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시 조례 개정, 안전진단 비용지원 및 시공사 조기선정 등 규제완화 확대
주택경기 침체, 시공사 소극적 참여 … 조합, 사업성 따라 양극화 심화

지난 10일 서울시의회가 안전진단 비용 지원과 시공사 선정 시기를 앞당기는 도시정비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조례 개정으로 대부분의 규제조치가 완화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기반이 더욱 확장됐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공사비 상승과 금리 인상,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인해 실제 착공·준공에 이르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특히 불확실한 시장여건으로 인해 건설사들이 사업참여에 소극적 입장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성이 부족하거나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 현장에게는 보다 힘든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각 조합들은 시공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제고하기 위해 내부갈등을 최소화하는 한편 사업장 특성에 최적화된 사업계획으로 사업성 향상에 매진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서울시 도시정비조례 개정

지난 10일 서울시의회는 도시·주거환경정비조례(이하 도시정비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날 통과된 개정안은 정비사업 관련 상임위인 주택공간위원회에 제안된 8건의 개정조례안을 통합·조정해 위원회 대안으로 본회의에 상정됐다.

주요 내용으로 우선 안전진단의 실시를 요청하는 자는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를 받아 구청장과 협약을 체결토록 하고, 구청장은 안전진단 비용을 1회에 한하여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비용을 지원받은 자는 사업시행계획인가 전까지 반환해야 한다(안 제9조제5항 신설).

재건축 안전진단 비용 지원 및 반환에 대한 개정규정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 조례 시행 후 안전진단 실시 시기가 도래하거나 안전진단 실시를 요청하는 분부터 적용된다(안 부칙 제1조 및 제2조 신설).

시공사 선정 시기에 대해서는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총회의 의결을 거쳐 시공자를 선정하도록 했다. 조합은 시장이 별도로 정하여 고시한 세부기준에 따라 설계도서를 작성하여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다(안 제77조). 시공사 선정 시기에 대한 개정규정도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며, 조례 시행 당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구역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다(안 부칙 제1조 및 제3조 신설).

올 초 안전진단 기준 완화에 이어 비용지원까지 타결됨에 따라 초기 재건축단지의 사업추진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기존에는 추진위와 조합 등 사업주체가 꾸려지기도 전에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안전진단 비용을 조달해야했기에 어려움이 상당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비용지원에 난색을 표명해왔지만 지원 횟수 제한과 차후 반환하는 조항을 포함시켜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진다.

시공사 선정 시기의 경우 당초엔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선정 시기를 앞당기되 정비지원계획, 즉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을 적용받은 단지에만 적용하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신통기획 단지에만 적용되는 것에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자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모든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시가 입장을 선회해 이번 개정안에 반영됐다.

 

∥건설사, 정비사업에 소극적 입장 전망

현 정부는 집권 이후 주택공급정책의 핵심으로 정비사업 활성화를 표방해왔다. 작년 8월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8·16대책)’으로 주택정책 로드맵을 발표하며 ‘재개발·재건축 사업 정상화 착수’에 나섰다. 이에 안전진단,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대표적 규제정책의 완화정책이 펼쳐졌다.

하지만 위와 같은 굵직한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하반기부터 불거진 급격한 공사비 상승과 금리 인상,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인해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착공 및 분양 시기를 앞두고 있는 사업장의 경우 공사비 상승 등 사업여건이 크게 변경됨에 따라 곳곳에서 공사중단과 같은 크고 작은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거시경제의 큰 축인 금리의 경우 상승속도는 둔화되고 있지만 절대적인 금리 수준은 상당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사비 역시 상승폭이 본격화된 2021년에 비해 크게 오른 현 수준을 일정 기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갑작스런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로 일반분양 수요가 위축되는 한편 일부 지역은 미분양 리스크가 상당한 상황이다.

주택시장을 둘러싼 거시적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주목할 부분이 바로 건설사의 입장이다. 사업계획 단계를 넘어 정비사업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건설사의 참여, 즉 시공사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불경기가 이어지면 건설사의 참여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는 과거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주택경기 침체시 보여준 건설사들의 과거 행보에서 잘 드러난다. 당시 건설사들은 신규 사업장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관리하던 사업장조차 도망치듯 철수해 사업추진을 포기하는 곳이 비일비재했다. 물론 그 때 당시와 현 상황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호황기를 누려왔던 수년전에 비해 사업여건이 악화된 것은 부인하기 어려워 건설사의 소극적인 사업참여가 예상된다.

 

∥조합, 사업성에 따라 단지별 양극화 심화

정부의 적극적인 정비사업 활성화 조치와 비교해 주택시장 침체 및 공사비 증가라는 상반된 여건 속에서 사업주체인 조합·추진위는 어떤 운용의 묘를 보여야 할까? 일단 사업성이 양호하거나 입지가 좋은 사업장의 경우 다소 부침은 있겠지만 비교적 원활한 사업추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정비사업의 특성상 실제 공사착공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착공 단계에 진입한 사업장이라면 골치 아프겠지만 아직 이주·철거 이전 단계에 놓인 사업장이라면 분양성공을 위한 나름의 대안을 마련할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이제 사업을 시작하는 초기 단계의 사업장에게는 사업을 추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라 보인다.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의 뒷받침으로 각종 인허가 절차에 상당한 도움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사업성이 좋지 않은 일부 사업장에게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자체 사업성이 부족한 경우 아무래도 사업추진의 원동력에 한계가 있으며, 시공사가 참여하지 않는 경우에는 상당기간 연기되거나 자칫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지난 10일 조례개정을 통해 시공사 선정 기회가 확대됨에 따라 과거와는 달리 건설사가 사업성이 확보된 사업장만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또한 건설사가 참여한다 해도 불확실한 시장상황을 고려해 상당히 보수적인 입장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 과도한 수주경쟁이나 출혈경쟁은 피하고 리스크 분산을 위한 컨소시엄 형태가 늘어날 전망이다. 결국 조합으로선 진정한 경쟁입찰을 통해 조합원에게 유리한 제안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업성 외에도 조합 내부의 분쟁 여부도 시공사 참여를 가르는 중요한 포인트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사업성이 아무리 좋아도 내부 갈등으로 인해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하다면 건설사로선 참여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에 초기 단계의 사업장은 사업계획의 면밀한 검토를 통해 사업성을 향상시키는 한편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하여 원활한 사업추진의 토대를 마련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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