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협, 특별법 제정과 내력벽 철거 허용 ‘촉구’… 표준규약·도급계약서 마련해 투명·공정성 ‘강화’

11일 서울시 리모델링주택조합 협의회 기자간담회 모습
11일 서울시 리모델링주택조합 협의회 기자간담회 모습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민심의 제도개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시 리모델링주택조합 협의회(이하 서리협)가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대통령 공약사항인 리모델링 특별법 제정 및 내력벽 부분철거 허용 등 지연되고 있는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작년 1월 출범한 서리협은 서울시내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70여개의 조합·추진위가 결성된 단체로, 늘어나는 리모델링 단지수요 관리방안과 리모델링 운영 기준, 에너지 절감, 환경개선, 통합심의를 통한 절차 간소화 등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리협 서정태 회장(자양우성1차 조합장)은 “1990년대 이후 건립된 공동주택은 대부분 높은 용적률 등으로 인해 재건축이 어려워 리모델링이 불가피하다”면서 “기존 자원을 재활용하는 리모델링의 특성상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중립에 기여하고 있으며, 세대증축을 통해 주택공급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리모델링 활성화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리모델링 특별법 제정 촉구

서리협이 주장한 첫 번째 제도개선안은 혼란스런 관련 법령의 정비를 위한 리모델링 특별법 제정에 관한 사항이다. 현재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주택법’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 그리고 ‘건축법’ 등 3개의 법안을 토대로 이뤄진다.

조합 설립 등 사업시행에 대한 사항은 주택법으로, 용적률 등 개발범위에 대한 부분은 국토계획법으로, 리모델링에 대한 부분은 건축법을 통해 진행된다. 각 사업단계별로 관련 법령과 주무부서가 상이하다 보니 불필요한 사업지연이 발생하고 있는 것.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이 도시정비법으로 일괄 적용받는 것과는 딴판이다. 이 같은 난맥을 해소하고자 지난 정부 시절 리모델링 관련 법령을 통합·관리하는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국회 상임위에 계류된 채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 공약으로 리모델링 활성화를 내세움에 따라 노후도시 특별법에 제반규정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만 제시되고 리모델링은 찬밥 취급을 받게 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배신감마저 표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리모델링 관련 법안은 2021년 7월 이학영(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과 2022년 1월 김병욱(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동주택 리모델링에 관한 특별법안’이 있다.

 

∥내력벽 부분철거 허용 촉구

공동주택 리모델링에서 최대 화두는 증축허용범위에 있는데, 이와 관련 쟁점은 크게 수직증축과 수평증축으로 구분된다. 수직증축은 층수를 늘리는 것으로서 사업성과 관련되는 일반분양 물량확보 측면에서 중요한 잣대로 통한다. 그간 하중증가에 따른 구조안전에 대한 엄격한 기준으로 인해 성공사례가 송파 성지아파트 단 한 곳에 불과했었다.

그러다 최근 대치1차현대아파트 수직증축이 리모델링 행위허가를 받음에 따라 비로소 활로가 열린 셈이다. 파일기초 아파트가 대부분인 공동주택 현실을 감안하면 공동주택 수직증축의 실질적인 첫 사례라 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성과다. 이번 대치1차현대 사례를 통해 사업성 부족으로 리모델링 추진에 부담을 느꼈던 상당수 노후 아파트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전망이다.

한편 수평증축은 내력벽 철거 부분이 오랜 쟁점으로 남아있다. 수평증축의 경우 하중을 지탱하는 내력벽은 건드리지 않고 가벽 위주로 철거하고 평면을 꾸밀 수 있기에 원활한 평면 구성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리모델링업계에서는 세대간 내력벽의 부분철거 허용을 촉구해왔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인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지난 2015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내력벽 부분철거 허용에 따른 연구용역을 진행한 바 있다. 7년에 달하는 오랜 시간을 건너뛰어 최근에 용역결과가 나옴에 따라 업계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내력벽 부분철거 관련 안전성에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졌다는 반응이지만 정작 국토부는 용역결과를 함구하고 있어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연초 서울시가 안전성 강화를 명목삼아 리모델링 규제 강화를 시사한 부분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현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에 대해서는 활성화 정책을 펴는 것과 달리 리모델링에는 차가운 입장을 나타내는 것에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것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즉, 이전 정부가 리모델링 활성화 정책을 펼쳤기에 그와 다른 노선을 펼치고 있다는 것.

서리협 수직증축 분과를 맡고 있는 대치1차현대 김치붕 조합장은 “세대간 내력벽 철거 문제는 2016년부터 제기됐지만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어 리모델링 정책이 장기간 표류하는 주요 원인으로 대두되고 있다”면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평면구성으로 주거환경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세대간 내력벽 철거를 빠른 시일내 결정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표준 규약 및 도급계약서 마련

제도개선 요구를 비롯해 서리협이 진행하는 또 다른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으로 표준규약 및 표준도급계약서 마련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리모델링주택조합의 표준규약은 제정된 바가 없다. 대부분 조합은 재건축조합의 표준정관을 수정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시정비법에 의한 재건축과 주택법 등에 의한 리모델링은 상이한 부분이 많아 리모델링의 특성을 반영하는 한편 투명한 조합운영이 이뤄질 수 있는 규약마련이 필요하다는 것.

이와 관련 서리협 장홍철 사무총장(광장 상록타워 조합장)은 “서리협은 조합을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 항목을 전향적으로 수용할 계획이며, 현재 표준규약의 초안을 작성·배포해 기존 규약을 개선하는 과정에 있다”면서 “표준규약의 최종안은 각 조합별로 적용 후 개선 작업을 거치고, 공청회 등을 통한 토론 및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올해 안으로 최종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표준도급계약서 또한 규약과 유사한 절차를 거쳐 마련 중에 있다. 리모델링에 참여 중인 모든 시공사의 도급계약서를 입수해 독소조항을 분석하고 초안을 마련한 상황이다. 서리협은 지속적인 보완을 통해 계약 조건별 공사비 변동 등 정량적인 영향을 산출할 수 있는 표준도급계약 해설서를 작성 중이다. 특히, 최근 공사비 급증으로 인해 사업여건이 열악해진 상황에서 부담을 전가하고자 조합에 불리한 연대보증 등을 강요하는 시공사가 많아지고 있는 현실도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서리협 장홍철 사무총장은 “공정한 계약을 통해 상호 이익을 존중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표준도급계약서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서리협은 추후 표준도급계약서를 기반으로 계약을 하는 시공사를 공정거래의 모범으로 삼아, 장기적으로는 공정한 표준도급계약서를 채택한 시공사가 자연스럽게 조합의 선택을 받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활동 전개, 시행착오 최소화

한편, 서리협은 조합운영 사례교육을 통해 조합·추진위들이 시행착오 없이 리모델링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조성에 나서고 있다. 이미 지난 해 상·하반기 사례교육을 통해 긍정적 효과가 입증됐다는 의견이다. 서리협은 만족도 조사를 통해 교육의 확대와 다양화를 원하는 결과가 나옴에 따라 올 해부터 정기교육의 인기 강좌를 심화학습 형태로 워크샵을 진행 중이다.

서리협 교육분과위원장인 장승렬 부회장(신답극동아파트 조합장)은 “조합의 시행착오는 사업기간의 지연과 공사비의 상승을 초래해 결국 조합원의 분담금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면서 “서리협이 추진하는 교육은 조합의 시행착오를 줄여 신속한 사업 진행을 제1의 목표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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