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공사비 800만원대 시대 도래 … 조합 ‘시공사 선정 쉽지 않네’
시공사 공사비 증액 요구에 갈등 폭주 … 계약해지 조합도 늘어

원자재·인건비 상승, 금리인상 등으로 공사원가가 치솟으며 정비사업 공사비 800만원대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해 3.3㎡당 평균 500~600만원대였던 공사비는 1년도 안돼 700~800만원 수준으로 높아졌다. 더욱이 앞으로도 공사비 인상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3.3㎡당 1000만원도 시간문제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이미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900~1000만원대까지 공사비가 치솟은 곳들도 있다.

때문에 신규 사업장들은 높아진 공사비로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기존 사업장들도 공사비 인상을 둘러싸고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335가구를 신축하는 신당9구역은 지난 1월 공사비 743만원을 책정하고 시공사 선정을 진행했다가 유찰되어 6월 공사비를 840만원으로 인상했으나 역시 유찰되었다.

광진구 중곡아파트도 650만원이던 공사비를 800만원으로 올렸지만 경쟁입찰이 무산되면서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여의도 진주아파트는 840만원의 공사비를 계획하고 있고 구로 보광아파트는 806만원으로 시공사 선정을 진행중이다.

시공사를 선정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조합들도 공사비 인상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파열음이 발생하고 있다.

북아현2구역은 최근 시공사가 859만원으로 공사비를 인상해달라는 공문을 보내오자 시공사 교체카드까지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조합이 의결한 공사비 490만원에서 1년만에 75%나 인상되어 20% 정도 낮추지 않을 경우 시공사 교체도 감수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홍제3구역 역시 시공사로부터 약 900만원으로 공사비 인상을 요청받고 다음달 총회에서 계약 해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계약 체결당시인 2020년 512만원이었던 공사비에 대해 시공사는 지난해 9월 687만원으로 증액을 요구했고 이어 올해는 약 900만원으로 재차 인상을 요청했다. 조합은 2020년 대비 75% 증액된 공사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시공사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공사비 문제로 이미 시공계약을 해지한 곳들도 있다.

부산 시민공원 촉진2-1구역은 시공사가 공사비 987만원을 제시한 가운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지난달 총회에서 계약을 해지했다. 성남 산성구역 역시 기존 시공단이 공사비를 44% 가량 올려달라고 요구하자 지난 5월 계약 해지를 의결하고 새로운 시공사 선정에 나섰다.

이처럼 정비사업의 최대 갈등요인으로 공사비 인상이 대두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금리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 원자재값·인건비 상승 등 공사원가 인상으로 인한 압박이 크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표준건축비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다.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공사비 검증제도 역시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공사비 검증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부동산원에서는 일반적인 직접공사비만 검증하고 추가공사비 자재가격이나 금융비용 증가분 등 공사비 인상의 핵심요인을 검증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한국부동산원이 도출한 검증결과는 단순 권고 수준에 그쳐 강제성이 없기에 공사비 검증결과를 두고 오히려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더욱 깊어지기도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자체가 운영하는 ‘도시분쟁조정위원회’에서 한국부동산원 등이 도출한 공사비 검증결과를 두고 발생한 분쟁에 대해서도 다룰 수 있도록 하고 필요한 경우에 이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지난달 발의되었으나 이해관계가 첨예한 계약과 관련한 사항을 소송이 아닌 분쟁조정을 통해 얼마나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 공급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공사원가 압박으로 건설사들의 주택시장 참여가 극도로 위축되어 있는 가운데 향후 2~3년 뒤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한 집값 상승이 나타날 수 있기에 정부와 지자체의 주택공급을 위한 장기 계획과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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