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층 폐지 후 초고층 추진 러시 … 한강변 스카이라인 천지개벽 수준으로 진화

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 전경
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 전경

서울시가 난공불락이었던 35층 제한을 폐지함에 따라 한강변과 강남권을 중심으로 50층 이상의 초고층 태풍이 불고 있다. 바야흐로 초고층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춘추전국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서울시, 35층 폐지 및 디자인 혁신 추진

지난 1월 5일 서울시는 「2040서울도시기본계획」을 확정·공고하며 35층 높이 제한을 과감히 폐지했다. 일률적이고 절대적으로 적용됐던 35층 높이 제한을 해제해, 지역 여건을 고려한 정성적 스카이라인 조성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시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아파트단지 등에서 보다 다양한 설계와 창의적 도시경관이 창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연면적과 용적률 등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성냥갑 아파트가 아닌 슬림한 건물이 배치돼 통경축 확보는 물론 다채로운 도시경관이 실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시는 이 같은 정비사업 분야에 디자인 혁신을 주문하며 신속한 사업추진과 용적률 인센티브 등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초고층 아파트의 경우 경관, 조망, 한강 접근성, 디자인 특화설계 등 요건을 충족할 경우 초고층 건립을 허용해 조화로운 스카이라인 등 도시경관 향상과 공공공간 제공 등 공공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한, 아파트 저층부, 입면 특화, 한강변 및 수변 아파트 단지 계획 등의 우수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다채롭고 개성 있는 디자인의 공동주택을 만들 계획이다.

 

∥여의도·압구정·강남권 등 초고층 러시

서울시는 35층룰 폐지를 공식화하기 전부터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을 통해 초고층 건립을 진행해왔다. 주요 대상으로는 여의도를 필두로 강남권의 잠실5단지, 대치 미도, 은마 그리고 최근의 압구정 등이 거론되고 있다.

먼저 여의도 재건축의 대장주로 손꼽히는 시범아파트는 최고 65층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해 신통기획이 확정됐으며 올 상반기에 정비구역 지정이 예상된다. 계획안에 따르면 최고 65층 2500세대 규모로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신통기획이 확정된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용도상향을 통해 최고 200m이하, 1천세대 규모의 주거, 업무, 상업 등 복합기능을 갖춘 국제금융 특화 주거단지로 탈바꿈한다. 최고 높이 200m는 1개층을 3m로 가정할 때 대략 66층에 달한다.

삼부아파트는 지난 1월 신통기획안을 영등포구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용적률 500%를 바탕으로 60층 이상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의도에서 최초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목화아파트 또한 50층 계획을 수립 중이다. 최근 추진위 승인을 통과한 대교아파트는 일반상업지역으로 종상향을 거쳐 용적률 600% 59층 계획을 추진 중이다.

공작아파트는 작년 8월 여의도에서 최초로 정비구역 지정을 통과했으며, 최고 49층 용적률 490% 580여세대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진주아파트는 부지 전체를 일반상업지역으로 종상향을 추진 중이며, 용적률 470% 최고 층수 58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의도와 쌍벽을 이루는 압구정지구 또한 초고층 추진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달 하순 서울시는 압구정2,3구역과 4,5구역을 대상으로 신통기획 주민설명회를 개최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압구정지구는 6개 특별계획구역으로 구분되지만 신통기획에는 2~5구역 등 4개 구역만 참여하고 있다.

4개 구역에 포함된 아파트 단지는 모두 19곳 총 8400여 세대로 이뤄진다. 신통기획을 통해 약1만2천세대로 늘어날 계획이다. 토지이용계획상 용도지역은 일부 종상향을 거쳐 3종주거지역과 준주거지역이 혼합되며, 용적률은 최대 500%, 최고 층수는 50층 내외로 예상된다.

여의도와 압구정 외에도 잠실5단지, 대치 미도, 은마 등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정비사업장은 대부분 초고층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진다.

∥정비사업 층수완화로 사업성 극대화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정비사업장에서 초고층 추진에 적극적인 이유는 그것이 매우 이롭기 때문이다. 과거 정비사업 초기엔 사업성을 늘리기 위해 용적률 확대에 포커스가 맞춰있었다. 하지만 용적률 상향에 따른 기부채납이 강화되며 기껏 확보한 용적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사례가 늘어나며 최고층수 완화의 필요성이 증대되어 왔다.

층수제한이 해제되면 전체 주동수가 줄어들게 되고, 이는 건폐율 감소로 이어져 인동간격 확대 및 지상의 녹지공간 등 활용도가 크게 향상된다. 또한 전반적인 층수 상향으로 인해 조망권과 일조권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특히 층수상향은 로얄층의 증가로도 이어져 단지가치 상승에 큰 도움이 된다. 도시 전체를 기준으로 봐도 다양하고 창의적인 외관디자인을 통해 도시경쟁력을 향상시킨다.

다만 초고층 건립에 필요한 공사비 증가와 사업기간 연장 등의 단점은 감수할 부분이다. 사실 이 점을 단점으로 보는 것은 올바른 표현이 아닐 수 있다. 초고층 추진에 불가피한 제반비용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적합할 듯 하다.

초고층 건립에 따른 단지가치 상승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래미안 첼리투스를 들 수 있다. 기존 렉스아파트를 재건축해 탄생한 첼리투스는 최고 56층 3개동으로 재탄생했다. 연예인들의 아파트로도 잘 알려진 첼리투스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이촌동 일대 대장주로 군림하고 있다.

1:1재건축으로도 유명한 첼리투스는 일반분양이 없어 조합원당 5억원이 넘는 분담금을 감수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재건축 이전 시세가 10억원 전후였던 것을 감안하면 대략 15억원가치를 지녔던 셈이다. 그랬던 첼리투스의 현재 매매시세는 40억원대 중후반으로서 기존 자산가치의 2.5배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초고층 건물의 위력이며, 정비사업장 대부분이 초고층을 추진하는 진짜 이유일 것이다.

 

∥초고층 추진, 절호의 기회를 맞다

현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임 시절인 2009년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해 50층 초고층 계획을 구상한 바 있다. 당시 성수, 여의도, 합정, 이촌, 압구정 등 5개 지역이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성수지구만 살아남아 십여년이 경과한 현재까지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14년 故 박원순 전임시장에 의해 등장한 ‘35층룰’에 가로막혀 약10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정비사업이 정권교체나 관련법령의 개정 등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는 특성을 의미한다. 그런 정비사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현 시점은 초고층 추진을 위한 다시없는 절호의 기회이다. 물론 현 오세훈 시장이 추구해온 시정방침을 고려할 때 초고층 방침이 무산될 가능성은 낫다. 하지만 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에 초고층 추진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내 재건축 대장주로 손꼽히는 반포1·2·4주구가 49층으로 층수상향을 추진하고 있다. 초고층을 추진하는 사업장 대부분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초고층의 현실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반포1·2·4주구는 철거를 완료하고 착공을 앞두고 있기에 조합원의 동의만 구하면 초고층 현실화가 금방이다.

언제라도 뒤바뀔 수 있는 정비사업의 환경을 고려할 때 반포1·2·4주구에게는 초고층 시대의 선두주자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를 얻은 셈이다. 장차 반포1·2·4주구가 ‘위대한 한강’을 대표할 랜드마크로 진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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