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13구역 도로계획 변경으로 사업 차질 … 조합 “단지 북측 접근성‧통행권 보장해야”

오랜 기간 추진됐던 정비사업이 마무리되거나 하나둘씩 가시화 되면서 옛 영광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지역이 있다.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이 그 주인공이다.

방배동에서는 현재 방배3구역 재건축사업(현 방배아트자이), 방배경남아파트 재건축사업(현 방배그랑자이)에 이어 11개 구역에서 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들이 모두 사업을 마무리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 수준의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사실상 방배동 전역이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활발하게 사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일까? 인근 재건축사업장의 영향으로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규모 정비사업 현장이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방배대우아파트의 이야기다.

 

∥방배대우아파트는?

방배대우아파트는 지하철 2호선 방배역과 2‧4호선 사당역 사이에 위치한 95가구의 소규모 아파트다. 인근에 방배5구역 재건축사업과 방배13구역 재건축사업, 방배14구역 재건축사업, 방배15구역 재건축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으며, 사당역 복합환승센터 개발도 진행되고 있어 각 구역 정비사업과 복합환승센터 개발이 완료되면 주거환경은 물론, 교통인프라 또한 더욱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의 방배대우아파트는 1992년 준공돼 31년차에 접어든 노후아파트인 만큼 주민들이 여러 가지 불편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파트 외벽 손상과 층간소음은 물론, 장마철 누수 문제와 주차 문제 등 사실상 대부분의 노후아파트가 겪는 공통적인 어려움에 더해 차량 통행 문제, 주변 학교 학생들의 통학 안전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들로 주거환경에 몸살을 앓고 있다.

방배대우아파트가 갖고 있는 태생적인 문제도 현재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만든 원인 중 하나다. 구릉지에 위치한 탓에 발생한 단지 내 단차는 차치하더라도, 고립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는 입지의 문제가 남는다.

그도 그럴 것이 방배대우아파트는 서쪽으로 방현초등학교, 동쪽으로 동덕여자중‧고등학교, 북쪽으로 방배13구역과 접해 있으며, 유일하게 차량통행이 가능한 남측 주출입구를 제외하면 삼면이 옹벽으로 둘러싸여있다. 게다가 방배대우아파트가 보내온 세월만큼이나 옹벽 또한 오랜 기간을 지탱해오고 있는 탓에 많은 주민들이 부풀어 오르고 빗물이 새어나오는 낡은 옹벽을 보며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그야말로 정비사업이 시급한 상황. 이에 방배대우아파트는 지난 2016년부터 재건축사업 진행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으며, 여러 가지 이유로 이렇다할 사업진행을 보이지 못하다가 사업방식을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확정, 지난 2021년 12월 30일 토지등소유자들을 대상으로 한 제1차 사업설명회를 시작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또한 지난해 9월 22일 조합설립을 인가받으며 본격적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출발선에 서게 됐다.

 

∥갑작스런 날벼락에 사업 직격탄

방배대우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방배13구역 재건축사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옹벽 위에 위치해 도보 통행만 가능한 단지 북측 주차장이 방배13구역과 맞닿아 있고, 착공에 돌입할 경우 단지 북측을 통해야만 공사차량 등의 진입이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단지 남측 주출입구를 통해서도 공사차량 등이 진입할 수 있겠지만, 주출입구 앞 도로는 단지 좌우측에 접해있는 초‧중‧고교 학생들의 통행로로 사용되고 있는데다가 도로 폭이 넓지 않고, 차량 이동 회전반경도 직각에 가까워 안전 문제 등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이에 방배대우아파트 조합측은 수월한 공사진행과 민원발생 예방 등을 위해 이주 마무리 단계인 인접 방배13구역과 공사 일정을 맞춘다는 목표로 탄력적인 사업진행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11월 30일 제12차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진행 결과 나온 방배13구역의 변경된 정비계획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방배13구역 사업계획에 대한 주민공청회나 지난 2021년 5월 진행된 구의회 심의 당시만 해도 존재했던 ‘방배13구역에서 방배대우아파트로 접근할 수 있는 도시계획도로 신설’ 계획이 폐지되고, ‘보차혼용통로’ 및 ‘공원 내 도로 설치’ 계획으로 변경된 것. 도시계획도로 신설을 염두에 둔 사업계획으로 조합설립을 인가받고, 사업추진을 준비했던 방배대우아파트 조합으로서는 말 그대로 날벼락을 맞게 된 셈이다.

방배대우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 윤순길 조합장은 “지난해 10월 진행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현장소위원회 답사 당시 우리 단지 북측 주차장 등을 확인하고, 도시계획도로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 이번 결과에 결정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헌데 당시에는 방배13구역의 이주가 꽤 많이 진행돼 안전 등의 문제로 주차장 이용 및 통행 등을 자제하고 있던 상태였고, 낮이었던 탓에 차량통행이나 보행자들도 적었던 시간이었다. 실제로 우리 단지 주민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과 방현초, 동덕여중‧고, 이수중학교 학생들이 우리 단지를 통해 오가던 길이 섣부른 판단으로 단지 내 도로로 변경되게 된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원만한 절충안 기대

방배대우아파트 조합측은 “주민의견 청취 등의 절차 없었던 탓에 대처할 준비도 못한 채 계획이 변경되면서 사업진행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면서 절차상의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있다.

더불어 다른 한편으론 사업진행을 위해 달라진 현재 계획상에서도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방배대우아파트와 방배13구역의 사업 완료 이후에도 주민들의 통행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서초구 등에 입장을 전달했다.

방배대우 조합측이 준비한 절충안은 ▲공원 내 도로로부터 방배13구역을 통과하는 보차혼용통로는 도시계획도로로 변경하고, 24시간 상시 개방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할 것 ▲방배13구역은 방배대우조합의 신축공사를 위한 공사 차량의 정상적인 출입을 위해 통로를 보장하고, 서초구청은 이를 방배13구역의 정비계획변경 결정 공람에 포함할 것 ▲방배13구역은 방배대우아파트 부지에 해당하는 토지와 도면상 공원 부분의 토지를 요역지로, 기간은 영구, 지료는 무상을 내용으로 방배대우아파트 전체구분소유자 및 서초구(또는 서울시)와 지역권설정계약을 체결한 후 등기절차를 이행할 것 ▲보차혼용도로는 통학로 등으로 이용되는 만큼 보도를 설치해 차도와 명확히 구별하고, 최소한의 보행공간을 확보해 주민에게 무상으로 완전히 개방하는 한편 차단기, 펜스 등을 설치해 통행을 방해하지 말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서초구와 방배13구역은 이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순길 조합장은 “지난 1월 25일 진행된 서초구청장 면담 당시는 물론, 2월 7일 진행된 서초구‧방배13구역‧방배대우아파트 합동회의에서도 서초구와 방배13구역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결과는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면서 “그나마 2월 7일 회의에서 보차혼용도로에 대한 부분은 서초구청에서 지상권을 갖고 유지‧보수 책임을 지기로 해 주민들 모두가 이용할 수 있게 될 것 같지만 이외의 부분은 아직 숙제로 남아 있는 상태”라고 말한다.

또한 윤순길 조합장은 “방배13구역도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결정으로 공공주택을 추가로 건설하되, 최고층수를 기존 16층에서 22층으로 높이고, 용적률 36%에 세대수도 400세대 이상 추가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면서 “도시계획위원회가 ‘공공성 확보’라는 명목 하에 인근의 다른 주민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부당한 판단을 내리고, 이미 결정된 사항인 탓에 이를 바꿀 수 없게 된 현 상황이 진정 시민들을 위한 결정인지, 행정청과 도시계획위원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방배13구역 정비계획변경안을 심의하면서 “구역 중앙 보차혼용통로계획 관련 주관부서에서 향후 개방성 담보 및 교통사고시의 처리 등 이용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지‧관리 담보방안을 강구할 것”을 조건사항으로 달았다.

또한 도시계획위원회 현장분과소위원회는 “구역 내 도시계획시설(도로) 신설계획은 삭제하되, 사방지 접근 도로계획은 ‘보차혼용통로’로 조정하고, 대우아파트 주차장으로의 임시 접근 도로계획은 ‘신설 계획한 공원 내 도로’로 조정해 정비계획상 명확히 담보되도록 할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방배대우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과 방배13구역 재건축사업에 엉킨 실타래가 원만하게 풀릴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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