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역입찰 위한 턴키방식 도입여부 ‘촉각’ … 건설업계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 대안 제시

서울시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시기가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겨진 가운데 조기선정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고안되는 ‘세부기준’이 업계 안팎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월 서울시는 관내 모든 정비사업장의 신속한 사업추진을 위해 시공사 선정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단축할 것이라 발표했다. 이어 지난 달 서울시의회가 해당 도시정비조례 개정안을 의결·발표함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시공사 조기 선정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시공사 선정시기가 단축됨에 따라 정비사업은 조기에 사업비 대여가 가능해 안정적 사업추진이 가능해지는 한편 불필요한 설계 및 인허가 변경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아직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공사 선정이 진행되는 특성상 부작용도 제기된다.

먼저 시공사의 사업제안의 유·불리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우며, 건축심의와 영향평가 등 제반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설계안이 변경될 경우 공사비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상세내역의 부재로 인해 공사비 증액의 적정성을 검증하기가 어렵다는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에 서울시는 “시공자 조기 선정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시공자가 ‘내역입찰’ 수준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 시공자 조기 선정에 따른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개정된 조례안에 따르면 조합은 시장이 별도로 정하여 고시한 ‘세부기준’에 따라 설계도서를 작성하여 시공자를 선정토록 하고 있다.

문제는 정비계획만 수립된 상태, 즉 사업계획의 아웃라인만 잡힌 상태에서 ‘내역입찰’ 수준의 ‘세부기준’이 마련될 경우 시공사 선정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는 것. 시공사 입장에서는 무엇을 근거로 입찰을 제안할 것인지 난감할 것이며, 이런 불확실성으로 인해 입찰참여에 소극적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과연 시공사 조기선정의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서울시의 세부기준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내역입찰 강행시 시공사 참여 ‘부정적’

지난 13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은 「서울시 정비사업 시공사 조기 선정의 기대와 우려」라는 보고서를 통해 서울시의 ‘조합설립 후 내역입찰 수준으로 시공자 선정’하는 방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만일 조합설립인가 후 정비계획에 포함된 개략적인 건축설계 도면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면서 내역입찰 수준으로 참여하도록 시공사에게 설계도서와 내역서 제출을 요구한다면, 이는 시공사에게 삼중의 과도한 리스크를 떠안게 한다”며 부담감을 밝혔다.

해당 리스크로서 먼저 입찰 시점부터 실착공 시점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단가의 괴리가 크며, 입찰 후 변경되는 설계에 따른 물량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또한 사업시행인가를 득한 사업시행계획을 바탕으로 설계도서와 내역서를 작성하는 것과 비교할 때 많은 입찰비용이 소요된다고 했다.

특히, 이런 계약의 내용은 일괄입찰(턴키)방식을 포함한 공공공사의 기술형입찰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공공의 기술형입찰의 경우 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인정해주고 있고, 입찰시 기술 또는 설계제안에 따른 설계보상금(공사예산의 1~2%)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정비사업보다 리스크가 완화돼있다는 점을 부연했다.

보고서는 상기의 삼중부담을 고려할 때 “정비사업에서 시공사에게 계약적 구속력을 지닌 내역입찰을 요구할 경우 입찰 경쟁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고, 유찰이 발생할 우려도 있어 궁극적으로는 조합원들에게 손해로 귀결될 위험이 크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서울시가 제시한 안에 대해 사업참여자인 발주자(조합)와 설계자, 그리고 시공자간 법적 분쟁 발생 가능성이 커질 위험을 안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정비사업의 일반적인 방식인 설계·시공 분리방식을 적용해 입찰 전에 별도의 설계사를 선정하고, 시공사가 제안한 설계도를 기초로 설계사가 추가 설계업무를 진행한다고 하면, 이후 설계 관련 분쟁 발생시 책임소재 관련 논란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설계·시공 분리방식이 아닌 설계안을 제안한 시공사가 설계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지는 공공공사 기술형입찰 방식으로 설계누락·오류에 대한 책임을 계약상대자에게 부담하도록 규정할 경우 건설사업 관련 전문성이 낮은 조합이 시공사에 지나치게 휘둘리게 될 우려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입체적 제도보완 필요해”

보고서는 “시공사 조기 선정에 따른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시공사 선정 시기 조정과 상세내역서 제출 요구만이 아닌 정비계획부터 공사발주 및 계약내용 전반을 아우르는 입체적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정비계획을 보다 구체적이고 신중하게 수립해 인허가 과정에서 높이나 용적률 변화 등 공사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발생을 가능한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서울시가 검토하고 있듯 비교적 사업 초기 단계에 개략적인 설계도면을 제시하면서 시공사에게 구체적인 설계안과 계약적 구속력을 지닌 내역서 제출을 요구한다면, 시공사가 부담해야할 비용과 위험을 줄이고 동시에 시공사간 경쟁 촉진을 통한 조합원들의 편익을 높이기 위해 적절한 수준의 설계보상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물가 변동에 따라 계약금액이 조정될 수 있도록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건산연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 제안

서울시가 시공사 조기선정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세부기준’ 마련에 한창인 가운데 건산연은 새로운 발주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현행 설계·시공 분리발주 방식은 정비사업에서 실질적 역할·책임·보상과 상당한 괴리가 있기 때문에 시공사 조기선정의 장점을 살리는 데 한계가 있으며, 단점을 개선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건산연이 대안으로 제시한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CM at Risk, 이하 CM@R) 방식은 설계·시공 분리발주 방식과 기술형입찰 중 일괄입찰(턴키)의 중간 단계의 형태다. CM@R은 건설엔지니어링 면허를 보유한 시공사가 시공 이전 단계에 조기에 참여하여 설계검토, 공사비 추정, 공법 검토, 가치공학(Value Engineering) 등 프리콘(Pre-CON)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시공까지 함께 책임지고 수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와 관련 건산연은 정비사업의 특성상 ▲성공적 사업추진을 위해서는 조합의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할 수 있는 시공사의 프리콘 서비스(특히, 설계 품질 개선)가 매우 중요하며, ▲여러 이유로 인해 불필요한 설계변경이 자주 발생하며, ▲과도한 공사비 증액 우려가 크며, ▲공사비 검증제도라는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CM@R방식이 정비사업에 적합할 것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CM@R방식을 정비사업에 적용할 경우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했다. 먼저 시공사가 설계 과정에 조기에 참여하기에 시공사 지원을 통해 시공성·상품성을 개선해 설계 완성도를 높여 불필요한 설계변경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 둘째, 시공사와 긴밀한 협업으로 설계 과정에 수시로 공사비를 추정해 발주자가 부담 가능한 공사비 선에서 최고가치 산출물 유도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셋째, 설계가 어느 정도 완성된 시점에 최대공사비 보증계약(Guaranteed Maximum Price, GMP)을 적용해 GMP 확정 후 초과하는 금액은 시공사가, 절감되는 비용은 시공사와 발주자가 나눠 갖는 구조로 추진돼 공사비 상승을 방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넷째, 공사비 절감에 있어 기존 방식 대비 발주자와 시공사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킬 수 있고, 이 과정에서 공사비 내역이 공개돼 사업의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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