랜이 2년이나 연기된 것은 대통령 공약 파기”라며 거센 반발을 보였다.

김동연 경기지사 역시 “정부와 별개로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해 경기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며 ‘1기 신도시 재정비 관련 경기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여론이 들끓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1기 신도시의 조속한 재건축 추진에 장관직을 걸겠다”며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마스터플랜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원희룡 장관은 오는 8일 성남·고양·안양·부천·군포 등 5개 지자체장과 간담회를 열고 해당 지자체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며 1기 신도시 재정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1기 신도시 재정비에 대한 정책 엇박자는 인수위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월 인수위는 신도시 재정비를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반발이 거세지자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후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고 했으나 8월 부동산 대책에서는 2024년으로 늦춰졌고 여론이 비등하자 다시 국토부 장관이 일정을 앞당기겠다고 민심을 달래고 있다.

현실적으로 방안 마련이 쉽지 않은 1기 신도시 재정비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실무적 입장과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해 서둘러야 한다’는 정치적 입장이 충돌하며 지속적인 엇박자가 나고 있는 모양새다.

특별법 제정에 의한 1기 신도시 재정비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일단 1기 신도시 재정비에만 용적률 상향 등의 특혜를 주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거세다.

1기 신도시보다 오래된 여의도, 목동, 노원 등 서울 시내 다른 단지들에서는 “주택공급을 위해서라면 서울 도심에도 지원을 해줘야지 1기 신도시만 특혜를 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초 ‘1기 신도시 재정비 방안’이 대선 과정에서 표심을 모으기 위한 공약으로 마련된 것이기에 당장 서둘러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책의 엇박자가 계속되면서 당장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1기 신도시 주민들이다.

정책의 추이를 보느라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이에서 이도저도 선택하지 못하고 시간만 지체하는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약 없는 ‘신도시 특별법’에 기댈게 아니라 기존 도시정비법에 따라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많다. 지자체에서 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해주면 그에 따라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인데 정치권의 ‘희망고문’에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적 셈법으로 ‘1기 신도시 재정비 방안’에만 매몰되지 않고 각종 재건축·재개발 규제들을 완화해 사업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거환경개선과 주택공급에 있어 더욱 효과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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