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의 ‘공사비검증 자료제출 의무화’ 도시정비법 개정안 발의

최근 공사비 증액으로 인한 분쟁이 정비사업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공사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과 금리 인상 및 분양시장 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맞물려 조합과 시공사간 대치국면이 장기화되는 상황이다. 일부 현장에서는 공사가 중단되는 등 갈등이 극에 이르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2019년 공사비 증액의 적정성을 판단하고자 검증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검증제도가 별다른 실효성을 지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분쟁양상은 여전하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고자 지난 1월 민홍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사비 검증제도를 보완하는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공사비 증액 분쟁 사례

신반포4지구(메이플자이)는 시공사인 GS건설이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2900억원, 금리 인상과 실착공 지연에 따른 재경비 1800억원 등 4700억원의 증액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전체 공사비는 기존 9300억원에서 1조4천억원으로, 3.3㎡당 공사비는 499만원에서 681만원으로 증액됐다. 이 외 공사기간 10개월 연장도 함께 제시됐다.

2021년 10월 착공에 들어간 신반포4지구의 현재 공정률은 17% 정도로 알려진다. 공사비 증액에 대한 협의는 수개월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으며, 조합과 GS건설은 공사비 검증을 통해 구체적인 내역을 확정할 계획이다.

올 8월 입주예정인 신반포3차·경남(원베일리)은 공사비 증액 논란으로 인해 입주 일정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 12월 기준 대부분의 골조 공사가 완료된 신반포3차·경남의 경우 시공사인 삼성물산으로부터 기존 3.3㎡당 공사비 530만원에서 10% 이상의 증액을 요구받고 있다. 대략 1500억원에 달하는 증액안이다. 설상가상으로 신반포3차·경남은 조합 내홍으로 집행부에 균열이 가고 비대위가 공사비 증액에 반대 입장이어서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초동 신동아아파트가 2017년 8월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할 당시 계약한 3.3㎡당 공사비는 474만원이었다. 하지만 최근 제시된 공사비는 750만~780만원대로 알려진다. 잠원동 19차 337동 재건축사업은 2019년 8월 계약 당시 660만원이었던 공사비를 최근 총회 결의를 통해 958만원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 공사비 내역은 차후 한국부동산원 검증을 통해 증액 규모를 구체화할 방침이다.

공사비 증액에 따른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이 극에 이른 사례로 둔촌주공을 빼놓을 수 없다. 둔촌주공은 작년 10월 조합과 시공사간 합의를 통해 6개월간의 공사중단 늪에서 간신히 복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합의조건이었던 공사비 검증 결과 수용 조건에 대해 조합이 철저한 검증을 예고하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합의 당시 공사중단에 대한 손실보상금 1조4천억원에 대해 한국부동산원의 검증결과를 수용하기로 했었다. 이에 대해 조합이 공사중단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추가 공사기간 연장, 자재비 인상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고, 검증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다.

 

∥공사비 검증 보완, 도정법 개정안 발의

앞서 거론한 사업장 외에도 근래 공사비 증액에 따른 조합과 시공사간 분쟁이 발생한 곳은 상당하다. 사실 정비사업의 구조적 특성상 시공사 선정 당시와 실제 착공이 이뤄지는 시기와는 상당한 시간적 차이가 있기에 일정 부분 공사비가 증액되는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사업추진 과정 중 정부정책의 변화나 설계변경, 조합내 분쟁으로 인한 사업지연 등 공사계약을 형성하는 주요 항목이 변경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기에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은 예전부터 제기되어왔다. 이에 정부는 2019년 공사비 검증 제도를 도입해 공사비 증액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장치를 도입했던 것.

그러나 러·우전쟁을 계기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함에 공사비 증액 범위가 예상 가능한 범주를 초과하며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금리인상에 따른 조합의 사업비 부담이 증가하는 한편 주택시장의 침체로 당초 기대했던 분양수익이 줄어듦에 따라 조합이 감당해야할 부담 규모가 크게 오른 것이 현재 일어나는 분쟁의 원인이라 할 것이다.

다만 이 같은 경우를 대비해 마련했던 공사비 검증제도가 기대와 달리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공사비 검증 결과가 조합과 시공사간 협상의 참고자료일 뿐 법적 구속력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공사비 관련 분쟁을 겪고 있는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검증에 필요한 자료 제출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검증결과가 나오기까지 대략 6개월 가량이 소요되고 있다. 또한 조합과 시공사 중 어느 일방이 검증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이와 관련 지난 1월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정비사업의 공사비 검증 관련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시공자가 공사비 검증에 필요한 공사비 증액 세부 내역 등의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조합이 검증을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거나, 일부 조합의 임원들이 공사비 증액 계약에 있어 검증 결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등 여전히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조합원 간 또는 조합과 시공자 간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시공자는 공사비 세부 내역 등 검증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받은 경우 일정 기한 내에 반드시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면서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조합은 공사비 검증 결과를 조합총회에 공개하며, 공사비를 증액할 경우 이를 총회의결사항으로 규정하는 등 공사비 검증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여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의 조합원 간 또는 조합과 시공자 간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개정사유를 밝혔다.

민홍철 의원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원활히 추진되기 위해서는 조합과 시공사 간에 신뢰가 훼손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면서 “이번 개정안이 공사비 증액 과정에서 빈발하고 있는 조합-시공사 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해소하고, 향후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개정안의 한계와 전망

국회 민홍철 의원이 공사비 검증 관련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공사비 관련 분쟁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지 여부는 사실 예단하기 어렵다. 일단 개정사항이 검증에 필요한 자료제출의 의무화와 총회결의를 구하도록 한 것이기에 검증결과의 구속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은 민사상 계약에 해당하기에 공사비 검증결과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다만 협상에 임하는 명분에 있어서 도의적으로,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는 모습이 요구되는 건설사 입장에서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한편 그간 정비사업에서는 공사비 증액시 이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통상적으로 소비자물가지수를 인용해왔다. 하지만 후행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가 공사비 상승폭과 큰 차이가 발생함에 따라 건설공사비지수를 새로운 지표로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근래 발생한 공사비 증액 논란이 벌어진 현장 대부분에서 건설사는 건설공사비지수를 근거로 공사비 증액안을 제시했다. 건설공사비지수란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직접공사비를 대상으로 특정시점의 물가를 100으로 하여 재료, 노무, 장비 등 세부 투입자원에 대한 물가변동을 추정하기 위해 작성된 지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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