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절차개선 위한 ‘전자투표’ 도입 방침 … ‘온라인 총회 도입’ 도정법 개정안 발의

팬데믹 이후 표류하던 전자투표 제도가 정비사업의 구원투수로 다시 등판할 전망이다.

지난 9월 25일 국토교통부가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정체된 주택공급을 조속히 정상화할 수 있도록 공공에서 민간의 공급을 적극 보완하고, 민간의 주택사업 여건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상기 활성화 방안에서 국토부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절차 개선을 위해 ‘전자적 의결 도입’ 방침을 나타냈다. 총회 개최, 출석, 의결 등에 온라인(모바일) 방식, 즉 전자투표를 도입해 사업기간을 최대 1년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기에 단축되는 사업기간이 얼마나 될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서면결의서 위·변조 논란 등 기존 투표·총회 방식에서 불거지는 많은 문제점을 고려할 때 온라인 총회의 도입은 사업기간 단축 및 비용절감 등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최근 권영세 국회의원이 온라인 총회 도입을 다룬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에 전자투표를 둘러싼 여러 사안을 살펴보고 향후 추이를 살펴보기로 한다.

 

∥전자투표 도입 배경과 현황

본격적인 도입을 앞두고 정비사업에서 논란이 있지만 실제 전자투표는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활용 중이다. 지난 2013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온라인 투표 시스템(K-voting)을 최초로 개발·도입했으며, 이는 여러 공공기관 및 단체들이 운용 중이다. 이밖에 주주총회를 비롯해 각종 기관 및 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정비사업에서는 지난 2021년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기점으로 그 필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코로나로 인한 집합금지 등 비대면 기조가 강조됨에 따라 다수의 현장참석이 필수인 총회 절차를 치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2021년 11월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재난의 발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해 시장·군수 등이 조합원의 직접 출석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팬데믹 상황이 진정된 현재 전자투표의 포지션이 애매해졌다. 특유의 편의성과 효율성으로 인해 전자투표를 진행하고 싶지만 재난상황이라는 단서가 걸리는 것이다. 몇몇 현장에서는 재난상황에 대한 유권해석을 두고 법정공방이 오가는 등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자투표 도입의 필요성

현행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총회 의결은 전체 조합원의 10% 이상이 직접 출석해야 한다. 또한 조합설립 총회나 사업시행계획서 변경 등의 경우 조합원의 20%, 시공사 선정과 같은 주요 사안은 과반수 이상이 참석해야 한다. 통상 총회를 치르기 위해선 우선 총회장 대관을 비롯해 총회자료 제작 및 발송 등 각종 제반업무와 비용이 수반된다.

특히 총회 참석율을 높이고자 활용되는 홍보요원, 일명 OS요원 사용에 대한 비용 논란, OS요원에 의해 징구된 서면결의서의 위·변조 논란 등이 끊임없이 불거져왔다. 서면결의서를 둘러싼 논란은 경우에 따라 해당 조합 집행부의 존폐를 좌우하는 중대사로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기에 대안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것.

이와 관련 10월 10일 권영세 국회의원이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며 전자투표 도입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서면의결이나 서면동의 방법은 정족수 확보 등을 위한 기간이 장기간 소요되고, 그 의결 및 동의 사항의 진위에 대한 분쟁이 빈번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것.

그에 비해 전자적 방식을 통한 의결이나 동의는 의사결정 기간 축소, 조합원의 편리성 증대, 인증을 통한 본인 확인 등의 장점이 있어 전자적 방식의 활용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비사업 과정에서 필요한 동의서 제출과 총회의 의결권 행사도 전자적 방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며, 총회에 온라인 참석도 직접 출석으로 인정하도록 하여 의사결정의 편리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것으로 개정사유를 밝히고 있다.

상기 개정안의 주요내용으로 우선 온라인 총회를 들 수 있다. 일반적인 총회와 병행하여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총회를 실시해 조합원이 참석하게 할 수 있다는 것. 다만 재난상황의 경우에는 온라인 총회를 단독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허용범위를 확대했다.

이 때 온라인 총회는 참석 조합원에 대한 본인 확인, 접속 기록 등이 보관돼 실제 참석 여부를 확인·관리할 수 있을 것, 그 밖의 원활한 의견청취·제시 등을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부합할 것 등의 기준을 충족한 경우 정족수 산정에 필요한 직접 출석으로 인정하고 있다.

정리하면 전자투표를 통한 온라인 총회는 전통적 방식의 총회와 병행하여 치를 수 있으며, 법령에 의한 조건을 충족한 경우 직접 참석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한 재난상황과 같은 특수한 경우에는 전통적 총회 없이 온라인을 통한 단독 총회도 가능하다는 점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국토부의 입장 변화

사실 그간 국토부는 전자투표 도입에 소극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었다. 지난 해 9월에도 ‘전자투표를 활용한 온라인 총회를 일반적 의결권 행사 방법 중 하나로 규정하자’는 개정안 발의(조응천 대표발의)가 있었지만 검토 과정에서 국토부가 난색을 나타냈던 것.

이와 관련 조응천 의원이 대표로 발의했던 도시정비법 개정안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국토부는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인정할 경우 주변인에 의한 투표대행, 투표권 부정 거래, 여론 조작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의견을 나타냈다.

아울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제도를 통해 ‘주거정비 총회 전자적 의결 서비스’를 연간 60개 조합을 대상으로 2년간(2023~2024) 실증하는 중이기에, 실증특례 사업의 진행 상황 및 성과를 고려하여 전자적 방법의 의결권 행사 도입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ICT 규제샌드박스는 신제품 또는 신서비스의 공식 출시 전 실증 실험 등을 통해 신산업 시도가 용이하도록 시험해보는 일종의 사전 테스트 절차를 말한다. 전자투표의 경우 개인정보 및 투표결과 등 전자 데이터에 대한 위·변조와 해킹 등 보안상의 위협요소가 지적됨에 따라 규제샌드박스 과정을 거쳐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주거정비 총회 전자적 의결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업체 여러 곳이 실증특례를 진행 중이다. 다만 실증 기간이 내년까지로서 아직 1년 가량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국토부가 ‘전자적 의결 도입’ 방침을 밝힌 배경에는 실증절차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는 해석과 더불어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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