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주택, 학교용지부담금 부과대상 ‘면제’ … 교육환경평가 절차 강화로 ‘옥상옥’ 논란

정비사업에서 학교 문제는 애증의 대상이다. 초등학교를 품은 단지는 일명 ‘초품아’라 불리며 주택시장에서 고부가가치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다. 반면 사업추진 과정에서는 다른 양상이 펼쳐진다. 단지내 학교가 설치되거나 인근 가까운 거리에 학교가 있으면 부담금을 납부해야 하며, 사업계획 수립시 설계변경을 초래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기에 조합에게는 골칫거리나 다름없다. 최근 양날의 검인 학교 관련 제도를 둘러싸고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제도변화에 대해 살펴본다.

 

∥학교용지 부담금 ‘완화’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학교용지법)’에 의해 가해지는 학교용지 확보 문제는 정비사업의 사업주체인 조합에게 상당한 출혈을 요구한다. 원인자 부담 원칙에 의해 정비사업을 통해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학생수는 늘어나고, 그에 따른 학교시설의 확충은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학교시설 신·증축에 필요한 토지를 직접 마련하는 것은 막대한 출혈이 수반되기에 조합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이에 대부분의 경우 학교시설 증축에 필요한 건립비용을 조합이 부담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인구감소 영향에 따라 당초 예상됐던 증축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납부해야할 부담금 규모를 두고 조합과 인허가 기관간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함에 따라 대부분 소송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이 또한 법정공방에 의한 사업기간의 장기화 및 비용증가의 원인으로 지적돼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와 관련 지난 17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열어 학교용지 부담금 등 23개 부담금 제도에 대해 합리적 개선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최근 인구구조 변화와 환경규제 강화 등 경제·사회적 환경변화에 따라 부과 타당성이 약한 부담금을 합리적 수준으로 개선하기 위함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학교용지 부담금은 지난 1995년부터 100세대 이상 규모의 주택건설사업과 대지조성사업자에게 부과되어 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가운데 정비사업에서 임대주택(부담금 면제) 활용 용도로 의무적으로 건설해야하는 소형주택에게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혀 부담금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와 관련 2021년 6월 선고된 ‘2020구합80639 학교용지부담금 부과처분 무효확인의 소’에 따르면 재건축사업의 시행자가 의무적으로 건설해 임대주택으로 활용되도록 정해진 소형주택에 대해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한 처분은 무효라는 판결을 참조했다.

해당 사례는 소형주택 53세대를 포함 총 757세대를 새로 건립하는 재건축사업이다. 해당 사건의 피고인 지자체는 증가하는 세대수 중 소형주택을 제외한 144세대에 대해 2018년 1월 학교용지 부담금을 원고인 조합에 부과하였고, 이어 2020년 3월 소형주택 53세대에 대해 5천만원이 넘는 부담금을 추가로 부과한 바 있다.

학교용지 부담금에 대한 개선방안은 학교용지법 개정을 통해 면제대상의 확대를 우선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올 상반기 내 면제대상을 기존 임대주택에서 소형주택(60㎡이하)을 추가하는 형태로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어 부과요율 합리화를 위해 교육현장, 지자체 및 개발사업 시행자 등 의견수렴과 연구용역을 통해 요율인하, 지역별 차등부과, 부과대상 세대 구분 등 추가 개선과제 발굴에 나설 전망이다.

∥교육환경평가제 ‘강화’

앞선 학교용지 부담금과는 별도로 정비사업 추진시 학교 관련 심의절차로 교육환경평가를 받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건축심의를 통과한 이후 교육환경평가가 이뤄지는데, 심의 결과에 따라 중대한 설계변경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조합에게는 심한 압박으로 작용해왔다. 교육청에서 인근 학교의 일조확보를 명목삼아 아파트 상층부 여러 층을 삭제하는 설계변경을 요구할 경우 공급물량 축소에 따른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같은 설계변경은 초기 단계인 정비계획 변경을 수반하는 경우도 상당해 이중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사업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수립해야 하기에 그에 따른 사업기간의 지연과 사업비 증가 등 조합이 짊어져야할 부담이 배 이상 늘어나는 문제가 있었던 것.

이런 교육환경평가 관련 작년 6월 경기도교육청은 관련 평가제도의 개정안을 발표했다. 교육환경평가 심의시 기존의 불명확한 평가방법과 기준에 따른 혼선을 예방하고, 제도 운영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목적이다. 문제는 교육청 입장에서 ‘개선’이지만 사업시행자인 조합 입장에서는 ‘개악’에 가깝다는 것이다.

개정된 교육환경평가제에 따르면 우선 일선 교육지원청이 교육환경평가서의 기본구성과 대상항목 누락 여부 등을 확인한 이후 한국교육환경보호원과 항목별 담당부서, 대상학교 등이 검토하게 된다. 기존에 없었던 한국교육환경보호원에 의한 검토 절차가 추가된 셈이다.

검토 결과 누락사항이 없으면 경기도교육청으로 이관돼 도시·환경분과위원회와 교육환경보호위원회 심의를 받게 된다. 분과 및 본심의 결과에 따라 승인/불승인 처리되며, 이행조건이 있는 경우 권고사항이 통보된다. 아울러 각 기관의 검토 및 심의 과정에서 보완사항이 제기되면 이를 보완해야 한다.

기존 사업시행자가 학교와 별도로 협의하던 관례는 금지됐으며, 추가적으로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의 검토를 받도록 하는 등 기존 심의제도에 비해 더욱 강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 일선 조합에서는 내용적으론 실질적인 변화가 없으며 중간에 절차만 늘어났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관련 경기도의 A조합장은 “불필요한 절차만 늘어난 셈”이라며 ‘옥상옥’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다. A조합장은 “기존에는 학교장과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지면 의견서를 곧바로 경기도교육청에 전달해 심의 절차가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됐다”면서 “개정된 이후에는 검토절차가 늘어나 세 곳의 기관을 돌면서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A조합장에 따르면 일선 지역 현황에 가장 밝은 교육지원청의 역할은 자료만 전달해주는 창구 역할에 그칠 뿐이고, 도교육청이나 교육환경보호원과 같은 기관에서는 문서만 보고 심의를 진행하고 있어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A조합장은 “교육환경평가 진행시 시간적 낭비를 막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지역 현황에 밝은 교육지원청이나 일선 지자체가 심의절차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며 개선방향의 재설정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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