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기획 사업장만 시공사 선정시기 ‘단축’ … 과도한 서울시 권한에 우려 집중

마지막 대못규제로 손꼽혔던 서울시 시공사 선정 시기가 마침내 완화된다. 구랍 22일 본회의를 개최한 서울시의회는 시공사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기는 내용의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이하 도시정비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중요한 것은 모든 정비사업장이 아닌 신통기획을 적용한 곳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를 개선으로 봐야할 지 아니면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오히려 신통기획 적용여부에 따라 단지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신통기획 적용을 바탕으로 집중될 서울시의 막강한 인허가 권한에 대해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시공사 선정 시기 완화 배경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시공사 선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서울시는 도시정비조례로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사업시행인가 도서를 바탕으로 ‘총액입찰’이 아닌 ‘내역입찰’을 유도하는 한편 공사비 책정의 투명성을 제고해 차후 과도한 공사비 증액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 같은 도입취지는 현실적인 문제점으로 인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우선 조합이 사업시행인가를 통과할 때까지 소요되는 사업비를 서울시가 지원해줘야 하는데,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조합에 초기자금 융자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조례안 심사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조합 및 추진위의 융자금 신청액이 5720억원인 것에 반해 실제 지원액은 865억원(약15%)에 불과했으며, 구역당 평균 지원액은 3억원 안팎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시행인가를 득하기까지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제반 사업비를 고려할 때 서울시의 공공지원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했다는 의미다.

시공사 선정 이후 설계변경에 따른 사업비(공사비 포함) 증가와 사업지연을 초래한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사업계획 수립과정에서 개발 노하우가 풍부한 시공사가 배제됨에 따라 시공사 선정 이후 사업성 향상 및 상품성 개선을 위한 설계변경이 필수적이었던 것.

설계변경 범위에 따라 초기 단계인 정비계획부터 건축심의, 각종 영향평가, 사업시행변경인가 등 사업단계 대부분을 다시 진행해야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사업기간의 장기화로 이어져 조합원 부담을 더욱 가중시켰다.

 

∥“조합인가 이후로 단축시 비리 발생 우려”

서울시의회는 시공사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기는 것에 공감하면서도 그에 따른 폐단이 발생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길 경우 설계도서가 부재하여 공사비 내역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공사비의 무분별한 증액과 과열된 수주전으로 인한 비리 발생이 예상된다며 경계했다.

이에 “정비구역에서 정비지원계획(신통기획)이 반영된 설계도서 제출을 전제로 조합설립인가 후로 앞당기는 경우에 한해서는 설계도서에 의한 계약이 가능한 점, 설계변경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어지는 점, 사업기간 단축에 따라 신속한 주택공급에 기여할 수 있는 점 등의 장점이 있다”며 개정조례안의 취지를 밝혔다.

종합하면 보고서는 “상위법령과 같이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자를 선정해 정비사업을 추진토록 하는 개정안의 필요성은 인정되나, 사업추진과정에서 정비업체 등 관련 업체와의 유착 등 비리가 발생할 수가 있다는 점, 조합원간 그리고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에 따른 사업 장기화로 추가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는 점 등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서울시 공공지원제도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현행 공공지원제도를 활용해 사업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 마련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서 “정비사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할 때 내역입찰이 가능한 공사원가 산출서 등 설계도서 작성에 필요한 구체적인 자료, 공사비 적정성 검토 및 설계변경 최소화 방안이 보완되어야할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불거지는 형평성 논란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신통기획이 적용된 곳과 그렇지 않은 곳 사이에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은 불 보듯 뻔하다. 또한 상위법인 도시정비법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 시공사 선정이 가능하도록 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위법령인 조례를 통해 이를 제한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역시 논란의 소지가 크다.

형평성 논란은 다른 사업방식에서도 마찬가지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공공방식의 경우 ‘사업시행자 지정·고시 후’, 신탁방식의 경우 ‘조합설립인가 후’, 공동시행방식의 경우 ‘건축심의 후’로 각각 규정하고 있어 역시 형평성 문제가 있다. 만일 형평성 관련 소송이 제기될 경우 승소를 장담할 수 있을까?

그밖에 신통기획을 둘러싼 인허가 권한을 빌미로 서울시가 민간 정비사업을 좌지우지할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최근 정비계획을 통과한 은마와 잠실5단지의 경우 수년간 서울시 도시계획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사업을 추진할 수 없었다. 당시 이들 단지들은 서울시의 과도한 인허가 권한을 비판하며 저항했지만 결국엔 서울시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신통기획을 빌미로 서울시의 인허가 권력은 더욱 커지고 단단해질 전망이다. 사실상 관내 정비사업의 생사여탈을 한 손에 쥔 서울시의 손끝이 어디로 향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굳이 신통기획이어야만 하는가

앞서 개정안 입법 취지에 의하면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시공사 선정을 앞당길 경우 미비한 설계도서 등으로 인해 공사비 내역에 대한 타당성 검증방법의 부재와 공사비의 무분별한 증액 등을 막을 방도가 미흡하다며 신통기획 도입의 명분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비사업이 도시정비법을 통해 법제화 된지 약20년이 흘렀다. 그간 많은 정비사업이 준공됐고,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개략적인 공사비 수준을 정형화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 초기 정비사업 시절과 같은 무분별한 공사비 증액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미다. 또한 내역입찰을 통해 모색하고자 했던 공사비 증액에 대한 적정성 검토는 2021년 1월 시행된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제도를 통해 상당 부분 보완이 가능하다.

과한 것은 미치지 못한 것만 못하다고 했다. 서울시를 통해서만 정비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다는 발상은 오만에 가깝다. 더욱이 서울시의 모든 사업장이 신통기획에 몰려들 경우 제한된 행정력으로 온전히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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